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보내며…

오늘이 2010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요즈음은 정신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평택에서 3주째 합숙생활을 하며 제품 개발 마무리의 여념이 없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2010년의 마지막 날이라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진 덕분에 집에서 차분히 이 글을 씁니다.

2010년 정말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삶에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2010년은 한참을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는 계기가 되는 한해였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3년동안 다니던 S/W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전자 대기업에 취업하여, 그 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백지에서 새로 시작해야했습니다.
생소한 분야였기에, 모르는 것이 많았기에, 많이 배우고 싶어 적극적으로 일을 맡아서 진행했고, 대기업인 만큼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고 일도 배우고 이룬 것은 적지 않지만… 개인의 삶은 완전히 잃고 살아야 했습니다. 아직도 한달 정도는 더 달려야 진정 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때문에 저에게 2010년 12월 31일은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이 바로 저에겐 2010년 12월 31일입니다.
매년 마지막 날은 한해동안 읽은 책을 정리하는 기회를 가졌지만, 올해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때문에 부끄러워 그만두렵니다. 2011년이면 제 나이도 서른입니다. 서른이라는 숫자가 아직 그리 와닿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꿈을 잃고 살아가기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옵티머스Z를 선택한 이유

아이폰4로 시끌벅적한 요즘입니다. 쌩뚱맞게도 저는 옵티머스Z를 선택하여 사용한지 2주 정도되었습니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하였기에, 만족하며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옵티머스Z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자인 
안드로이드 버전이 같다면 일반적인 용도로 판단해 보건데 기능성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디자인을 제일 먼저 따져보게 되었죠. 몇달 전에 회사 내에서 개발 중인 옵티머스Z를 보았습니다. 그당시에는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그런 특색없는 폰이라고 생각했으나, 완성된 제품을 보니 느낌이 확 다르더군요! 사고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었습니다.
2. 크기 
3.5인치 액정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즘 추세에 비추어 봤을때 작다고 이야기 합니다만, 저는 이 크기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는 최적의 사이즈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안드로이드폰의 해상도는 480 * 800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 정보의 양은 3.5인치나 4.0인치나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시력이 좋아서 해상도가 같다면 작은 화면을 선호합니다. 픽셀이 작은 쪽이 더 선명하거든요. 
3. T맵
3G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반영하는 네비게이션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IQ500은 TPEG을 사용하여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항목은 옵티머스Z의 장점이라기 보다는 KT-아이폰 대비 SKT-안드로이드폰의 장점이라고 보는게 맞겠네요. 
4. 안드로이드
저는 안드로이드폰 개발자입니다. 안드로이드 UI에 훨씬 익숙하고, 안드로이드를 좋아합니다. 아이튠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SD카드를 통해 자유롭게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 바탕화면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는 점, Java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 등등 때문에 아이폰OS보다 안드로이드를 좋아합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팟 셔플, 아이팟 터치, 맥북, 아이맥 구입 및 사용 경험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맥의 흐릿한 한글 폰트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5. LG
타사제품을 써보는 것도 훌륭한 자사제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로열티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자사제품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정리해보면 옵티머스Z를 선택한 이유는 주로 ‘디자인’이였던 것 같네요. 2주 정도 사용해본 결과 소소한 버그를 발견하기도 하였으나,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안정적으로 빠르게 동작합니다. 올해 말 프로요로 업데이트 되면 한층 더 좋아지겠죠!

