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간

한 시간 이상 이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길어야 4시간. 주말 아침 7시~9시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며 전공책이나 투자책을 읽는 시간이다.

오늘은 아이가 6시 반에 일어나서 스타벅스에 가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자유시간 2시간이 사라졌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는 것.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일수록 더 힘들지 않을까.

아이가 어렸을 때 충분히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부모가 많다고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서, 휴직 전에도 후에도 가용한 모든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아이가 어릴 때 사진을 보면 그때로 잠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언젠가 아이는 부모의 품을 떠난다. 자유시간은 그때 충분히 누리면 된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성장에 초점 맞추기

최근에 후배들에게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업무기회를 성장에 활용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너무나 당연한 원리를 10년 전에 나는 왜 몰랐을까? 후배들은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항상 나의 초점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있었다. 덕분에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큰 아쉬움이 남는다. 심하게 말하면 남 좋은일만 했다.

육아휴직 1년의 공백도 영향이 있겠지만, 2017년부터 지금까지 파트리더 역할을 하면서 나 자신을 너무 돌보지 않아서 이제는 파트원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역할을 맡든 철저히 개인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주변 사람들에게도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생긴대로 살자

되어야 하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괴리가 커서 괴로워 하던 중에 찾은 탈출구는 “생긴대로 살자”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무리하지 말자”.

회사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것들을 잘 해내기 위해서 애쓰기 보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고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대기업의 사다리를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을 포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나의 길을 가자.

인내심

최근 나의 상태를 가만히 바라보면 인내심이 바닥난 것 같다. 화가 났다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욕구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생에서 가장 자유가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는 듯 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삶은 척박하다. 평일에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느낌이랄까. 평일 집의 청소, 정리 상태가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한 마디로 카오스다. 주말이라고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지만 …

둘 다 일욕심이 많은편이라 하고싶은만큼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어린이집 등하원으로 앞뒤가 막혀있고, 에너지 잔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닥을 드러낸다.

무언가 보람을 느낄만한 일을 하려면 시작지점에서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시작을 못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짧게 치고 빠지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전공서적을 읽는다면 거창하게 챕터 1을 읽자가 아니라, 오늘은 챕터 1.1만 읽자고 생각하면 그래도 좀 덤빌만하다.

자아확장 그리고 토니 파커

‘어떻게 하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본 책과 영화가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면서 나에게 힌트를 준다.

알렉스 룽구는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에서 자아확장의 개념을 소개한다.

자기 자신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살아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숭고한 목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갈 때, 역설적으로 개인도 더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토니 파커는 NBA에서 마이클 조던에 필적하는 엄청난 업적을 이뤘고, 은퇴 후에 고국인 프랑스의 남자, 여자 농구팀을 인수하여 구단주 역할을 했고,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리옹에 세웠다.

그를 움직인 것은 프랑스 농구 발전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대의였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인터뷰 장면에서 보았던, 엷은 미소를 띈 그의 표정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긍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에게 토니 파커는 자아확장을 통해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회사를 다닐 것인가? 상사의 인정, 좋은 고과, 인센티브, 승진, 자기 만족을 추구할 것인가, 더 나은 SW 개발 문화 전파, 팀의 발전, 후배 양성 등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부터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인가? 후자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충만한 삶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