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회고

2017년의 마지막 날 지난 일년을 돌아본다. 요약하면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잘 해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파트 리더 역할을 처음 수행하면서 스트레스가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사람들의 회사생활이 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일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개인의 삶을 일부 포기하며 노력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회사를 오가는 시간이라도 즐거워야한다는 생각에 차를 크루즈5에서 320i로 바꿨다. 기대했던대로 출퇴근 시간은 늘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장마철이 되자 옷이 잘 마르지 않아 쉰내가 났다. 회사 일도 힘든데 쉰내나는 옷을 입고 다니자니 너무 우울해 전기 건조기를 구입했다.

긴장한 상태로 몇 시간 연속으로 앉아 일을 하다보면 물 섭취량이 부족해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마트에서 매번 생수를 사는 것도 피곤한 일이어서 정수기를 구입했다.

마지막으로는 4년 반 쓴 맥북에어를 맥프레로 바꿨다.

모두 오래 고민하고 감행한 지출이라 후회는 없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절실했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의 힘든점만 언급했지만 파트 리더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은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파트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즐겁게 회사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무엇보다도 파트 리더를 하면서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리더가 아닌 구성원이 주인공이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고 싶었다. 좋은 구성원과 함께 노력한 덕분에 어느정도 좋은 문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개인 공부도 그럭저럭 열심히 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의 전반부를 공부해 팀 세미나를 한 것을 계기로 스터디가 형성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 공부하고 있다.

Coursera에서 Andrew Ng 교수님의 Machine Learning 강의를 들었고, Youtube에서 김성훈 교수님의 모두를 위한 머신러닝/딥러닝 강의를 들었다.

『골빈해커의 3분 딥러닝』은 혼자서 공부했는데 텐서플로 코드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론부터 코드까지 공부는 이제 충분히 한 것 같고, 내년에는 개인적인 연구에 혹은 업무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볼 생각이다.

영어 공부와 관련해서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구입해 100일치 에피소드를 외웠다. Alexa Skill까지 만들어 자주 듣고 복습하고자 했는데 기대만큼 잘 되진 않았다. 2018년에는 처음부터 누적해서 다시 외워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하반기에는 주5일 오전 7시부터 10분씩 YBM 전화영어 수업에 꾸준히 출석했다. 매일 오전 7시 전에 회사에 도착해서 전화영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도움이 많이 되어서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들을 생각이다.

38권의 책을 읽었다. 50권 이상 읽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2016년 29권 보다 많이 읽은 것에 만족한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소설의 재미와 가치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1. 부하직원이 말하지 않는 진실

  2.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 숨결이 바람 될 때

  4. 대한민국이 묻는다

  5. 그릿

  6.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7.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8. 완벽한 공부법

  9. 카네기 인생과 직업

  10.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11.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12. 죽음의 수용소에서

  13. 언어의 온도

  14.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5.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16. 기사의 편지

  17. 82년생 김지영

  18.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19.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20. 삼십살

  21. 프랭클린 자서전

  22. 그리스인 조르바

  23. 청춘의 문장들

  24. 다녀왔습니다

  25. 7년의 밤

  26.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27.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 디지털 노마드

  28.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29.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30.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31. 정신자살

  32. 기브앤테이크

  33. 종의 기원

  34. 공터에서

  35. 딥워크

  36. 내 심장을 쏴라

  37. 데미안

  38. 남아 있는 나날


57편의 영화를 봤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많지만 영화관에서 본 덩케르크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1.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 판도라

