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의 Aero Glass보다 화려한 우분투의 Beryl


오전에 석사논문의 Abstract를 쓰고 교수님께 제출한 후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반나절만 낭비(?)해서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했다. 쓸데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3시간을 삽질끝에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바로 그림에 보이는 것과 같은 화려한 UI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던 것!

윈도우 Vista의 Aero Glass가 화려한 UI를 제공한다고 하나 CPU 3기가에, 메모리 2기가를 자랑하는 나의 컴퓨터도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딸리는 관계로 화려한 UI를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Ubuntu Edge Eft를 사용한 Beryl은 비교적 가벼왔다. Aero Glass 기능을 제외한 비스타는 평범한 화면에서도 버벅댔으니.

설치는 매우 간단하다. Ubuntu Edgy Eft + Xgl + Beryl 조합으로 다음문서를 참조하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요즘은 문서화가 워낙 잘 되어 있어서 리눅스의 세팅이 많이 편해졌다. 재력가(?) 전폭적인 지원으로 날이갈 수록 데스탑 리눅스로 발전해가고 있는 우분투 리눅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리눅스를 접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Beryl을 사용한 리눅스의 화려함을 맛보고 싶으시면 다음 동영상을 감상해보세요.
http://www.youtube.com/watch?v=i0ZtcxHUSDQ

제4회 스포츠서울 마라톤


작년의 3회 대회에 이어서 올해도 참가하게 되었다. 상암동이 집과 가깝다는 것이 상당한 장점!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어머니와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는 두려웠다. 준비를 전혀하지 않았기 때문. 마지막으로 제대로 훈련한게 언제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 스스로 부끄러워서 – 나는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꾸준히 준비한 대회에서도 늘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피할 수 없는 인내를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9시 출발하는 대회를 9시 10분에 도착해서 급하게 준비운동없이 출발했는데, 올해는 8시에 도착해서 여유있게 몸을 풀 수 있었다. 전혀 관심을 못 받은 댄스팀의 공연이 끝나고 평상복 차림의 수수해보이는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박상철의 무조건, 박현빈의 곤드레 만드레, 장윤정의 짠짜라. 특히 장윤정이 등장하자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적절히 산개해있던 군중들이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예쁜 언니(?)의 안내에 따라 새천년 건강체조(?)를 따라 하며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섰다. 어머니는 5km 출발선으로 나는 10km 출발선으로 향했다. 출발순서는 풀코스, 하프, 5km, 10km 였기 때문에 나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때 컨디션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날씨가 엄청 추웠고 나는 마라톤용 핫팬츠(?)를 입고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다. 전날 신나게 먹은 차돌박이가 소화가 덜 되었는지 배도 살살 아픈 것 같았다. 순간 뛰기도 전에 ‘그냥 뛰지 말까?’하는 용서할 수 없는 생각이 스쳐갔으나 잘 이겨내고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는 왜 와 있는지 알 수 없는 서지영과 박정아가 있었는데 노래도 안불렀는데 기념사진 찍고 출발하는 시늉만 했다. 아마도 얼굴마담으로 온 듯. 마라톤 대회에서 벌써 3번째 만나는 배동성 아저씨(?)의 출발구호에 맞춰 힘차게 출발. 겸손한 마음으로 뛰려고 노력했다. 준비 안한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나의 페이스로 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앞질러가거나 내가 남을 앞지르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 나는 배나오고 머리까진 아저씨를 한명정해서 – 한마디로 만만한 – 적어도 저 사람보다 잘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뛰었다. 늘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잘 뛰어 후반에 나를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번에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힘이 들면 나뿐만 아니라 여기 함께 뛰고 있는 모두가 힘들다는 생각으로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힘을 모아 같이 뛰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든 것이 덜하였다. 나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하프코스 1등과 함께 들어왔기 때문.

기록은 작년보다 저조하지만 연습안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56분 23초.

나태함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바랬던(?) 이번 대회를 다행히도(?) 무사히 완주했다. 뛸때는 항상 힘들지만 객관적으로 지난 몇 번의 대회와 비교하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아마 스스로의 페이스로 뛰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마지막 500m를 남기고 미친듯이 뛸 수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10km 코스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10km 코스는 이제 인생을 진하게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내년에는 반드시 꾸준한 몸관리와 연습으로 하프코스에 도전하겠다.

