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시간주

김원준의 노래 제목 마냥 “나에게 떠나는 여행” 이였다. 길고 긴 90분의 여정.

장거리 달리기는 언제나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출발. 남은 거리를 생각하기보다 현재 뛰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진솔한 만남. 잘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서운하게 한 것은 없는가, 더 잘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반환점에 다다른다. 때문에 독서와 달리기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내기 위한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아이튠스에서 랜덤하게 선택된 음악을 뛰면서 아이팟 셔플로 순차적으로 들었다. 잔잔한 이루마와 이사오사사키의 뉴에이지곡을 들으면서 차분히 출발했고, 감동적인 윤종신의 발라드를 들으며 초중반을 뛰었고, 윤도현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들으며 힘차게 반환점을 돌았다.

항상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은 등산의 하산길 만큼이나 지루하고 고되다.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80분 시간주에서는 차돌박이가 그렇게 먹고 싶어 결국 집에 가서 먹고왔는데, 이번에는 피자 생각도 나고 순대에 소주 생각도 났다.

오히려 지난 일요일 엄청나게 습하고 더운 날씨에 30분을 뛰었을때보다 무난하게 90분을 완주했다. 선선한 날씨가 기분좋게 뛰기에 좋았다. 지난 주말 집에서 포식을 하고 와서 불어났던 체중 77.9kg은 오늘 아침에 76.9kg으로 줄어 있었다. 한동안은 77kg대를 유지하면서 체력을 향상 시키는데 주력해야겠다.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

만화 박정희 1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 뉴스툰 기획/시대의창

만화 전두환 1
백무현 글.그림/시대의창

“만화 전두환”이 최근에 출간 되면서 선착순으로 “만화 박정희”를 나누어 주어, 덕분에 저렴한 값으로 두 작품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영상으로 이미지화 된 광주 사람들이 겪었던 아픔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만화로 바라본 우리나라의 어두운 과거와 그 어두움 아래에서 신음했던 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눈물과 분노를 자아냈다.

정의와 원칙을 팽개친체 오직 자신들의 영달과 권력욕을 채우기에 급급했던 두 지도자의 파렴치한 과거와 그로 인한 민중의 아픔이 만화로 잘 표현되어 있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권력의 나팔수였던 언론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과 같이 용기있게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책들이 널리 읽혔으면 한다. 그 때의 그 인물들이 혹은 그들의 후예들이 다시 이 사회에서 활개치지 않도록 말이다.

80분 시간주

정말 기나긴 여정이였다. 달리는 동안 들었던 노래만 몇 곡일까?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좋다는 느낌이 있어 여차하면 조금만 뛸 작정이었다. 태어나서 가장 긴 거리를, 가장 오래 뛰어야 하는데 최상의 컨디션이어도 힘든 여정이다보니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야탑쪽으로 천천히, 꾸준히 뛰었다. 성남 탄천 페스티벌이 있었던 장소를 지나, 선사 교회를 지나 처음 가보는 지역까지 달려 40분을 찍었다. 생각보다 가는 40분은 힘들지 않았지만 30분부터 무릎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문제는 돌아오는 40분.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40분이라는 것에 일단 막막했다. 반환점을 돌고 얼마지나지 않아 체력이 고갈되었음을 느끼고 힘든 경주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40분에서 60분 무렵까지는 힘들게 달렸다.

다행히 우리 동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60분에서 80분은 끝을 향해 다가간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지, 달리기 실력의 퀀텀점프가 일어나서인지 모르겠으나 거짓말 처럼 평소의 페이스로 회복하여 힘차게 뛸 수 있었다.

힘든 여정이였으나 언제나 처럼 나는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뛰어내고 있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 할 것이다. 월요일 깜짝 회식(삼겹살 + 소주 1병 + 병맥 2병 + 오징어 땅콩 + 치킨 + 맥주)으로 잠깐 불었던 체중도 다시 돌아와 오늘 아침 77.0kg을 찍었다.

달리는 동안 체력이 고갈되면서 뜸금없이 차돌박이 몇 점 먹고 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 가서 차돌박이를 꼭 먹고와야지! 그리고 오랜만에 달콤한 늦잠을.

정식으로 시작

주말에 연습한 “예스터데이”를 연주한 후에, 선생님께서 한달 조금 안됬는데 잘 하는 편이라고 하시며 클래식 과정으로 제대로 배워보자는 제의를 하셨다. 내심 이렇게 계속 배우면 어려운 곡을 연주할 수 없을꺼라고 걱정하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내일부터는 “체르니 30번”, “소나티네”, “하농” 교본을 가지고 정식으로 시작한다! 어렸을 때, “체르니 30번”에 들어가자 마자 그만두었는데, 약 한달만에 약 15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예전의 실력을 되찾은 것이다! 그 실력이라는게 초라하긴 하지만. ^^;

분명 지루하고 어려운 시간들이 지속되겠지만 중간 중간 재밌는 곡들을 연주하고 즐기며 조금씩 나아가야겠다.

언젠가 베토벤이나 쇼팽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도둑

어제 밤 조촐한 팀회식이 있었다. 떡삼시대에서 삼겹살에 소주 각 1병을 소화하고, 바에서 맥주 두어병 들이킨 후, 찾은 당구장에서 용호형의 전화를 받았다.

“건우야, 사택에 도둑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태연했던 것은 사실 우리 사택 꼬라지(?)를 보면 훔쳐갈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도둑이 베란다 창문을 열고 들어와서 처음 마주친 풍경은 아마도 …

유리가 깨져 없는 골격만 남은 테이블에, 풀스2 위에 놓인 무수한 양말과 속옷들 …

그나마 뭔가 건져보려고 회사에서 지급해준 서랍장을 열심히 뒤진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을 것이다. 도둑이 느꼈을 황당함을 상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당구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물건중에 가져갈만한 것에 대해서 공곰히 생각해 보았다. 피아노를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훔쳐갈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뿔싸! 시계를 사택에 두고 출근했다. 작년 중국 학회에 갈때 면세점에서 샀던 스와치 시계와 운동할때 착용하는 TIMEX 시계를 책상 위에 두었던 것이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발걸음이 빨라졌고 둘다 가져갔을꺼라는 최악의 가정을 하고 집으로 들어섰다.

평소 1, 2명의 인구밀도를 보이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사택은 도둑소동(?)으로 인하여 동기들로 가득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아하니 별다른 피해는 없는 듯. 내 방에 들어가보니 다행히 스와치(?) 시계만 훔쳐갔다. 그리고

그 시계가 우리가 입은 피해의 전부였다.

피아노 위에 두었던 내 컴팩트 디카와, 룸메이트 양전임의 cdp, 그리고 병수의 dslr 카메라는 그대로인데, 유독 기스난 10만원짜리 스와치 시계만을 가져간 것이다. 나의 유일한 패션(?) 소품을 가져가다니 …

도둑이 든 덕뿐에 오랜만에 다같이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내게 여자친구가 생겼으니 닭맥을 쏘라는 병수에 의견에 모두들 동조하는 바람에 시계를 잃어버린 안타까움도 다 잊어버리고 기분좋게 닭맥을 시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잠을 청하기 위해 각자의 방을 찾아갔다.

비록 나는 시계를 잃어버렸지만, 오랜만에 사택 식구들이 두루 모여 즐거운 자리를 보내 기분이 좋았다(?). 잃어버린 시계는 문단속을 잘하자는 교훈의 대가라고 생각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