  3. 빅 피쉬

  4. 더 킹

  5. 싱글라이더

  6. 패신저스

  7. 딥워터 호라이즌

  8. 공조

  9. 미씽: 사라진 여자

  10. 로건

  11. 동주

  12. 레지던트 이블 6

  13. 재심

  14.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15. 해빙

  16. 보통사람

  17. 프리즌

  18. 겟 아웃

  19. 히든 피겨스

  20. 임금님의 사건수첩

  21. 보안관

  22. 옥자

  23. 얼라이드

  24. 케빈에 대하여

  25. 덩케르크

  26. 인셉션

  27. 노무현입니다

  28. 블리드 포 디스

  29.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30. 라스트 홀리데이

  31. 나쵸 리브레

  32. 파이트 클럽

  33. 살인자의 기억법

  34.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35. 진격의 거인 파트1

  36. 진격의 거인 파트2

  37. 택시운전사

  38. 뷰티풀 마인드

  39. 블레이드 러너

  40. 킹스 스피치

  41. 그래비티

  42. 블레이드 러너 2049

  43. 아이 캔 스피크

  44. 대장 김창수

  45. 닥터 스트레인지

  46. 특별시민

  47. 엽문3

  48. 범죄도시

  49. 남한산성

  50. 희생부활자

  51. 라이프

  52. 킹스맨: 골든 서클

  53. 혹성탈출: 종의 전쟁

  54. 강철비

  55. 스파이더맨: 홈커밍

  56. 인투 더 와일드

  57. 웰컴 투 마이 하트


9월 초 안식휴가 기간에 내소사 템플스테이 다녀온 것이 올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를 잠시 빠져나와 3박 4일동안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긴 시간 책 읽고, 산책하고, 생각하고, 글쓰며 남과 다르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소사에서 下心을 배운 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욕심이 많았다. 초보 파트 리더로서 본분에 충실했어야 했는데, SW 면접관으로 활동했고 아키텍트 멘토링에 참여했으며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사내강사도 하려고 덤볐다. 들어오는 일들을 너무 의욕적으로 수용해서 구성원들을 힘들게 했고, 일을 처리해내는 속도와 양으로 승부를 본 한 해였다.

내년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다. 우직하게 노력하기 보다는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잘 활용하여 고생하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18년 회고에서는 더 많은 성취와 더 큰 만족감을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7년 2월 회고

올해는 종종 회고라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오늘을 살기 위해서…

2017년 2월은 오롯이 회사에 바쳤고 솔직히 힘들었다. 2016년 12월부터 PL(파트리더)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담을 많이 느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고민했다. 소프트웨어 조직의 리더 혹은 관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오래전부터 고민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감안해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서버 개발이었지만, 작년에 하던 앱 개발 프로젝트의 연장선 상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동기부여를 끌어내기 어려운 여러 프로젝트의 개발을 맡아 홀로 진행하다보니 PL이 된 이후 개발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어떤 날은 2~3개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하면서 Android-Java, AWS-Python을 오갔다. 시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졌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구성원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구나 PL을 맡아도 즣을만큼 성숙한 mindset과 attitude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며 어려운 시기를 잘 해쳐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프로젝트가 정리되는 3월 말, 4월 초부터는 구성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성장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상상을 종종 한다. 3월에는 여유가 허락되면 좋겠다. 아무튼 따뜻한 봄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What makes us feel good about our work?

TED: What makes us feel good about our work?

레고 조립 실험, 종이 접기 실험, 이케아 가구 조립 경험 등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동기를 얻는지를 설명한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가치 있는 일인가? 일에 의미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 노력이 필요한 일인가? 그 일 안에 나의 존재를 드러낼 공간이 필요하다.

시애틀의 큰 소프트회사(아마도 아마존?) 사례에서 아무런 설명 없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을 때, 엔지니어들이 느끼는 감정은 작년에 우리가 느꼈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왜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는지 설명하고 사과한다거나, 노력의 결과물이 다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더라면 작은 노력으로도 직원들이 동기를 잃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를 비교한 내용이 재밌었다. 산업 사회에서는 아담 스미스의 분업을 통한 효율성 추구가 적합했지만, 지식 경제 사회에서는 칼 마르크스가 강조한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래된 메모를 읽으며

안드로이드폰에서 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오면서 아이폰5를 사용하던 시절에 작성했던 메모를 읽어보게 되었다.

최근의 경험으로부터 앞으로 내가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2013년에 작성한 메모를 읽어보니 그 때에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어떤 회사에 다니고 직위가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중요하다. 프로그래머라면 소프트웨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내가 어떤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매순간을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꿈 내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세상에 남기기

현재의 조건을 원망하거나 과거를 후회하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하자.

부처님의 법은 나에게만 적용해야한다. 다른사람에게 적용하려고하면 비수가 된다.

독서와 사색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힘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이루려고 생각하지말자. 조금씩이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멈추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조금더 의미있고 생산적인 삶을 살기위해서 차분히 책을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야한다.

난 음악을 들으며 프로그래밍할때 제일 행복하다.

