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다

그래, 우리는 싱글맘 싱글대디다
정일호.박소원 지음/멘토르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싱글대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장가도 안간놈이 엉뚱하게 이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존재라고 믿기에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적인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삶의 어려움, 부모의 이별을, 한부모의 부재를 받아들이며 자라나는 아들 딸 들의 성숙함,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는 너무나 조심스러운 그와 그녀들의 두려움이 잘 나타난다.    

나는 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런지, 한 가정을 단단히 꾸려나갈 수 있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십수년을 달리 살라온 나와 다른 사람과 삶을 섞고 지낼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존재인지를 되돌아 보게 된다.

대한민국 개조론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돌베개

보건복지부 장관을 그만두고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유시민의원이 25일만에 썼다는 책이다. 그가 집필한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를 읽으면서부터 현실사회의 부조리와 몰상식에 눈을 뜨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그의 책은 관심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유시민 의원은 이 책에서 대한민국이 선진통상국가이자 사회투자국가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격하게 노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이 국가 경쟁력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단순히 보조해주는 낡은 복지국가의 역할을 뛰어넘어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초반부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때 이미 불균형적 수출 주도형 경제 정책을 체택하여 지금까지 발전해왔기 때문에 그 흐름을 돌이킬 수 없다는 의견에 많은 공감이 갔다. 그러한 흐름을 받아 들이고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고 읍소한다. 좌빨이라는 욕을 먹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세력에게 욕을 먹으면서도 선도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중반부 이후에는 보건복지분야에 대한 문제점과 자신의 정책을 주로 이야기했는데 정치나 사회 분야에 대한 내용을 기대했기에 조금 아쉬웠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등소평의 흑묘론 백묘론을 떠올리게 하는 견해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이 진보적인가 보수적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의 저서 “Why Not?”에서 자유주의자임을 자처했던 그답게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시민 의원은 민주화 시대에는 국민이 왕이며 자신과 같은 사람을 신하라고 전제한 뒤 남명 조식 선생님의 단성소에 빗대어 국민에게 읍소한다. 이 책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각오를 하면서 ……

“국민은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그의 견해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거대한 보수언론에 의해 국민의 총기가 흐려지는 상황인 경우에 더더욱 국민은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공은 공이요 과는 과다. 참여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비난의 근거는 객관적인 데이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접해온 언론의 입김에 있는 경우가 많다.

몇 십년을 내다보는 건실한 정책을 보수세력의 비열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착착 추진해온 참여정부의 공과 과를 계승하는 세력에게 우리나라를 맡길 것인지, 추진하는데 몇 조가 필요한 정책을 남발하면서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고 기본적인 인격조차 갖추지 못한 의원들로 가득한 세력에게 우리나라를 맡길 것인지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누구나 홀로 선 나무

누구나 홀로 선 나무
조정래 지음/문학동네

누군가 나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다면 나는 서슴 없이 조정래, 안철수 두 사람을 이야기 한다. 그렇기에 다른 책을 읽다가 조정래 선생님의 수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수필을 찾고, 그의 수필을 읽는 시간은 나에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였다.

보통 사람들은 <태백산맥>을 먼저 접하게 되는데 반하여 나는 <아리랑>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언어영역에 취약했던 나는 문학작품을 접할 요량으로 아버지가 읽으시던 <아리랑>을 읽기 시작했고 방학이 끝날 무렵 마지막 12권을 덮었다. 그리고 나는 조정래의 팬이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아리랑>을 두달만에 완독한 이후로 읽기 속도가 현저히 향상되어 언어영역 점수가 20점 이상 상승했다.) 그 후 고등학교생 일 때 <태백산맥>까지 다 읽고 대학생때 <한강>을 다 읽었던 것 같다. 그 뒤로 간간히 출간되었던 <인간연습>이나 <오 하느님> 역시 모두 읽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까?  

이 책은 조정래 선생님의 인생관, 문학관, 사회관이 잘 나타나있다. 왜 문학을 하는가 어떻게 <태백산맥>등의 대하소설을 쓰게 되었는가에 대한 그의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그는 대하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발로 뛰었다. 전 세계를 몇 바퀴 돌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철저히 파헤쳤고 민족의 슬픔을 절절히 함께 했으며 그 것을 소설에 풀어내면서 모진 고초를 겪기도 하였다. (그는 지금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가 정신은 다음 글에 잘 나타나있다.

“진정한 작가란 그 어느 시대, 그 어떤 정권하고도 불화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돼 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는 전혀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나 진보성을 띤 정치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직시하고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작가정신을 고수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를 글감옥에 가두고 평생을 작품에 바쳤다. 그가 쓴 원고지를 쌓아 올리면 키의 3배를 넘는다고 한다. 지금 내게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이 있다면 꼭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지만, 창원집에 있어 후일로 미룰 수 밖에 없음이 아쉽다. 나는 역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 우리가 그의 소설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도 꼭 읽어주었으면 한다. 빨갱이가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그 때 처럼.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안상헌 지음/북포스

우연히 발견한 책을 읽고 저자의 글과 관점이 마음에 들때면 저자가 집필한 과거의 책을 찾아 읽어보곤 한다.  이 책 역시 그렇게 찾게 된 책 중에 하나. 얼마 전에 읽었던 책력이라는 책으로부터 이 책을 찾게 되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이 고작 작년부터이니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배우게 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몰라도 그 동안 책을 읽고 느껴왔던 많은 것들이 이 책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1부에서는 책을 읽는 좋은 습관을, 2부에서는 책을 읽는 나쁜 습관을, 3부는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을, 4부에서는 책에서 배운 것들을 일상 속에 활용 및 실천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있긴 하지만 저자가 주로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책을 받아 들이는 자세”와 “책에서 배운 것들을 생활 속에 실천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편견과 아집을 버리고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작은 것에서도 교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겸허한 자세로 책을 대하고, 책에서 배운 것들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몇년 후에는 지식과 지혜를 겸비하면서도 인격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어 있지 않을까?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 하지 않는다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황대권 지음/열림원

교보문고 분당점을 방황하다 첫 표지에 남겨진 제목과 구절에 흠뻑빠져 구입하게 된 아름다운 책.

사랑의 빛은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랄 때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나오는 빛입니다.
민들레가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야생초가 만발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줄 아는 온갖
꽃과 풀들이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인간의 삶에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정답이 있다면 나는 그 정답에 가까운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 정답은 사회적인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인격을 갖추어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가식없는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따뜻한 배려가 되는 그런 사람. 언제나 누구에게나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사람 중에 그러한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던 아가씨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한마디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두 명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요?”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나를 내세우기 좋아하고 배려심도 부족하다. 늘 지나고 나서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할때면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우울해 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책과 같은 좋은 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통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서두는 저자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묻어난다. 여기서 <야생초 편지>에서 놓친 소중한 구절을 하나 찾게 되었다.

평화란 남이 내 뜻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

모든 인간사의 슬픔과 갈등과 분노는 “남을 내뜻대로 하려고 할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소중한 구절이라 살며 생각하며 두고두고 음미하게 될 것 같다.

책의 후반부를 달릴 수록 물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대안 제시가 주를 이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나로서는 인자하기 어려웠던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 그리고 태생적인 한계에 대해 고찰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생태주의 적인 관점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주장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전원주택에서 자연을 벗삼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자주 오버랩 되었다.

욕심을 버리고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고, 강물이 유유히 흐르듯 부침없이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