여보, 나좀 도와줘

여보, 나좀 도와줘10점
노무현 지음/새터

사람의 생각은 다들 비슷한가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좀 더 알고 싶어서 그의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생각들이 모여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더군요.

1994년에 쓰여진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수 많은 분들의 자서전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 자서전은 처음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까지 썼을까 싶을정도로 개인적으로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기억까지 책에 남겨 두셨더군요.

그의 어린시절, 사법고시생 시절, 짧은 판사 시절, 잘나가는 변호사 시절,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국회의원 시절 등등 1990년대까지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그가 함께 했던 정치 지도자 YS, DJ에 대한 평가도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정치에 관심이 없던 어린시절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시국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외의 대목은… 어린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 정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정치를 꿈꾼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큰 형님을 따라 입신 양명을 목표로 사법고시에 뛰어들게 되었지만, 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맡게된 시국사건에서 만난 청년들로부터, 그들이 읽은 책을 읽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면서, 그는 사회정의라는 개념에 눈을 떴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그는 그저 부산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겠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굉장히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당 합당때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켰으며, 안정적인 지역구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다시 도전하였습니다. 스스로의 영예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해야 할 것을 해내는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홍세화씨가 말한 ‘자신의 삶에 미학을 부여’한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사람은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의식’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의식’이 있어야 사회정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게 되고,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게 되며,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일상에 휘둘려 살아가다보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더군다나 TV의 노예가 된다면 더더욱 그런 시간을 찾기란 쉽지가 않겠지요. 때문에 저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사색을 통해 사회정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언론이 떠먹여 주는 개념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개념을…

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무현이 만난 링컨8점
노무현 지음/학고재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다시 만나보기 위해 그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링컨’에 대해 스스로 쓴 ‘위인전’입니다. 어렸을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위인전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링컨과 노무현의 대통령 재임시절의 상황이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으며, 변변찮은 학력에 스스로의 역량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으며, 지지세력도 반대세력도 모두 등을 돌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했던… 많은 부분이 비슷하더군요. 마지막까지도…
이 책에서 노무현이 뽑은 링컨의 가장 훌륭한 점은, 시대와 역사에 대한 긴 안목과 통찰을 가지고 자신이 대통령으로 해야할 일을 묵묵히 수행해 냈다는 사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대한 결정의 길목에서 연방과 헌법의 수호라는 대원칙을 지켜나가고자 노력했다는 점… 설사 그가 반대했던 노예제를 폐지할 수 없다고 해도 그는 가장 큰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모진 고초를 치뤄내야 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한 회사의 사장이든, 한 교회의 목사님이든, 자신의 임기내에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업적을 남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인지, 스스로의 명성을 위한 일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적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존경했던 링컨의 행보를 따라 자신의 안위보다는 역사적인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평가해 주겠지요.

해변의 카프카

해변의 카프카 (상)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
해변의 카프카 (하)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

상실의 시대에 이어 읽게 되었습니다. 서점을 오가다 늘 마주치게 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속에 정말 찔끔찔끔 읽었고, 다 읽은지 거의 보름이 지난 지금에서야 리뷰를 쓰려니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감동이 가물가물하네요.

소설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만난 등장인물들은 다른 여느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나카타라는 인물에 호감이 많이 가더군요. 초반에 스토리가 잘 흘러가다가 고양이상과 대화하는 장면부터 저는 좀 깼습니다만…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훌륭하다는 작품을 읽고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떤 감동을 느꼈는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보니 아직도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멀었나봅니다. 비현실적인 스토리에 당황이나 하구 말이죠. 그래도 언젠가 소설로부터 커다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꾸준히 읽어나갈 것입니다. 다음에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명작으로 추천해 주었던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볼까 합니다.

상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8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문학사상사

정말 오래전부터 서점에서 보았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되었습니다. 제목만 보고 어려운 책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술술 읽히는 연애소설이더군요. 이 책 덕분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은 후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있습니다. 역시나 바쁜 일정 때문에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긴 하지만…
10대에서 20대로 성장해 가는 한 남자의 젊은 날의 방황을, 아픔을 간직한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 아주 조금씩 틈틈히 읽은데다가, 제가 소설에는 젬병이여서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 얼마지나지 않은 시간에, 무심코 머리속으로 소설을 되네이며, 주인공 와타나베가 되어보았을때 가슴을 때리는 커다란 상실감에 슬픔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찾은 지금은 “해변의 카프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8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중앙books(중앙북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피아노로 클래식을 연주할 수 있기를 갈망하다보니, 클래식 연주가는 늘 저의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 연주가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이가게 됩니다. 클럽발코니의 회원으로 홈페이지에서 공연을 찾다가 리처드 용재 오닐이라는 비올리스트를 알게 되었고, 그의 음악을 아직 들어보진 못했지만 그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쟁 입양 고아인 어머니와 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미국의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더군요. 항상 바른 삶, 성실한 삶,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랬던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바램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의 할머니는 그의 교육을 위해 매일 엄청난 거리를 운전하셨다고 합니다. 손자에 대한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했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에 대한 용재 오늘의 가슴 절절한 그림움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를 알아 갈수록 참 맑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좋은 음악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매일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리처드 용재 오닐. 공연장에서 곧 그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