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3시간

퇴근 후 3시간
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김혜숙 옮김/해바라기

얇고 가벼워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퇴근 후 3시간을 활용해서 자기개발해야 하는 이유를 일본의 오랫동안 지속된 경기불황에서 찾고 있다. 실업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회사에 모든 것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도의 삶을 살기 위해서 퇴근 후 3시간을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퇴근 후 3시간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활용방안에 대해서 논한다. 어떻게 3시간을 확보할 것인가?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술자리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물음에 대하여 저자 나름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회사에 들어온 직 후에는 일과는 별개로 자기개발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공부를 했었는데 프로젝트에 빠져들고(?) 타성에 젖어 들어가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자기개발을 위한 철저한 자기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늘 반복해서 깨닫게 된다. 그러한 측면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들고 시간관리의 중요성, 자기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 책은 나에게 자극을 주었다.

우리 회사는 생활이 대학원 못지않게 자유롭기에 마음만 먹으면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자기개발을 할 수 있다. 큰 그림을 상상하고 그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점진적으로 부족함을 매워나갈 수 있도록 철저한 목표,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항상 문제는 실천이다.

인상적인 구절을 남긴다.

평소에 공부를 시작하는 ‘의식’을 만들어 놓으면 좋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신다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또는 가벼운 운동을 한다. 작은 일이라도 공부 시작을 알리는 자신만의 신호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면 먼저 어질러진 책상 위를 정리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 이렇게 주변과 일정을 먼저 정리해 마음을 안정시킨 다음 작업에 들어간다. 일과 공부 모두 ‘정리로 시작해 정리로 끝낸다’가 내 지론이다. 책상이 어질러져 있으면 정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남한산성

남한산성
김훈 지음/학고재

지금 다니는 회사에 면접 보던 날 오후 하이힐을 신은 친구와 정장을 입은 나는 남한산성에 나들이(?)를 다녀왔다. 가파른 산성을 오르 내리며 땀을 뻘뻘흘렸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 책을 읽었다. 부끄럽게도 고등학교때 국사공부를 제대로 안했는지 남한산성에 엮인 그 어떤 역사적인 사연도 기억해내지 못한체로 말이다.

김훈의 작품은 <칼의 노래>에 이어 이책이 나에게는 두번째다. 그의 문체는 소재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몰라도 단단함과 간결함 속에 날이 서있다. 간결함 뒤에 남아 있는 여백에 그가 보여주고 싶은 것의 대부분이 숨어 있다고 해야할까?

<남한산성>은 청나라에 기세에 밀려 남한산성에 억류된 조정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밖으로 나갈 수도, 그렇다고 안에서 버틸 수도 없는 진퇴양란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주전파와 주화파의 갈등이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성문을 열어야 할 시간이 다가올 수록 짙어지는 조선 임금 인조의 체념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나라면 의를 따랐던 김상헌과 현실을 직시한 최명길 중 누구의 길을 걸었을까? 결국 인조는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와 청나라의 칸에게 수모를 당하고 세자와 왕자를 청국에 보낸다. 저항으로 목숨을 잃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백성들은 인조의 굴욕과 상관없이 그들의 삶을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이 의문의 정답은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중요한 가치는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이 결정하므로.

네 꿈에 미쳐라

네 꿈에 미쳐라
김상훈 지음/미래를소유한사람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안철수다. 엔지니어로서 혹은 경영자로서 가지고 있는 그의 탁월한 능력 때문에 그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때문에 나는 그를 존경한다. 평생 따라가고 싶은 그의 가치관은 그의 저서 <영혼이 있는 승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우주의 절대적 가치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세에 대한 믿음만으로 현실과 치열하게 만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또 영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살아 있는 동안에 쾌락에 탐닉하는 것도 너무나 허무한 노릇이다. 다만 언젠가는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이 문장을 떠올리며 보상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옳다고 믿는 것들을 지키고 살아가며,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바램을 가져보지만 항상 이기적인 마음이 앞서 실천은 쉽지 않다.

안철수에 대한 책을 대부분 읽어본 나에게 이 책은 조금 아쉬웠다. 나처럼 안철수의 팬(?)인 동아일보 경제부기자가 쓴 이 책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읽으면 적당할 정도의 위인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용자들이 보안 패치를 미리 하지 않아 바이러스 공격에 무차별로 당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안철수는 결국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어야 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으라는 것이냐!”

이책을 읽은 작음 보람이 있다면 안철수 연구소를 떠나 미국에서 유학중인 그가 어떻게 지내는가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낮에는 학생으로 공부하면서 밤에는 벤처캐피탈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안철수의 삶의 과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나에게는 조금 지루한 책이였지만 “왜 의사라는 좋은 직업을 두고 프로그래머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그의 삶을 따라가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항상 성실히 노력하는 자세와 보상을 떠나 가치있는 일에 매진하고자 그가 우리나라에 다시 돌아 왔을 때 어떤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사회에 기여하게 될 지 기대해 본다.

오 하느님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문학동네

조정래는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다. 이미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읽은지 오래 되었고, 그의 신작이 출간될 때마다 꼭 사서 읽곤 한다. 그는 역사의 여백에 숨겨진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우리민족의 애환을 혼을 담아 표현하기 위해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감수한다. 때문에 그는 내게 좋아하는 작가이기 이전에 존경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오 하느님>을 다 읽었을 때, <아리랑>의 마지막 12권의 읽기를 마쳤을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에 구멍이 뻥 뚤린 것 같은 공허함은 오래도록 나를 떠나지 않았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미약한 인간의 작은 소망이 허무하게 무너저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을까?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끝을 그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으며 몽골, 소련, 프랑스등의 넓은 무대를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을 거쳤던 실존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그 이야기가 더욱 애달프게 다가왔다.

흔히 역사는 강한 자를 중심으로 쓰여지며 본의와는 상관없이 그 흐름에 휩쓸릴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묻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수 없이 외침에 시달려왔다. 그래서 더더욱 조상들의 소리 없이 한 많은 삶을 문학으로 끄집어 내고자 평생동안 노력한 조정래의 작품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력

책력
안상헌 지음/북포스

혜민아빠님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후 기억하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최근 <독서의 기술>과 함께 이 책을 구입한 것을 보면, 회사생활에 휩쓸려 책을 가까이 하기 쉽지 않은 환경 탓에 책을 읽어야 하는 당위성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타인에게는 우습고(?) 나에게는 애처롭다. 노력이라는 것은 부족함을 인지했을 때 시작되는 법. 몇해 전 청춘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라”는 길아라 교수님의 가르침을 되네이며 실패의 원인을 나의 부족함에서 찾기로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므로써 나의 부족함을 조금씩 매워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 사회적인 성공에 필요한 지식이나 통창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점점 책을 읽어나갈 수록 내가 배우는 것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인격적으로 미숙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곤 한다. 한번의 배움으로 행동에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끊임 없이 읽고 반성하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내면화 되어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강조하는 내용도 내가 책을 읽으면서 얻었던 이로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끊임 없이 읽고 생각하고 배우는 과정이 사람의 삶을 가치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저자가 책을 대하는 자세는 본받을만하다. 저자의 마음가짐에 대비하여 나는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닌지, 의무감에 책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여전히 책을 읽는 것은 게임을 즐기거나 TV를 보는 것에 비해 부담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도 책이 주는 유익함과 즐거움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도 손에서 책을 놓치 않을 것 같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계속해서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