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진 스펙보다 타이어 스펙에 눈이 간다.

엔진 스펙보다 타이어 스펙에 눈이 간다.
차를 산 설레임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에는 피곤해도 새벽에 눈을 뜨는 편인데, 일요일인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BMW 320i M Sport를 출고 받았지만, 아직 틴팅도 못했고, 블랙박스도 설치 전이라 운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한가한 일요일 아침 도로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출고 날에는 거의 고속도로만 조심히 운전해서 차의 특성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한가한 국도를 달리며 차의 특성을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1,350rpm부터 터지는 최대 토크 덕분에 평소 크루즈가 힘들어했던 오르막길을 평지처럼 달리는 등 확실히 출력이 좋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편평비가 낮은 런플랫 타이어에 스포츠 서스팬션의 영향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에서는 차가 통통 튀었다. 단단한 세팅을 좋아해서 혼자탈 때는 좋을 것 같은데, 누군가를 태울 때는 조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크루즈를 탈 때 가장 아쉬운 것이 미션이었는데, 느끼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은 감동을 주었다.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처음 주행해 보았는데, HUD에 경로가 표시되니 정말 편리했다. 메뉴얼에 따르면 2,000km까지는 4,500rpm 이하, 160km/h 이하로만 주행하라고 하니 주행에서 즐거움을 누리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루즈에 없던 편의사항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급박한 일정으로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BMW 320i M Sport를 출고 받았다. 색상은 M 패키지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에스토릴 블루. 찾아보니 에스토릴은 포르투칼 휴양 도시의 이름이다.
2012년부터 5년 7만km 넘게 타고 있는 크루즈5 1.8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어서, 다음으로 고려했던 차량은 올뉴말리부 2.0터보였다. 그러나 너무 큰 차체가 부담스럽고, 인테리어도 아쉬워서, 크루즈에서 올뉴크루즈로 옆그레이드도 고려해봤다. 핸들링도, 출력도, 변속기도 지금보단 나을테니까…
프로모션을 고려하면 올뉴말리부 2.0터보 풀옵션과 가격차가 크지 않은 BMW 3시리즈까지 포함해서 한 달 넘게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주차장에서 차를 만나 시동을 걸고 달리는 순간을 상상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차를 선택하자는 것.

기분이 좋으려면 디자인이 멋져야 하고, 진동 소음이 적어야 하고, 달리기 실력이 좋아야 한다. 그렇게 선택한 모델이 BMW 320i M Sport다.
외제차를 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좋은차를 타고 싶었던 것이라, 국산차 중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차가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내가 선호하는 차는 컴팩트하지만 고급스럽고 기본기가 좋은 차다.

흔히 3종이라 불리는 틴팅, 블랙박스, 하이패스가 없는 상태여서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 고급휘발유로 첫 주유를 했다. 메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성격이라 고급휘발유만 주유할 생각이다. 다행히 집 근처에 고급휘발유 가격이 일반휘발유와 1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주유소가 있다.
첫 느낌은 차가 참 예쁘고, HUD가 매우 편리하다는 것. 틴팅과 블랙박스를 설치한 후에야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겠고, 길들이기가 끝나는 2,000km를 돌파해야 온전히 성능을 느껴볼 수 있겠다.

타코미터가 우측에 있는 차를 타는 꿈을 생각보다 일찍 이루었다.
수원터미널 NC몰 영풍문고에서 아내는 바이올린 교재를 고르고 있는 사이에 베스트셀러 책장에 놓인 이 책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한동안 전차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손에 쥔 종이책의 감촉이 좋았다. 그 자리에서 에피소드 두어 개를 읽어보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고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이다.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하고, 그런 느낌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였다면 아무런 생각과 느낌없이 지나쳤을 일상의 풍경들에 저자는 긴밀히 반응했고, 그 흔적을 책으로 옮겨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따뜻하고 사려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지나친 바램이라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주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와 가슴을 갖고 싶다.
신경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3년 동안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이 책의 1부는 강제수용소 생활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고, 2부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폭은 굉장히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성자와 돼지의 커다란 간극이 발생했다. 거의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삶의 의미를 추구한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프랭클 박사는 책에서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평생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삶에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독서, 여행, 사색을 통해 언젠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 책을 읽은 후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삶의 의미는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삶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던지는 질문은 때에 따라 다를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행동으로 책임감 있는 대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지나온 과거와 주어진 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삶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새롭게 주어진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