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의 달리기

7월과 비슷한 거리를 겨우 달렸지만, 누적 상승 2,000m를 달성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7월 대비 훈련의 질이 좋지 못했다. 돌아보면 7월의 날씨가 더 가혹했던 것 같은데, 덥고 습한 날씨에 힘들게 달리면서 누적된 피로감이 8월의 달리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긴 여름휴가(8/9~8/17)를 보내면서 루틴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정도라도 해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8월 말에 거의 모든 수치가 떨어졌다. 인듀어런스 스코어, 힐 스코어, VO2 Max, 젖산 역시 페이스 등등. 노력한 거 어디 안간다는 걸 올해 상반기 대회에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의심이 생기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자신감 회복을 위해 8/24에는 3시간 LSD를, 8/31에는 풀마라톤 목표 페이스로 20K를 달렸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된 것 같다.

8월의 달리기는 다채로웠다. 팔달산 둘레길, 석촌호수, 제주도 한립읍, 구좌읍, 조천읍을 달려볼 수 있었다. 달리면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차로 이동해야 하는 장소에서 달리는 게 쉽지 않은데, 휴가 기간에는 숙소 근처를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JTBC 마라톤까지 두 달 남았다. 날씨는 지금보다 달리기에 한결 나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체중 73kg으로 맞추기. 금주하기. 훈련간 빠른 회복을 위해서 스트레칭, 마사지 틈틈히 하고 잠 잘자기. 4시간 LSD, 530 페이스로 35km까지 달려보기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난 후에는 서브4에 실패하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것이다.

2025년 35주차 달리기

7월과 비슷한 수준의 월 마일리지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이번주는 주간 마일리지 50.5km로 마무리 했다.

7, 8월 여름을 달리면서 피로가 여기저기 누적된 것 같다. 컨디션과 기량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무리하게 60km를 채우지는 않았다.

8월 말이 되니까 기온은 그래도 조금 내려와서 괜찮은데 습도가 문제다. 특히 아침 러너는 100%의 습도와 싸워야 한다. 이런 날씨가 이제는 지겹다. 쾌적한 날씨에서 달리고 싶다.

이번 주도 쉽지 않았다. 지난 주 일요일 3시간 LSD의 여파가 있었고, 이틀을 일찍 출근해야해서 아침에 달릴 수 없었고, 화요일 밤 회식에서 너무 많이 마시고 늦게 귀가했다.

그래도 토요일에 잘 쉰 덕분에 어느정도 회복된 몸으로 일요일엔 계획한대로 JTBC 마라톤 목표 페이스 539를 시험해 볼 수 있었다.

20K를 달리면서 힘듦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만 달리고 싶다, 쇼파에 누워서 넷플릭스나 보고 싶다, 그런 욕망은 너무나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래도 그동안 훈련의 성과 덕분에 힘들진 않았다. 호흡은 편안했고, 표정에도 여유가 있었다. 다리 근육도 대체로 잘 버텨주었다.

주간 마일리지 60km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실전 레이스에 필요한 속도를 점검해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한 주를 보낸 것 같다.

2025년 34주차 달리기

이번주엔 가까스로 주간 마일리지 60km를 채웠다.

JTBC 마라톤까지 70일 남았다. 이젠 정말 진지한 자세로 남은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지난주 제주도 여행 및 원천저수지 7회전의 여파로 이번주엔 회복이 더디고 컨디션도 올라오지 않아서 쉽지 않았다. 금요일 아침까지도 회복이 덜 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제주도 가는 날 아침에 기록했던 체중 73.8kg은 76.5kg까지 불어났다.

이래서 서브4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뭔가 반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요일에는 3시간 LSD에 도전했다.

5시 반 알람에 일어나지 못해 시작부터 꼬였지만, 굴하지 않고 7시 조금 넘은 시간에 출발했다.

늦게 출발했지만 달리는 내내 해가 나지 않아서 날씨를 핑계로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3시간 28km 주행으로 상의 하의 양말 러닝화 다 흠뻑 젖었지만 그래도 여름의 끝을 느낄 수 있었다. 더웠지만 달릴만했다.

