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10분 알람이 울리지 않아서 5시 55분에 깼다. 서울가는 광역버스를 6시 11분에 겨우 탔는데, 러너분들이 몇 분 보여서 늦지 않았음에 안도했다.
버스에서 바나나와 단백질바를 챙겨먹고 서울시청에서 내려 광화문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에너지젤을 챙겨먹었다.
대회장에 가까워질수록 몸을 푸는 분들이 여기저기 보여서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러닝크루에서 온 분들은 왁자지껄 즐거워 보였다. 그러나 역시 나는 혼자가 좋다. 혼자여서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혼자여서 자유롭다는 생각이 컸다.
광화문 광장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봤다. 신청자가 2만 명이었는데 몇 명이나 왔을까?
최근 1년 내 1시간 이내 완주 기록이 있는 사람들은 A조 나머지는 신청순서대로 B-E조였다. 나는 D조의 중간쯤에서 출발했다. 아펙스 프로2의 버추어 페이서 기능을 키고 달렸다. 목표 시간은 57분으로 맞췄다. 약간은 힘듦을 견딜 각오를 했다.
출발 지점에서는 사람들이 많아 8분 페이스로 달려야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겠구나 생각하는 사이 길이 넓어지고 사람들이 분산되어 나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초반에 서소문고가 오르막을 생각보다 편하게 달렸고, 페이스도 520 수준이어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마포대교 앞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을 510으로 달렸다. 서울 시내의 넓은 대로를 달리는 기분이 참 좋았다.
마포대교를 지나서 예상 기록을 보니 53분 45초가 나왔다. 욕심이 생겼지만,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케이던스가 18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의식적으로 보폭을 줄이고 팔치기 무릎들기 기울기 등 러닝폼과 리듬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1km는 최선을 다해서 507 페이스로 들어왔다.
20대 후반일때보다 더 좋은 기록으로, 그때보다 더 편안하게 10km를 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승부는 거의 출발점에서 정해진다. 그게 마라톤이라는 스포츠다. 어떤 식으로 출발점에 다다르는가 그게 전부다. 나머지는 42km의 코스를 통해서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일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 말을 떠올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출발점에 섰다. 그리고 10km를 달리며 확인했다. 작년 8월부터 쌓아온 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