안드레이 시프코와 함께하는 가을밤의 낭만 콘서트


논문작업으로 지친 영혼을 치유하기 위하여 음악공연에 다녀왔다. 평소 같았으면 미리 공연하는 곡들을 들어보고 갔을텐데 공연이 오늘이라는 것도 상운이가 말해줘서 알게 되었을 정도로 요즘에는 마음에 여유가 없다. 7시에 연구실에서 출발하여 대강당에 갔는데 이미 앞자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선애누나, 윤서누나, 건철형이 앉아계셨다.

모차르트 / 소나타 C장조 작품330
쇼팽 / 폴로네이즈 C sharp 단조 작품26의 1번, 론도 작품16
리스트 / 헝가리 랩소디 제12번
차이코프스키 / 발레 호두까기 인형 中, 1. March, 2. Dance of Fee Drazhe., 3. Andante Maestoso.
라흐마니노프 / 3개의 전주곡
프로코피에프 / 소나타 제2번 D단조 작품14

피아노 연주곡은 사실 오케스트라에 비해서 좀 난해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아직은 잘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사실. 오늘 공연은 특히 그의 현란한 연주솜씨를 발휘할 수 있는 곡들이 많아서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피아노 연주의 한계를 시험하려 했던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제12번 연주는 단연 압권이였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잔상이 남을 정도로 분주했던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 만큼이나 내 마음도 논문생각으로 분주했던 것. 더욱 아쉬운 것은 일부 관객들의 무지. 연주하는 동안 터졌던 몇번의 플래시를 무엇으로 설명해야할까? 

가로세로 세계사 2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김영사

고등학교때 세계사라는 과목을 굉장히 싫어했다. 내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했는데 복잡한 세계사의 흐름을 달달 외우는 것은 지겹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스스로 알고 싶어서 역사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공부의 필요성을 알고 관심을 가졌더라면 지금 좀 더 탄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을텐데 뭐든 억지로 하는 것은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가로세로 세계사 2권은 동남아시아 여러나라의 역사를 소개한다.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동티모르, 라오스. 이 책만큼 쉽게 동남아사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우리는 아마 동남아시아를 우리보다 못살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그들도 외세의 침략을 받기 전에 제국을 이루었고 번성했으며 훌륭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근대사는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외세로 부터 독립후 이념논쟁과 군부독재 시절을 거쳐 민주화를 이룩하였다는 점이 너무나 똑같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국경이 외세가 점령한 지역을 따라 그어졌다는 사실이 그들의 어두웠던 근대사를 말해준다. 그들과 우리의 역사를 들춰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행히도 역사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아직도 독재자의 아집과 욕심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그들이 권리를 되찾아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하드웨어 디버깅

요즘 하는 일은 하드웨어 디버깅. 학부 2학년때 논리회로 수업을 지지리도 싫어했었는데 먼 훗날 Verilog HDL 코드를 작성하게 될 줄이야 꿈앤들 알았겠는가. VICODE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터페이스는 3가지 파트로 이루어져있는데 제대로 동작안하면 대체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어제 밤 겨우 Verilog HDL코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오늘의 미션은 Verilog HDL 코드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것! 코드를 고치고, 컴파일 하고, FPGA에 프로그램하고, 임베디드 리눅스에 연결한 터미널로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FPGA 보드위에 LED의 불빛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를 수십번 반복해야만 했다. (하드웨어의 반응을 확인하는 뾰족한 수가 없다.) 종국에는 속에 천불이라는 요즘 잘 나가는 술집이름이 생각났다.

소프트웨어를 디버깅 할 때 마다 언제나 컴퓨터는 정직하여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모든 버그는 나의 잘못이였다. 그러나 나는 하드웨어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와 달라’, ‘회로에 이상이 있을꺼야’, ‘Verilog 컴파일러에 문제가 있을지도?’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논리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전혀 말도 안되는 상황이 자꾸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같은 코드인데 순서를 바꿨을 때 동작이 다르다. 속에 천불을 내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은 연결하지 않은 시그널이 있을 때 이상한 동작을 보인다는 점. 자세히 알아보니 연결되지 않은 회로가 있는 경우에 오동작할 가능성이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드웨어는 문외한이라 소프트웨어의 변수처럼 선언하고 안써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상처난 회로를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며 오늘도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