미국 출장 후기

3주간의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그 다음날부터 3일 연속 밤 12시를 넘기는 강행군을 무사히 마치고, 실로 오랜만에 한가로운 일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토요일도 출근 …)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미국 출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간단히 남기고자 합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의 Guest Lab.이라 불리는 공간에서 일했습니다. 근무환경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다만 수시로 엔지니어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 집중하기 어려웠지요. 그리고 막내로서 미국 현지에서 서버관리, 소스관리등의 업무를 수행하다가 하루의 절반을 보내게 되는 일도 다반수였습니다. 딱히 제가 직접 현지 엔지니어들과 소통할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봤을때 일의 효율은 한국에서보다 떨어졌던 것 같네요.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회사분들이 현지 엔지니어와 자유롭게(?) 영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언어 능력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깨달음이 실천적인 노력으로 발현되길 바랍니다. 
언어
제 영어실력은 그저 그렇습니다. 특히나 회화 능력은 형편없지요. 일하면서 영어를 쓸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웠습니다. 의사소통하는데 힘은 들었겠지만, 영어로 일을 진행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식당에서나 호텔 로비에서 영어를 써볼 기회가 있었는데, 날이 갈 수록 두려움이 없어지더군요. 처음에는 영어 잘하는 분께 의존하다가 나중에는 재미삼아, 경험삼아 혼자가서 말을 걸어 보기도 했습니다. 기술적인 영어구사 능력도 중요하지만 생활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번 출장을 계기로, 영어를 잘 못한다는 사실로부터 자존심을 많이 상해서, 평소에 꾸준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어는 정말 필요한 언어더군요.
음식
대부분의 식사는 회사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마치 마르쉐같은 인테리어로 꾸며진 공간에서 음식을 골라 계산을 하고 원형탁자에 먹었죠. 처음에는 외국인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어색했으나, 일주일 지나니 마치 그 회사 직원인 마냥 자연스러웠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어 음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 편이였습니다. 주로 고기 위주였고 대체로 짜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산호세 근처에 한국식당, 상점들이 늘어선 거리가 있어서 언제든지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퀄리티도 괜찮았구요. 역시 음식이 짜긴 했지만. 그 밖에 정크푸드도 많이 먹었습니다. 버거킹, 맥도날드, 인앤아웃… 인앤아웃의 애니멀스타일 버거와 감자튀김이 기억에 남네요.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처음 먹은 음식은 순대국밥입니다. 미국에서 순대 먹긴 힘들더군요. 
여행
거의 매일 12시~1시 넘어 퇴근하는 일정속에서 단 반나절의 여유가 허락되어, 오후 3시에 산호세를 출발하여 센프란시스코를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스탠포드에도 가보았는데, 워낙 시간적 여유가 없어 차로 잠깐 둘러보고 바로 나와 금문교로 향했습니다. 산호세는 차가 막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동네였는데, 샌프란시스코 들어서서 금문교 가는 길은 정말 차가 많이 막히더군요. 그날따라 날씨가 매우 우중충해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금문교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39번 부두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야경을 보기 위해 트윈픽에 올랐지만, 거의 다 올라갔을 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에 휩싸였습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왔죠. 이 것이 여행의 전부였습니다. 
숙소
회사에서 좋은 숙소를 잡아준 덕분에 Hyatt에서 묵었습니다. 3주동안의 호텔비를 정산 받아보니 400만원이 넘더군요. 덕분에 Hyatt Golden Passport 포인트를 엄청 쌓았습니다. 매일 새벽 1시, 2시에나 돌아가서 잠만 자고 나오려니까 너무 아깝더군요. 이틀 중에 하루 정도는 한 방에 모여서 간단히 맥주 한잔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퇴근할때는 피곤해 죽을 것 같아 보였는데, 맥주를 마시기 위해 모였을 때는 살아나시더군요. 맥주 타임 덕분에 출장자들끼리는 상당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쇼핑 
가까운 곳에 Great Mall이라는 곳이 있어 두어번 쇼핑을 다녀왔습니다. 리바이스, 토미 힐피거, 게스 등의 매장이 있었는데 규모도 크고 정말 저렴했습니다. 저는 Crocs에서 신발을 한켤레 사고, 토미 힐피거에서 셔츠를 무려 6장 구매했습니다. 한국에서 사려면 한벌에 10만원이 넘는데, 3만원 이하로 한장을 살 수 있더군요. 가장 압권은 Coach 매장입니다. 한국에 비해 믿을 수 없을정도로 저렴합니다. 
운전
렌트해서 몰고 다니는 차는 도요타 코롤라였습니다. 1800cc라서 그런지 1600cc인 제차보다 확실히 잘나가더군요. 난생처음 크루즈 모드를 사용해본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반떼보다 단단한 서스에 무거운 핸들… 한국에 와서 아반떼를 운전해보니 장난감처럼 느껴지더군요. 출퇴근 거리가 3~4마일 정도 밖에 안되서 평소에는 단거리 운전만 했었고,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을 때만 1시간 정도 거리를 운전해 봤네요. 미국의 고속도로는 한가할 줄 알았더니 산호세에서 샌프란시스코가는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차가 많았습니다. 한가한 시간의 경부 고속도로 정도? 산호세 시내에는 차가 많지 않고 길이 넓어서 늘 여유있게 운전했는데,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차도 막히고 복잡하더군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길이 넓어서 그런지 몰라도 양보의 미덕이 살아 숨쉰다는 것입니다. 비보호 교차로에서는 약속한 것처럼 한대씩 진행하고, Stop이 표기된 위치에서는 모두들 멈춰섰다가 출발합니다. 먼저 들이대면 장땡인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배워야 할 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밖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미국 출장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의 필요성에 대하여 절실하게 느낀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득이 있었다는 자체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려 봅니다. 이제 시작이기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해외 출장의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언어 능력때문에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없더록 평소에 꾸준히 갈고 닦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열망의 대기상태

한겨레21 816호를 읽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노쇼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4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저는 특정 품목에 대한 욕망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쇼핑을 하고 싶은 이유는 대부분 남들과 같았습니다. 즉, 나 자신 또는 내 생활에 뭔가 빠져 있다는 어렴풋한 결여 의식이 있었고 쇼핑을 통해 내 욕망이나 지루함을 해결해보려 했지요. 영국 심리학자인 애덤 필립스는 이 안절부절 못하는 지루함의 심리상태를 “열망의 대기 상태“라고 불렀습니다. 
현재의 삶에 온전히 충실하지 못할때, 누구나 공허함을 느낄 것입니다. 쇼핑은 그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해 취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하나겠죠. 저 역시 비슷한 기분을 느낄때가 많이 있습니다. 때로는 외부의 자극을 기대하며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별 목적의식 없이 웹서핑을 하기도 합니다.
열망의 대기 상태에 빠져있는 것을 인생의 적신호로 삼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거죠. 
가끔씩 지름신의 부름을 받을 때, 진짜 필요한 물건인지, 단지 열망의 대기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인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4와 갤럭시S를 바라보며

회사에서 다양한 스마트폰을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경쟁사 제품이 새로 나올때마다 구매해서 비교 분석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이죠. 최근 갤럭시S를 사용해 볼 수 있었고, 오늘은 아이폰4를 처음 접했습니다.

정말 디자인 하나는 감탄을 자아내더군요. 그러나 손에 들어보니 의외로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갤럭시S가 4인치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가볍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너무 작게 느껴졌습니다. 4인치 화면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모르겠네요. 
지인들을 보면 대체로 아이폰4를 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더군요. 그러나 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갤럭시S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화면큼
– 가벼움
– 자유로운 파일 이동
– DMB
– 동영상 변환 필요 없음
– 공짜 네비게이션 T-map 
– 색감 
–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편의성 
경쟁사 제품이지만 갤럭시S를 만져보면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네요. 
그러나, 참아볼 생각입니다. 지금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출시될 그날까지… 
내가 쓸 스마트폰을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