조용한 곳에서 스탠드를 켜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을때 나는 행복하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 검토

알고 있는 것으로만 그친다면 3년 후에도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겠지. 무엇이 다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생각하고 일기를 쓰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을 돌아보며

2015년을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운도 많이 따른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괜찮았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신입사원 과정에서 지도선배로 활동했다. 제법 긴 시간 강의를 해야했기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 과정도 수료했는데, 내가 강의하는 모습을 녹화하여 다시 보는 순간은 정말 곤욕스러웠다. 1주일의 짧은 시간동안 신입사원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지금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5~6월에 다시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늦은 밤 잘 모르는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모습에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들을 생각하며 회사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다. 내가 더 얻은 것이 많은 셈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씩씩하게 회사생활하길 바란다.

평생 속을 썩이는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연초에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Grammar in Use Intermediate를 완전히 내 것이 될때까지 세번 반복하여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번 공부하는 정도에 그쳤다. 목표를 달성하진 못하였지만 포기하지않고 한번이라도 다 마쳤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단순히 문법을 공부했다는 느낌보다는 영어를 제대로 쓰는 법을 배웠다는 느낌이 컸고, 굉장히 실용적인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 세번째 공부까지 마치면 영어가 꽤 편해질 것 같다.

업무적으로는 자사 스마트 가전 플랫폼을 외부 업체 플랫폼과 연동하는 서버 개발업무를 진행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첫 번째는 상용 수준의 서버를 처음 개발해봤다는 것, 두 번째는 협업을 위해 영어를 사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성장을 위해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학위를 딴 동료들이 있어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다보니 기회를 많이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버 개발 업무는 예상했던대로 매력적이었고 재미있었다. 개발 도메인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9월 초에는 아내와 함께 6박 7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연애시절부터 함께 여행을 참 많이 다녔는데 언제나 빡빡하게 짜여진 나의 계획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 여행은 여유를 테마로 잡고 렌트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차로 이동했다면 느낄 수 없었던 순간들을 만끽하며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겼다. 숙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기도 하고, 바다 소리 들으며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제주도에서 살면 어떨까?’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각해봤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궃은 날씨, 섬이 주는 고립감이 나를 우울하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의 여행지로 제주도는 너무나 멋진 곳이다. 1년에 한 번쯤은 아무런 계획없이 제주도에 들르고 싶다. 그래야 할 것만 같다.

8월에는 사내 코드잼이 예선에 참여하여 주말에 집에서 4개의 문제를 풀었는데, 난 참 머리가 나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종일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문제는 결국 large set을 풀지 못했다. 월요일 출근해서 문제를 풀기 시작한 동료가 반나절만에 large set까지 풀어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본선 진출 기준이 그리 높지 않은 덕분에 오프라인 본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본선을 앞두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노력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패배감에 굴복했다. 부담감에 본선을 망치는 꿈까지 꾸면서도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본선 당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머리가 멍해서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주어진 5시간만은 최선을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나의 장점을 잘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알고리즘 문제를 잘 풀진 못하지만, 운이 좋아 평범한 풀이 방법이라도 생각해냈다면 빠르고 정확하게 프로그래밍 하는 것. 예선보다 본선문제가 쉬워서 전략은 제대로 먹혔고 턱걸이 점수로 코딩 전문가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덕분에 고사양 노트북을 상품으로 받았고, 실리콘벨리 탐방을 다녀왔다. 실리콘벨리 회사들을 방문하여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데 별도의 글에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방통대 경제학과 2학년으로 편입하여 2007년 대학원 졸업 후 정말 오랜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상반기부터 불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여 공부를 시작한 아내의 영향이 컸다. 학과 선택에 있어 고민이 있었는데,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는 정보통계학과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따라서 경제학과를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학기 중간에 예정에 없던 실리콘벨리 탐방을 다녀오면서 강의가 밀려 시험기간에 상당히 고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경제학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방통대 강의, 교재를 공부하는 요령이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다음 학기에는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게 힘들다보니 가끔은 마음껏 공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스스로 시작한 공부는 마라톤과 비슷하다. 달리고 있을때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가도 완주하고나면 다음 마라톤을 기다리게 된다. 지금 나는 다음 학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5년에는 유난히 퇴사한 동료가 많았다. 회사 분위기가 안좋았고, 한편으론 개발자에게 좋은 기회가 많았다. 개인적으로야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함께했던 시간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이 남아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노력으로 일군 것 보다는 주어진 것이 많았던 한 해였다. 살면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운의 총량은 동일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2016년은 운을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한다. 2016년을 돌아볼 때는 스스로 일군 것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