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막 7장 그리고 그 후

7막 7장 그리고 그 후
홍정욱 지음/위즈덤하우스

난 자서전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그 자서전이라는 것이 겸양이 미덕을 저버렸다 하더라도 나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도 그런 측면에서 홍정욱의 <7막 7장>은 독자의 선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자서전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오래전 <7막 7장>을 보았을 때는 그가 유학시절 초에 이를 악물고 노력했던 그 과정을 감동적으로 바라보았다면, 이번에 다시볼 때는 그가 가지고 있는 소명의식 그리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내 삶의 의미와 목표를 생각해보았다. 궁긍적인 목표가 이웃과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삶의 목표를 “행복”이라 설정한 사람들에 대하여 진취적이지 못하고, 약하고, 이기적이고, 작은 삶의 모습으로 생각하는 것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한사람의 삶이 꼭 원대한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는 삶을 위하여” 끊임 없이 스스로를 컨트롤 하면서 달려온 그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삶이 쉽지 않았음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7막 7장>을 다시 읽기 위해 이 책을 구입했다기 보다는 “그 후”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구입했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짧게 서술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꿈많던 어린시절 이 책을 읽은 여느 어린 학생처럼 설레여 하며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옛날을 추억할 수 있었기에 좋은 시간이였다. 책 읽는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문장을 소개하며 급하게 독후감을 정리할까 한다.

모든 일에는 어찌 그리 합당한 이유와 목적이 있는 것인지
아, 삶의 구석구석이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서른의 당신에게

서른의 당신에게
강금실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는 강금실이라는 사람을 좋아한다. 2년을 동고동락했던 순일이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보아온 장관으로서 강금실, 서울시장 선거의 후보로서의 강금실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그런 진솔한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

여하튼 책을 논하자면 여느 자서전처럼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삶에 감탄하게 하거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의 책이 아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삶속에서 겪었던 몇가지 경험을 통하여 삶에 대한 그녀의 성찰을 잔잔히 그리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전에 <대한변호사협회신문>이나 <시민과 변호사> 등에 실렸던 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최근 그녀의 생각과 느낌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했다. 사람의 삶에 대해서 또 우리가 늘상 마주하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그녀가 생각하는 삶의 이치를 나의 그것과 비교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그녀의 대단한 필력이다! 문학적 감수성이 묻어 나오는 그녀의 문장을 마주하면서 가끔 블로그에서나마 어설픈 글을 전개하는 나는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그녀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항상 그녀의 삶의 진실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그리하여 그 올곧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전하게 되기를 …

천개의 공감

천 개의 공감
김형경 지음/한겨레출판

알라딘 RSS에서 줄기차게 인문학 분야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고 또 한겨레출판이라면 믿을만 해서 과감히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심리 치유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소설가 김형경이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정신분석’을 통해서 해결해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 알기”, “가족 관계”, 성과 사랑”, “관계 맺기”로 총 4개의 파트로 이루어져있지만 뭉뚱그리면 결국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현재에는 나름의 답을 찾아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도 언젠가 한번쯤 했을 법한 고민들 혹은 앞으로 가지게 될 고민들이 잘 나타나 있고 저자는 그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해준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진짜 친구라고 했던가?

저자는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고민의 원인을 분석할때 문제의 근원을 유아기에서 찾는다. 유아기에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느냐 아니냐가 한 사람의 자아를 결정하는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가 제목을 “천개의 공감”이라고 지은 이면에는 그만큼 ‘정신분석’에 대한 저자의 신뢰가 묻어 나오는 듯 하다.

아직 혼자라서 조금 외롭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정신적인 문제 없이 항상 현재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한다.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미래의 내 아들 딸들에게 그 사랑을 물려줌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 것이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한국경제신문

참으로 사연이 많은 책이다. 이 책을 산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인데 내가 읽기 전에 지연누나가 빌려갔다. 그런데 이윤준 교수님이 이 책을 빌려가셔서 깜깜무소식이었다. 결국은 한참 후에 새책으로 사주셨고 지연누나가 읽은 후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리뷰를 쓰는 지금 이 시점에 책의 표지가 세련되게 바뀐 것을 보면 적잖이 시간이 흘렀나보다.

워낙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중시하고 좋아해서인지 몰라도 읽는내내 다소 따분했다. 아무튼 책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전개된다. 먼저 우뇌와 좌뇌의 역할에 대하여 논한다. 좌뇌는 순차적이고 분석적이며 우뇌는 큰 조화를 이루는 능력,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사회는 육체적 능력이 중시되던 사회에서 좌뇌의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는 우뇌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의 근거로 저자는 “풍요”, “아시아”, “자동화”를 들고 있다. 단어만 듣고도 누구나 대략 예상되는 흐름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내가 속해 있는 전산분야를 예를 들면 인도의 저렴한(?) 프로그래머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철저히 서양중심적인 사고관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는 좌뇌형 직업인 프로그래머보다 또다른 우뇌형 직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설득력을 더한 후에 저자는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을 제시한다. 각각의 조건에 대하여 수많은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에서 철저히 좌뇌형 인재로 분류하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이제 막 시작한 나로서는 좌뇌형 능력을 갖추기에도 급급한 상황이지만 항상 숲을 바라보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데에는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청어람미디어

이 책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서재를 마련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신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정도로 지식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대학원에 있을때 정한형이 잠깐 책을 보여주셨는데 그때 본 다치나바씨의 고양이 빌딩을 보고 감탄한 후 꼭 이 책을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책을 접할 수 있었다.

다치바나씨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독서론,서재론을 거쳐 마지막으로 그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독서론, 독학론인 것 같다. 사회적 문제,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분야 등 그의 지적활동의 범위는 거침없이 넓고 깊어졌는데 그는 새로운 주제를 접할 때는 그 것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감없이 책장 한권 분량이상의 책을 읽어냈다.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앞두게 되면 그 전문가가 저술한 모든 책을 모두 읽고 가는 그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재밌는 것은 그의 서재론인데 자신의 지적 작업을 도와줄 한명의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에는 그의 서재이자 작업실인 ‘고양이 빌딩’의 전경사진을 포함하여 건물 내부의 구조의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고양이 빌딩’의 존재 자체가 이미 다치바나씨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치여살다보니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 오랜만에 독서에 자극을 주는 책을 만나서 좋았다. 연구실에 복귀하여 평온한 일상을 찾은 만큼 다시 책의 세계로 빠져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