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지연

‘자극과 반응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카카오톡에 쓰는 나의 상태 메시지이자,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자극과 반응사이에 공간이 클수록, 즉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본능을 극복할 용기가 있다면,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것으로 믿는다.

5살이 된 아이는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끼고 싶어서.”

좋아하는 것, 맛있는 것을 누리는 즐거움을 아껴두고 싶다는 것이다.

‘따로 가르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이런 걸 배웠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안도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도 자신의 삶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공유 오피스

오늘은 회사에서 마련해준 공유 오피스, 드림플러스 강남점에서 일했다.

스타트업으로 보이는 소규모 팀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은 나에게 자극이 되었다.

좋은 환경에서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젊음을 기꺼이 내던지는 그들이 부러웠다.

대기업에서 무난히 보낸 지난 시간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Plan B

올해는 Plan B를 가동하기로 했다. 그것은 연말 고과평가에서 B를 받는 것이다.

일을 대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고과와 상관없이 일하겠다는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금껏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래서 좋은 고과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일해왔다. 꽤 열심히 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더 이상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나에게 남은 것은 경력 대비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과 실력이다.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 / 커널 / 앱, 서비스 프론트엔드 / 백엔드, 플랫폼 백엔드, 클라우드, 온프레미스, Java, JavaScript, Python, Golang, …

지난 12년 동안 너무 많은 분야를 전전했고, 중간 관리자를 4년 하면서 실무 능력은 점차 퇴보했다.

한편으론 맞벌이 육아를 하는 상황에서 잘해야겠다는 욕심은 능력 부족, 시간 부족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지고 괴로움이 그 뒤를 바짝 쫓는다.

지금 나에겐 B가 딱이다. 오늘 행복하기 위해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차를 바꾸고 싶다

아이가 없었던 2017년에 3시리즈를 구입할 땐 ‘운전재미’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맞벌이 육아의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요즘에는 편한 차를 타고 싶다.

지나치게 단단한 승차감은 운전하는 나마저 멀미를 느끼게 한다. 아이와 함께 뒷좌석이 타는 아내는 멀미가 심해서 타기 힘들다고 말 할 정도.

말랑말랑한 윈터 타이어로 교체해서 승차감은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그런데 막히는 길을 운전할 때마다 너무 피곤해서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토 홀드 기능이 절실해진다.

고속주행도 더 조용하고 안정적이면 좋겠다.

그래서 보고 있는 차는 G80, K8 하이브리드와 같은 대형 세단이다.

그랜저 타고 다니는 몇 살 위 선배들을 보면서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집을 사면서 진 빚도 같아야 하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선 열심히 배당주를 모아야 해서 당분간 차를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욕심이 생기는 까닭은 지금의 내 삶에서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평가시즌

오늘 파트원의 평가결과를 팀장님께 제출함으로써 평가시즌이 끝났다.

올해처럼 평가가 힘든적이 없었다. 파트원 중에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에, 태도는 성과를 구분짓는 요소가 되어주지 못했다. 느낌적인 느낌이 평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엑셀을 이용해 개별업무에 대해서 여러각도에서 평가하고 취합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렇듯 다른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자리의 무게는 상당하다. 평범한 구성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한편으론 나 역시 피평가자로서 프로젝트 성과 발표를 준비해야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파트원들은 1년 동안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해주셨고 성과도 좋았다. 그러나 프로젝트 관점에선 아쉬움이 남고 그 아쉬움은 다 나의 실책에 의한 것이다.

감독이 되었어야 했는데, 플레잉 코치의 역할을 고집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부재를 종종 느꼈을 것이다.

엔지니어로서 충분한 실력을 쌓지 못한채로 매니저의 길에 접어들어서, 실무역량에 대한 아쉬움은 늘 함께한다.

내년엔 회사에선 감독 혹은 단장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매니저에 길에 접어든 이상 조직이 잘 되는 것이 먼저다. 후배들이 잘 되는 것이 먼저다.

엔지니어로서 부족한 경험은 개인적인 시간에 조금씩이라도 쌓아가려 한다.

아무튼 복직 1년차에 이 정도면 잘 했다고 생각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