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달을 사랑할 때

끝없는 코시국에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해서, 날씨도 조금 풀린 것 같아, 월요일에 휴가를 쓰고 글램핑을 다녀왔다.

장소는 가평에 위치한 여우가 달을 사랑할 때.

글램핑은 처음이었는데, 텐트의 탈을 쓴 저렴한 펜션의 느낌이었다.

날씨가 궂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코구멍에 바람을 실컷 넣을 수 있어서 좋았다.

숯불에 구운 토마호크 스테이크와 양꼬치는 대성공. 모두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만족스러운 BBQ 타임이었다.

아이도 이제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올해부터는 여행을 자주 다녀야겠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 했던 따뜻한 기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다.

리트코드 프리미엄 결제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상황은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기에, 언제나 선택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이직 준비는 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백엔드 엔지니어로서 내 커리어는 똥망이기 때문에, 선택지는 Problem Solving Skill과 System Design 능력만 보고 지원자를 판단하는 회사로 좁혀진다.

Problem Solving Skill을 향상시키고자 리트코드 프리미엄 멤버십을 1년 결제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지만 무엇보다 재밌다. 대기업에서 견뎌내야 하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떠나, 명쾌한 세상에서 노는 건 즐겁다.

단기간에 대단한 실력을 얻긴 어렵겠지만, 대단치 않은 아이디어라도 간결하고 버그 없는 코드로 옮길 수 있는 수준으로 가다듬어 보려고 한다.

의선이 형의 가르침

나는 경영자를 보고 투자한다. 경영자의 역량과 의지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경영자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님이다. 실제로 현대차 주식에 꽤 많은 비중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 학위수여식에서 정의선 회장님의 축사가 있었고 그 내용이 너무 좋아서 블로그에 적어둔다.

정의선 회장은 졸업생들에게 ‘단순하게 사는 것’, ‘성공적 하루 루틴을 만들기 위한 반복’, ‘끈기와 용기’를 중요시한다면 “하루를 보다 완벽하게 보낼 수 있고, 이런 하루가 쌓여갈 때 후회 없는 미래와 아름다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조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여러분들께 어떤 말씀을 드릴까 고민이 많았고, 고민 끝에 크고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소소하지만 지금 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누는 것이 보다 값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건 바로 하루, 오늘을 사는 삶에 관한 것”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먼저 정의선 회장은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해진다는 것은 더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한다는 의미이고, 단순함에는 분명하고, 날카로우며,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자로서의 바쁜 삶 속에서 단순해지려면 많은 것을 비워내고, 덜어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덜 중요한 것을 버리지 못한다면 더 중요한 것을 가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은 또한 한국 양궁의 사례를 언급하며 “성공적인 하루 루틴을 만들기 위한 ‘반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오랜 시간 우리 양궁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완벽한 순간을 만드는 비결은 바로 ‘반복’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저 역시 오늘도 성공의 루틴을 만들어 나가고, 그것을 발전시켜 좀 더 좋은 루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의선 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루틴이 하루 아침에 우리 것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태에 굴하지 않을 수 있는 ‘끈기’와 반복 속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은 대표적 사례로 사업 초기 불의의 화재로 전 재산을 잃고, 전쟁까지 겪으면서도 결국 기업을 일으킨 정주영 선대회장이 강조한 “어떤 실수보다도 치명적인 실수는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졸업생들과 공유했다.

정의선 회장은 “우리 앞에는 많은 기회가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다양한 모색의 과정 속에서 ‘단순함’으로 더 소중한 것,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계속 ‘반복’해 나간다면, 그리고 ‘끈기’와 ‘용기’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가 살고자 하는 하루를 살수 있게 될 것”이라며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2020년 육아휴직을 1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삶을 충만하게 이끌어 나갈 루틴이 나에게 없다는 것이었기에, 루틴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와닿았다.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는 환경, 즉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만 충만한 삶을 살아낼 수 있겠다는 것이, 복직할 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생에서 자유로움과 충만함을 동시에 누리려면 루틴을 반드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족지연

‘자극과 반응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카카오톡에 쓰는 나의 상태 메시지이자,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자극과 반응사이에 공간이 클수록, 즉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본능을 극복할 용기가 있다면,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것으로 믿는다.

5살이 된 아이는 요즘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아끼고 싶어서.”

좋아하는 것, 맛있는 것을 누리는 즐거움을 아껴두고 싶다는 것이다.

‘따로 가르친 것도 아닌데 어디서 이런 걸 배웠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안도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이도 자신의 삶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