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의 변신

스마트폰 사업의 실패로 침몰하던 노키아를 네트워크 인프라 회사로 변신시켜 살려낸 리스토 실라스마 회장이 쓴 책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게 읽었고 배울점이 많아서 주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그는 노키아가 잘 나가던 2008년에 이사회에 합류하여, 망하기 직전인 2012년에 회장을 맡게 된다. 어쩌면 노키아의 마지막 회장이 되는 불명예를 안을지도 모를 상황에서 그를 이끈 것은 ‘편집증적 낙관주의’에 대한 확신이었다.

자신을 휘감고 있는 온갖 두려움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마주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끝내 찾아내고 말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마음 바탕이 낙관적일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 당신은 잘못될지도 모를 것에 대해 편집증적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때조차 문제는 틀림없이 있으므로 그에 대비한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에 대해 살펴보면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피할지 혹은 최소화할지 이해할 수 있다.

그가 회장이 된 이후 단행한 첫 번째는 당면한 과제에 바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의 행동수칙을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여 결정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위기를 마주했을 때 해야 하는 가장 똑똑한 일은 한발 물러선 채 심호흡하면서 모든 선택지를 떠올리는 일이라는 그의 신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Device & Service 사업 부문 매각 협상을 벌일 때, 실라스마, 이사회, 경영진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수많은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대안들을 준비함으로써 노키아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성공시켰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편집증적 낙관주의’의 필수 요소였다.

‘올바른 일’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나는 언제나 개인 간에든 팀 간에든 기업 간에든 상관없이 어려움이야말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어왔다. 모든 장애물은 바로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영원한 어떤 것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내가 늘 생각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흔히 서로에게 들려주곤 한 말은 “우리는 그저 올바른 일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도 스스로의 행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올바른 일을 한다면 틀림없이 가능성의 곡선을 당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꿀 수 있다. 당신의 대안적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사고를 연습하라. 어떤 나날의 행동이 상황을 당신에게 이롭도록 이끌어갈 가능성을 늘리고 부정적 결과를 낳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하라. 한마디로 우리 각자는 1년 내내 날마다 긍정적 시나리오의 실현 확률을 키워주는 기회를 갖는다.

‘올바른 일’이란 무엇일까?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역할과 관습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대안을 마련하고, 그렇게 신중하게 그려진 시나리오에 따라 필요한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종합해서 얻어낸 답이다. 노키아의 핵심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것은 핀란드 국민들에게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건이어서, 실라스마는 초기에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했지만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그와 노키아 구성원들이 흔들림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노키아의 선택이 옳았음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게 되었다.

“무소식은 나쁜 소식이다. 나쁜 소식이 희소식이다. 그리고 희소식은 무소식이다.”

부정적 시나리오가 수두룩하게 제출되어서 좋았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성공하는 시나리오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미리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먼 길을 돌아가는 경우를 자주 겪었다. 나쁜 소식과,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미리 대응책을 준비할 기회를 부여하므로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당신 자신의 배움을 위임할 수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

실라스마는 AI, 머신러닝 기술이 중요하다고 보고, 3개월 동안 6개 대학의 온라인 강좌를 공부한 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여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의 여정은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으며, 프리젠테이션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회장이 바쁜 일정속에서도, 떠오르는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구성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직접 공부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는 한편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실라스마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경험과 사색을 통해 알아낸 통찰을 목록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는 위기를 접할 때마다 그 목록을 다시 보면서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나름의 통찰들을 한 곳에 정리한 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겠다. 2020년 말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복귀했을 때 지혜롭게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더 넥스트 스파크 17년식 배터리 셀프 교체

자주 운행하지 않는 우리집 세컨카 더 넥스트 스파크의 배터리가 반짝 강추위에 방전되어 물리키로만 열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주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아내가 조만간 통근에 이용할 예정이어서 급히 배터리를 교체해야했다.

출장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이용할까 셀프로 해볼까 고민하다가, 약 4만원의 비용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고 직접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셀프 교체에 도전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의 업체에서 배터리를 구입하면 교체에 필요한 공구를 빌려주고, 폐배터리를 수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가장 저렴한 조건을 찾아서 아트라스BX 44DL을 배송비 포함 4.6만원에 구입했다.

업체의 패키징 그대로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

동일 차량의 배터리 교체 방법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는 블로그 글을 보고 차근차근 따라하니 10분도 안 걸렸다.

기존 배터리 제거 중
새 배터리 장착 완료
시동 확인

무언가를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대상이 되는 물건에 애정이 생기는 것은 보너스. 자동차를 좋아해서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경정비도 배워보고 싶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나이가 들수록 생산적인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주의(attention)’를 중요한 자원으로 다룬다. 수 많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들이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우리의 ‘주의’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놓치는 기술 활용 철학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때도 적은 것이 낫다는 것이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들의 주장이다. 인간관계, 정보, 재미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하루에도 몇 번씩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 하면서 소중한 자원인 ‘주의’를 낭비해왔다. 잠시라도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허용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을 찾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고 SNS, 웹페이지를 탐색하는 행동이 도박장에서 슬롯머신을 당기는 행위와 다를 것 없다는 통찰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고독과 여백의 공간을 제외하고는 계획적이어야 한다.

저자는 30일의 디지털 정돈 기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필수적인 기술만 허용된 상태로 30일을 지내면서, 남은 여백을 만족스럽고 의미있는 활동으로 채운다. 30일이 지나면 중단했던 부차적인 기술들 중에서 자신의 삶에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선별하여 운용절차에 따라 다시 사용을 시작한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기술 선별 절차
1. 깊이 중시하는 가치를 뒷받침한다(혜택을 약간 제공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2. 해당 가치를 뒷받침하는 최선의 방식이다(그렇지 않으면 더 나은 것으로 대체하라).
3. 기술을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지 정하는 표준 운용 절차에 따라 생활 속에서 역할을 부여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잠깐의 시간이 생기면 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는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지만, SNS에 ‘주의’를 빼앗기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폰에서 SNS 앱을 지웠고, PC로 일주일에 한 번, 10~20분만 사용함으로써 꼭 필요한 가치만 획득하고 빠져나온다.

