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이 작가에게 미안할 정도로 좋았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소설이다.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지만, 어떤 면에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세상이 시키는대로 그냥 살지 말고, 다시 생각해보자는 거다. 열심히 잘 하는 것만이 미덕인 사회, 아름다운 것만이 미덕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행복한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인간은 대부분 자기와, 자신일 뿐이니까. 그래서 이익과 건강이 최고인 거야. 하지만 좀처럼 자아는 가지려 들지 않아. 그렇게 견고한 자기, 자신을 가지고서도 늘 남과 비교를 하는 이유는 자아가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끝없이 가지려 드는 거야. 끝없이 오래 살려 하고… 그래서 끝끝내 행복할 수 없는 거지.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왜 인간은 그냥 살아갈 수 없는 걸까. 그냥… 스스로의 삶을 살지 않고, 자신보다 못한 타인의 약점을 에워싸고 공격하는 것인가…

그를 떠나며 그녀가 남긴 편지(262~289)에는 그녀가 자라오며 겪었던 상처와, 그녀의 손을 잡아준 그에 대한 고마움과, 그에 대한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어 떠나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생활이었다. 무료, 해도…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인간들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고 나는 믿었다. 무료하므로 돈을 모으는 것이다… 무료해서 쇼핑을 하고, 하고, 또 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라 생활을 했다는 생각이다. 좋은 소설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게 한다. 세상을 넓게 보게 한다. 나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좋은 소설을 많이 읽어야겠다.

끝으로 작가의 말을 남긴다.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당신 자신의 얼굴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82년생 김지영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요근래 몇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소설을 읽으면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자주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졌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을 빠짐 없이 기록해 놓은 다큐멘터리 말이다. 정말 이 많은 일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잠깐 의심을 가졌지만, 인터넷의 또 다른 김지영씨들의 후기로부터 의심을 지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김지영씨들은 그런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내 아내, 내 동료들도 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

크루즈를 보내며

2012년 나의 생일에 쉐보레 군산 출고장에서 처음 만나 약 75,000km를 달린 크루즈5 1.8 LTZ+를 곧 떠나보낼 예정이다. 내가 소유했던 두 번째 차로, 이 차를 타는 동안 결혼을 했고 몇 번의 캠핑을 다녀왔으므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부족한 출력과 반응이 느린 미션은 아쉬웠지만 코너링, 고속주행안정성 등 전반적으로 기본기가 뛰어나 그동안 만족하며 재밌게 탔다. 6월부터 매일 타고 있는 320i,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타봤던 320d 대비 큰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성비가 정말 좋은 차다.

차를 구입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구글드라이브에 정리한 차계부를 인쇄하여 SK홈엔카에 전달했고,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시세보다 높은 견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차를 구입할 누군가도 만족하며 즐겁게 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기사의 편지

Before 시리즈의 주인공 에단 호크는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이 자녀들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해 쓴 편지글의 형식을 빌어, 자신이 살면서 얻은 지혜를 자녀들에게 전하고 있다.

가상의 이야기를 가져와 교훈을 전하는 방식을 좋아하진 않지만, 꼭 기억하고 싶은 교훈이 많아서 꽤 많은 내용을 위키에 옮겨 적었다.

겸손에 관련된 교훈만 추려서 여기에 남긴다.

네가 기사라는 걸 절대 밝히지 마라. 그저 기사답게 행동해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서로 의존하고 있다. … 자신이 주위의 모든 것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사는 친절한 태도를 중시한다.

기사의 친절함, 공감, 겸손은 주위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그의 깃발이다. … 겸손은 자기를 더 큰 세계라는 맥락 속에 놓고 보는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