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짜리 열정

백만불짜리 열정
이채욱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Passion이라는 빨간색의 선명한 글자가 박혀있는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도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항상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책을 워낙 많이 읽은 까닭에 그저 그런책이 아닐까 의심이 되어 구입하기를 머뭇거렸다.

학창시절 시험공부 할때를 떠올려보면 한번 공부하고 난 후에 머리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몇 번을 반복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되어 읽었던 책의 레이아웃까지 머리에 그려지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책을 읽고 배움을 얻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책에서 접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 교훈에는 공통점이 많다. 이 책 역시 내가 다른 책에서 배웠던 여러가지 인생의 교훈들을 들려 주었다. 배움이 반복될 수록 자연스럽게 체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성공의 기준에 대해서는 언제나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성공한 리더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미래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더더욱.

책의 제목은 “백만불짜리 열정”이지만 열정 그 자체보다는 성공한 리더로서 리더를 꿈꾸며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법,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는 방법 등을 읽으며 사회생활을 먼저한 멘토의 따뜻한 충고를 듣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저자의 리더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언젠가 나 역시 리더의 자리에 서게 되면 다시 꺼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
티머시 빅 지음, 김기준 옮김/비즈니스북스

11살의 나이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던 워렌 버핏은 40년 동안 연평균 25퍼센트라는 전무후무한 수익률을 올려 현재 44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워렌 버핏의 단순하고 명료한 투자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것을 이해하는데 베타계수, 옵션 가격결정 모형등의 복잡한 원리는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의 몇 문장으로 그의 투자 원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항상 문제는 실천이 아닐까?

나는 주식투자에 관해서는 두 가지만 제대로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식의 시장가격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가치를 따라가게 되어있다는 것이 워렌 버핏이 주장하는 가치투자의 기본 전제다. 하지만 여기에는 변수가 존재하는데 바로 시장을 형성하는 투자자들의 비논리적인 움직임이다. 워렌버핏은 그 틈을 이용해 단기적인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투기꾼이 되는 것이고, 미래의 수익이 꾸준히 보장되면서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그다지 복잡할 것 없는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과 그 효용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 주가가 적정수준인지를 판단하는 방법등이 수치를 포함한 상세한 예를 통해 잘 설명되어 있다.

기억에 남는 교훈 중에 하나는 투자 심리를 타석에 선 타자의 입장에 견주어 설명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던 워렌버핏의 신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한데, 야구에서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인지 아닌지 헤깔릴 때 공을 흘려보내는 것이 볼을 스윙해서 아웃당하는 것보다 낫다. 단지 스트라이크가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주식투자의 경우 헤깔리는 공은 얼마든지 흘려보낼 수 있다(아웃이 없으므로). 확실히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때려야 손해를 보지 않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성급한 마음에 확실하지 않은 주식을 매입하고 손해를 입는다.  

요즈음 거침없는 종합주가지수의 상승을 바라보며 나는 이 교훈을 떠올린다. 2분기 조정을 기다리고 있는 나로서는 마치 지금의 주가 상승이 무수히 많은 스트라이크성 공을 흘려보낸 것 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는 2분기가 지나간 후에야 알 수 있는 일. 실제로 조정이 다가온다면 나는 적어도 안타를 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아웃을당한 것은 아닐테니 다음 기회를 봐야겠지.

자기설득파워

자기설득파워
백지연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나이스 포스>를 선물 받으면서 덤으로 따라온 책이긴 하지만 몇 만원을 주고 샀더라도 아깝지 않았을만큼 나에게 소중한 것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이런시절의 나 역시 성공을 꿈꿨다. 왠지 모르겠지만 꼭 큰 일을 해서 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만약 내가 평범한 삶을 생각했다면 지금쯤 선생님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선생님 되는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지만.)

꿈은 이루지 못하는게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라 했다. 나이가 들면서 꿈은 점차 작아지고 생각없이 살다보면 지겨운 일상 너머의 주말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삶을 살기 마련이다. 어떤 계기기를 통해 잠깐 에너지를 분출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나는 살면서 수없이 반복해왔다.

항상 궁금했다.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열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열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저자가 가졌던 의문도 이와 동일했다.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소개하는 책은 굉장히 많다. 책의 의도대로 나는 순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지만 금방 시들고 만다. 반면에 이 책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를 설득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중도에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끊임 없이 가져갈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자기설득기제(SPM)이라는 개념을 통해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거창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단적으로 말하면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될 때 스스로를 설득해서 해야 할일을 선택하게 만드는 힘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끊임없이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와 같은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초심을 지켜나갔으면 한다.

학문의 즐거움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김영사

해외유학후 대학교수를 꿈꾸던 꿈많던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책이다. 대학원 시절 다시 읽고 싶어서 집을 샅샅히 뒤졌으나 찾지 못했던 것을 올해 이사간 집에 한달만에 찾아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분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읽기 위해 가져왔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을 받은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이 책을 통해서 삶과 학문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삶을 전한다. 이 책이 평범한 나에게 더 와닿았던 것은 스스로가 평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할 각오를 통해 끝까지 해내는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태도가 감명 깊었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불가능은 없다고 믿고 싶었던 시절에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학문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언제나 삶의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학문 자체에 대한 것 보다도 더 큰 삶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과 억측을 구분하며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 을 수 있었고,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이 생각하라는 소심의 마음은 창조 혹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연구자가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임을 알 수 있었다.

다시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배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사람은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하여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지혜를 얻기 위하여 배운다고 하였다. 살아 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 지혜임을 깨닫는다면 하루하루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싶다.

다음의 한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은 끝까지 해내는 그의 끈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에 부딛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두세 배의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 것이 보통 두뇌를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빨간 신호등

빨간 신호등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

이 책까지 읽음으로써 홍세화님의 대부분의 저서를 모두 섭렵한듯 하다. 이 책은 1999년 5월부터 2003년 4월까지 <한겨레>에 실린 칼럼을 모은 것이다. 처음 2년 반은 그가 프랑스 땅에 머무르며 쓴 글이고 나중 1년 반은 영구 귀국한 후에 쓴 것이다. 정치와 사회현실에 무관심했던 옛날(?)의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좀 더 재밌게 읽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한편 반대로 몰랐던 사회현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보람있는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일관성을 지니기에 그의 다른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의 생각을 마치 요점정리를 읽는 것처럼 책 한권에서 밀도있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정된 매수에 시의성을 고려한 사회적 발언을 담아야 하는 칼럼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간결하고 직설적으로 현실문제를 비판하는 모습은 여느 다른 저서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강렬함에서 차이가 있었다.

누가 나에게 정치성향을 묻는다면 나는 스스럼 없이 좌파라고 말한다.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김구 선생님의 바램처럼 나는 우리나라 잘사는 나라가 되는 것보다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바란다. 차가운 자유 경쟁의 논리보다는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일상화된 사회가 되길 바란다.

나는 누군가의 정치성향이 좌파인지 우파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의 생각과 성향은 제각기 다를 것인데 다만 그 것이 사익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공익을 고려하고 있는지는 꼭 따져보아야 한다. 공익을 전제로 좌파와 우파가 머리름 맞대고 성숙한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부딛힐 때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철저히 배척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수구세력이다. 홍세화님의 수구세력에 대한 거침없는 하이킥을 볼때마다 나는 궁금하다. 그의 논리에 대해 수구세력은 무어라 반박할 수 있을까? 다른 문제를 끄집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거나 힘의 논리를 사용하는 구태를 여전히 반복할까? 특히나 수구언론의 눈가림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