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따라라서 좋다

딴따라라서 좋다
오지혜 지음/한겨레출판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에서 배우 오지혜의 인터뷰 특강을 접하며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무당의 후예라고 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딴따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궁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겨레 21>에 연재된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즉 이 책의 컨셉은 ‘딴따라가 만난 딴따라’였기에 ‘딴따라’의 감성을 통해 ‘딴따라’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이다. 인기를 쫒는 ‘연예인’이 아닌 예술 그 자체가 좋아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좋아서 나름의 혼신을 다하고 있는 ‘딴따라’들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배우 오지혜의 솔직함이 곳곳에서 묻어나와 읽기에 좋았다. 어쩌면 인터뷰 당한 상대 ‘딴따라’가 이 책을 읽으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는(?) 그녀의 생각과 감상도 가감없이 온전히 옮겨놓았다. 뿐만 아니라 ‘딴따라’와의 인터뷰로 부터 깨닫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꼭 하고 싶은 연극을 위해 자비를 털거나, 연극으로 생계를 잇기 힘들어 정수가 판매원을 했던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책 읽는 내내 연극에 열정을 불사르는 많은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서울에 가면 꼭 한번 연극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때 교양으로 들었던 ‘공연과 예술’ 수업에서 기말고사 시험 때문에 딱 한번 대학로에서 연극을 본적이 있다. 지금도 눈앞에서 펼쳐졌던 연극배우들의 소름돗는 연기를 기억한다.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조엘이 엄선한 소프트웨어 블로그 베스트 29선
조엘 스폴스키 지음, 강유.허영주.김기영 옮김/에이콘출판

<조엘 온 소프트웨어>는 자신의 블로그에 썼던 글 중에 괜찮은 것을 선별해 책으로 엮은 것 이라면, 이 책은 IT업계에 잔뼈가 굵은 고수(?)들의 블로그에서 조엘이 추천하는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29가지의 이야기에 앞서서 조엘은 자신의 느낌과 경험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를 제시한다. 아직 개발자로서 일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그다지 와닿지 않아서 읽지 않고 넘어간 부분도 있었지만, 곧 나의 생활이 될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릴 수 밖에 없었다.

프로그래밍의 스타일 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자체에 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외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개발자에게 일주일에 90시간 일을 시키는 것은 높은 이직율로 인하여 오히려 손해라던가, 팀 보상제도와 같은 주제가 오히려 더 재밌었다. 27번째 이야기인 ‘직원 채용에 대한 제언’은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어떤 개발자로 성장해야 하는가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1. 이 지원자가 다른 팀원은 갖지 못한 무언가를 팀에게 가져다 줄 수 있습니까?
2. 이 지원자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까?
3. 이 지원자는 자신의 단점을 알고 있으며, 이에 관해 기꺼이 밝혔습니까?
4. 이 지원자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을 수 있으며, 맡은 일을 충실히 처리해 제품을 완벽히 만들 수 있겠습니까?
5. 이 지원자는 ’10배속 코더’입니까?
6. 이 지원자는 좋은 학교 컴퓨터 공학과 출신입니까?
7. 이 지원자가 박사 학위를 소지한 경우, ‘상품화 능력’을 갖춘 희귀한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습니까?
8. 이 지원자는 상용 제품 개발팀에서 일한 경력이 있습니까?
9. 이 지원자는 코드를 잘 짭니까?
10. 이 지원자는 여가 시간에도 코드를 작성할 정도로 프로그래밍을 사랑합니까?

대한민국사 3

대한민국사 3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 이후에 출판된 책이라 비교적 요즈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재밌게 읽었다. 1부 변절과 변질의 역사에서는 특히 한나라당 김문수, 이재오 의원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아니 흥미롭다기 보다 씁쓸했다.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김문수 의원이 노동운동을 탄압하던 세력이 운집해 있는 당에 들어가서 1997년 노동법 날치기에 앞장섰던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부에서는 과거청산의 중요성을 독설한다.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과거청산을 하지 못했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려던 양심적 인사들이 친일파에 의해 거꾸로 청산당했다. 뿐만아니라 국가기관에 의해 발생한 각종 의문사 또한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나마 국정원이 2004년 11월,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발족하여 진상규명을 통한 과거청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3부에서는 2004년 대통령 탄핵사건을 통해 현재의 수구와 진보의 역학관계를 진단하고, 4부에서는 간첩에 관한 웃지 못할 코메디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군대이야기와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에 대해 공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집총을 강요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병력은 과잉 상태에 있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사 1, 2, 3권을 모두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배우고,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는 –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겠으나 – 지배세력에 의해 날조된(?) 역사라는 것이다. 후손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우리 개개인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한겨레출판

매년 한번씩 열리는 한겨레 21의 인터뷰 특강을 엮은 책. 지난 번 <6인 6색  21세기를 바꾸는 상상력>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교양을 쌓기 위한 지름길을 만난 것과 같았다. 이번 책 역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사회이면의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배움의 즐거움이 쏠쏠하였다.

이미 다른 책으로 친숙해진 홍세화, 한홍구님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기 시작했다. 홍세화님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적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그동안 손에 잡히지 않았던 진보의 개념을 어느정도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항상 물신을 쫒는 것이 아닌 자아실현을 강조한 홍세화님의 이야기는 다음 구절에 잘 나타나있다.

한 번밖에 없는 삶을 어떻게 꾸려 나갈지는 결국 개개인의 철학과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사회문화적 소양에 대한 끊임없는 모색과 성숙, 남이 소유한 것과 내가 소유한 것을 견주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를 지향하는 끊임없는 긴장이 요구된다는 생각은, 제가 자신에게도 항상 되새기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여기 계신 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자기 존재에 미학을 부여하시기 바랍니다.
<21세기를 바꾸는 … > 시리즈를 읽게 되면 항상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 지배세력에 의해 의식화되어 버린 –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교양편에서는 특히 하종강님을 통해 노동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노동운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노동문제가 당장 내년에 취업할 나의 문제임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좋은 대우를 받고 있으면서도 단체행동으로 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사익을 챙기려는 노동운동이 없진 않으나, 노동문제가 노동자의 당영한 권리를 되찾는데에 그 본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마지막으로 다우드 쿠탑님의 인터뷰에서는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시각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미국의 언론 통제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임을 알 수 있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제사회가 개입하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도착한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이 기대가 된다. 그 책에서 또 어떤 세상의 진실을, 지식인의 성찰을 접할 수 있을까? 언제 기회가 된다면 한겨레 21의 인터뷰 특강에 참가하고 싶다.

가로세로 세계사 2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고등학교때 세계사라는 과목을 굉장히 싫어했다. 내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했는데 복잡한 세계사의 흐름을 달달 외우는 것은 지겹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스스로 알고 싶어서 역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공부의 필요성을 알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 좀 더 탄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뭐든 억지로 하는 것은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가로세로 세계사 2권은 동남아시아 여러나라의 역사를 소개한다.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 라오스. 이 책만큼 쉽게 동남아사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우리는 아마 동남아시아를 우리보다 못살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그들도 외세의 침략을 받기 전에 제국을 이루었고 번성했으며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근대사는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외세로 부터 독립후 이념논쟁과 군부독재 시절을 거쳐 민주화를 이룩하였다는 점이 너무나 똑같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경이 외세가 점령한 지역을 따라 그어졌다는 사실이 그들의 어두웠던 근대사를 말해준다. 그들과 우리의 역사를 들춰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행히도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아직도 독재자의 아집과 욕심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이 권리를 되찾아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