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07 뉴발란스 1080v13

매일 집근처 초등학교 트랙 2바퀴를 꾸준히 달리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러닝화를 사드렸다. 내가 신고 있는 것과 같은 뉴발란스 1080v13. 워낙 만족하면서 잘 신고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선택할 수 있었다.

신발끈을 풀어 다시 정갈하게 묶어 드리면서, 내가 어렸을 때와 역할이 서로 바뀌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인생 첫 러닝화와 함께 어머니의 달리기가 조금 더 즐겁고 편안해지시길 바란다.

2024년 14주차 달리기

지난주보다 열심히 달렸다.

토요일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생일상을 양껏 먹고 늦게 자고,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 집무실 분당점에 가서 오전에 일하고 왔더니,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예상대로 힘든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아파트 단지내 벚꽃 길을 달리는 기분이 꽤 좋았지만, 2km부터 그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630 페이스를 생각하고 천천히 뛰기 시작했지만, 몸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속도가 올라갔고 마지막 1km를 더 열심히 달려 612 페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

작년 8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가장 먼 거리를 가장 오래 달렸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다행히 몸에 무리가 가는 곳 없이 목표한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장거리 달리기에 필요한 근육, 관절, 심폐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딸들에게 남긴 메시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무언가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드는 날에도, 너무 피곤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싶지 않은 날에도, 어쨌든 간에 해내는 그 시간들. 그 시간들이 바로 너희들의 꿈인 거야.”

코비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런 생각했다.

‘마냥 퍼져서 쉬고 싶은 주말에 굳이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달린다는 것은 그 자체가 꿈이다.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는 꿈.’

다음주에는 대망의 10km에 도전한다.

240406 코드제로 오브제컬렉션

부모님댁에서 비스포크 제트 먼지통 자동비움 기능을 체험한 후로 최신 무선 스틱 청소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모품을 여러번 갈아가며 사용 중인 다이슨 V6는 최근에 배터리가 또 말썽이다. 은퇴할 때가 된 것 같다.

엘지전자 코드제로 오브제와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를 비교 검토했는데, 가볍고 예쁘고 스테이션에 모든 컴포넌트를 수납할 수 있는 코드제로를 선택했다.

구매 예산은 LG 지주사 우선주 배당금이었기 때문에 내무부 장관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2024년형 최상위 모델이고, 인터넷 최저가 175만원 하는 제품을 직원가+카드할인으로 133만원에 구입했다.

비염으로 고생하는 두 여인을 위해서 주말마다 스팀청소를 해줘야겠다.

240402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 팜플렛의 말끔한 모습과 달리 그는 정장을 입었지만 노숙자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관객들에게 두어 번 인사를 한 그는 의자에 앉아마자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괸객들에게 준비할 틈을 주지 않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음향기기로는 재현할 수 없는 천상의 소리를 들으며, 공연장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미리 들어본 것이 곡의 전부가 아니었다. 처음 듣는 부분이 나오면서 잠깐씩 졸고 말았다. 몇 자리 건너에서는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벽 4시에 깬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두번째 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연주는 완벽했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세번째 곡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은 오늘 공연에서 가장 기대했던 곡이다. 그러나 자꾸 미리 들어본 머레이 페라이어의 연주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닐 트리포노프의 연주는 클라이막스에서 강렬함이 좀 부족하달까?

네번째 베토벤 소나타 29번도 기대가 컸는데, 1, 2악장을 들을 땐 미리 들어본 에밀 길렐스의 연주가 떠올랐다. 에밀 길렐스의 강철 타건은 정말 매력적이다. 3, 4악장은 나에겐 어려웠는데 다닐 트리포노프의 연주가 좋았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지난 2월 라파엘 블레하츠의 공연 대비 아쉬움이 컸다. 관객들과 호흡한다기 보다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느낌이랄까? 기량은 지금껏 만나본 연주자 중에서 최고라고 느꼈는데 감동은 그만큼은 아니었다.

사회성 부족한 천재의 느낌을 주었고,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론 이번 공연을 통해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요즘엔 변주곡의 매력에 푹 빠졌다. 맨델스존의 엄격 변주곡과 지난번 라파엘 블레하츠 공연곡이었던 시마노프스키의 변주곡 나단조를 즐겨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