10km 지점에서 에너지젤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16km 지점에서 허기가 느껴지더니 버거킹 햄버거 감튀 콜라가 갑자기 너무 먹고 싶었다. 햄버거 생각하면서 달리다보니 어느덧 달린지 2시간이 되어 두 번째 에너지젤을 섭취했고 이후 허기는 해소되었다.

내 다리 근력이 무난히 버틸 수 있는 거리는 25km라는 걸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25km 이상 달린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힘든 게 당연했다.

긴 레이스였지만 페이스를 고려하지 않은 편안한 달리기여서 전반적으로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

4시간을 달릴 수 있는 체력과 근력을 갖추면서도, 체중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서, LSD 위주로 주말 장거리 훈련을 가져갈 생각이다.

2025년 33주차 달리기 (feat. 제주도 런트립)

이번주에는 5박 6일 제주도 여행 일정이 있어 주간 마일리지를 채우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여행지에서도 집으로 돌아와서도 열심히 달린 덕분에 52.5km를 기록했다. 다행이다.

2025년 여름 제주도 런트립

토요일 오후 7시에 집에 돌아와서 여행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일요일 아침 장거리 달리기에 나섰다. 일어나자마자 삼립미니호빵을 4개 먹고 좀 쉬다가 출발했는데, 꿀이 들어 있어 당 보충도 되고, 소화도 잘 되어서 괜찮은 것 같다.

원천저수지 6회전, 7회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7회전에 도전했다. 여행의 피로가 남아있는 것을 고려하면 컨디션이 괜찮은 편이었던 것 같다. 20km를 넘게 달렸을 때 오히려 몸이 다 풀린 느낌이 들면서 530-540으로 달릴 수 있었다.

막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들었다. 달리면 걷고 싶고, 걸으면 멈추고 싶고, 멈추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달리는 상태가 디폴트다. 달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이제 JTBC 마라톤까지 77일이 남았다. 목표한 서브4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30 페이스로 35km 정도 달릴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평지만 달리면 좀 나아질까? 날씨가 선선해지면 나아질까? 고통을 감수하면 나아질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다음주에도 그저 해야할 일을 하자.

2025년 여름 제주도 런트립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5박 6일 제주도 여행 중에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아침 시간을 활용해 3번의 런트립을 다녀왔다. 총 3시간 동안 28.5km를 달릴 수 있었다.

한립읍 (8.38km)

월령 선인장 군락지에서 출발하여 올레길14코스를 따라 금능해수욕장을 지나 협재해수욕장에서 반환하는 코스를 달렸다. 해안쪽 올레길14코스는 길이 너무 험해서 일부 구간은 걸어갈 수 밖에 없었고 발목을 다치지 않기 위해서 주의를 기울여야했다. 돌아올 때는 큰 길을 이용했다.

구좌읍 (13.45km)

코난해변 근처에서 출발하여 해안가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렸고, 월정 해수욕장을 지나 김녕해수욕장에서 반환했다. 체감온도가 33~34도 였고, 그늘이 없는 코스를 500ml 생수 페트 하나 들고 달렸다. 너무 덥고 습해서 몸은 힘들었지만 풍경이 너무 좋아서 정신적으로는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에는 재미를 위해 해안쪽 올레길20코스를 달렸는데, 길이 너무 험해서 대부분의 구간을 걸어야 했다. 물이 거의 다 떨어져 가는데 편의점은 대부분 문을 닫아서 급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천읍 (6.7km)

만디와산 조천함덕점에서 출발하여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시골길을 따라 달렸는데, 그늘이 있고, 업다운이 있고, 풍경도 좋아서 쾌적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 다만 어디서 목 줄 풀린 개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함께 했다. 목줄이 채워진 개들도 몇 마리 마주쳤는데 위협적으로 짖어대서 간담이 서늘해지곤 했다.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는 그 좋은 코스를 두고 그늘이 부족한 차도를 선택했다. 업힐이 제법 길게 나 있어서 좋은 훈련이 된 것 같다.

에필로그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달리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도 어느정도 긴 거리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다져온 기본기 덕분이다. 다음에는 더 좋은 계절에 와서 제주의 길 위를 더 오래, 즐겁게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