방해금지 모드 설정, 스크린 타임 사용과 같은 작은 노력이 디지털 기술 사용패턴을 크게 바꾸진 못했는데, 내 삶의 중요한 가치를 뒷받침하는 기술만 받아들이는 것으로 기술 활용 철학을 바꾸고 나니 변화가 손에 잡힌다.

맥프레 13인치 2017 키보드 교체

오래전에 방향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키캡을 반복하여 분리, 결합하다가 플라스틱 고정부를 부러뜨렸다. 만용을 부린 결과는 참혹했다. 아래, 위 방향키는 한쪽이 고정되지 않아 나풀거리고, 입력도 2~3번에 한 번은 안 먹었다. 이상한 소리도 그대로 였으니 혹 떼려다 혹 붙인격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N키가 중복 입력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공짜로 고칠 수 있겠구나!’

유베이스 수원센터에 가서 간단히 증상을 재현하고 수리를 맡겼다. MacBook, MacBook Air 및 MacBook Pro용 키보드 서비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리비는 0원.

아내의 맥북에어

수리기간에는 자린고비 아내의 (화면 중앙에 금이 간) 맥북에어 13인치 2013에 기생했다. 계정을 만들고 필수 프로그램을 몇 가지 설치했는데, 대부분의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있으니 짧은 시간에 작업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레티나 화면이 아니라는 것을 빼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여서 맥북의 긴 수명에 감탄했다. 오랜만에 가위식 키보드의 안정감 있는 키감도 맛볼 수 있었다.

키보드 교체는 3일만에 끝났지만, 구정 연휴에 부산에 다녀와서 9일만에 찾아왔다.

키보드 교체로 다시 태어난 맥프레

부품 번호는 661-07950, 가격은 502,000원, 키보드, 배터리 일체형이라 86~88%를 오가던 배터리까지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새 배터리

기존 키보드보다 키감도 소리도 깊고 무거워졌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든다. 가위식 키보드보다 나은 것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3년은 무난히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Divide and Conquer, Sorting and Searching, and Randomized Algorithms 강의 수강 후기

Coursera Standford University Algorithms 분야의 첫 번째 강의인 Divide and Conquer, Sorting and Searching, and Randomized Algorithms의 수강을 완료했다. 수강 기간은 2019년 12월 17일 ~ 2020년 1월 12일.

  1. Divide and Conquer, Sorting and Searching, and Randomized Algorithms
  2. Graph Search, Shortest Paths, and Data Structures
  3. Greedy Algorithms, Minimum Spanning Trees, and Dynamic Programming
  4. Shortest Paths Revisited, NP-Complete Problems and What To Do About Them

Tim Roughgarden 교수님 알고리즘 강의의 좋은점은 특정 패러다임(e.g., Randomized Algorithms)으로 분류되는 알고리즘(e.g., Random Contraction Algorithm)들 중 한 두개를 선택하여 동작 원리와 실행시간 분석을 증명을 포함하여 깊이있게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Divide and Conquer 알고리즘의 경우 알고리즘의 실행시간(~ # of lines of code)을 분석할 때, Recursion Tree 또는 The Master Method를 활용할 수 있는데, 매우 유용한 The Master Method를 처음 접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학부, 대학원 때 수업을 아무리 대충 들었더라도 기억에 아주 없지는 않을텐데…)

The Master Method

Randomized 알고리즘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Probability Theory의 몇 가지 기본 개념(Sample Space, Event, Random Variable, Expectation, Linearity of Expectation, Conditional Probability)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 역시 배운 기억이 없는…

Probability Theory를 활용한 QuickSort 실행시간 분석과정

증명 과정에서 특정 항을 같은 값을 가지는 다른 항으로 대체하거나, 특정 수식을 수학적으로 증명된 수식으로 대체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Randomized Slection 알고리즘의 실행시간 분석과정에서, 재귀호출에 대한 기대값을 동전 던지기에 대한 기대값으로 치환

Karatsuba 알고리즘이나 Strassen 알고리즘처럼 변형된 수식을 도입해 기존 계산 결과를 활용하여 재귀 호출의 수를 줄이는 아이디어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Strassen’s Algorithm

Programming Assignment #1~4는 모두 Go언어로 풀었는데 재밌었다. Go언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Go언어 코드 작성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간단한 알고리즘 코드를 작성할 때도 상위 레벨에서 필요한 인터페이스를 먼저 설계하고, 그 인터페이스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자료구조를 선택하고,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다음 유닛 테스트까지 꼭 작성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Random Contraction 알고리즘을 구현할 때 그래프 자료구조를 몇 번씩이나 다시 구현하게 된 원인은 그래프에 필요한 모든 인터페이스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매주 풀어야했던 Problem Set #1~4는 어려웠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져서 Final Exam 통과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Final Exam은 쉽게 나와서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었다. 영어가 부족하니 문제를 해석하는 것부터 버거운 경우도 있었고, 수학이 부족하니 수식을 다 세워놓고도 log 계산을 못해서 정확히 답을 도출하지 못하기도 했다. 때로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가장 큰 소득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다음은 Divide and Conquer, Randomized 패러다임의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실행시간을 분석할 수 있는 수학적 도구를 얻게 된 것.

두 번째 강의는 구정 연휴 지나 1월 마지막 주에 시작할 예정이다. 그 사이에 수학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책을 찾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