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

함량 미달의 대통령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주말마다 고생하는 최근에, 국민에게 과분했던 두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2014년 초에 출간된 이 책이 최근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책의 끝부분에서 이 책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탁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자들이 그래야 합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세요. 연설비서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을 쓰세요.”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5년, 총 8년 동안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두 대통령으로부터 글쓰기를 배웠다고 고백한다. 두 대통령은 연설비서실에서 올라온 글을 그대로 수용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이 각자 선호하는 연설문의 스타일은 달랐지만, 글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고 높은 것이어서 배울점이 많았다. 이 책은 그 내용을 꼼꼼히 담고 있다. 앞으로 글을쓸 때 좋은 지침서로 삼을 생각이다.

글쓰기에서 꼭 놓쳐서는 안 되겠다 싶은 내용들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 글의 목적부터 명확히 하기
  • 이해하기 쉽게 쓰기
  • 글을 읽는 사람을 의식하기

두 대통령 모두 추상적이고 현란한 표현을 싫어했다. 간결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인 표현을 좋아했다.

최대한 단문으로 써라.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서 써라. 주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를 짧게 하자. 그래야 읽는 사람이 이해가 빠르다.

글은 쉽게 써야 한다. 말과 글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이 갑이다. 설득당할 것인가, 감동할 것인가의 결정권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에게 있으니까.

민주주의 시대에서 리더의 영향력은 말과 글에서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남기신 말씀은 지금 여기에 큰 울림을 준다.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문재인의 운명

문재인의 운명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문재인
출판 : 가교출판 2011.06.07

상세보기

정말 오랫동안 읽었습니다.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후일담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게으른 탓이겠지요. 대통령 취임 전 후의 이야기는 재밌었습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를 좀 더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문재인 변호사는 최근 차기 대권 후보로 주목받고 있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대중들의 추억이 그 인기의 커다란 한 축인 것은 분명하겠지만, 문재인 변호사가 평생 그려온 삶의 괘적 역시 충분히 그가 그러한 인기를 가질만한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 책을 읽어 보신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이끌어 오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때문에 저는 참여정부의 공과를 계승한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책의 말미에 진보세력에 대한 주문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그가 준비된 대선 후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강조한 책임감 있는 태도는 정치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변호사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부산 외진 시골에서 소박한 삶을 이어나가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그에게 큰 짐을 지우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안철수 교수가 그러했던 것 처럼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할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직접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마도 시대적 사명을 저버리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아마도 그 눈물은 그가 꿈꾸어 왔던 세상이 왔을 때, 미소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운명이다

운명이다 (반양장본)10점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돌베개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입니다. 언젠가 그가 직접 쓴 진짜 자서전을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자서전은 고인이 남긴 다양한 자료를 근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어린시절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사회문제에 눈을 뜨고 정치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변호사가 되었지만, 부림사건을 기점으로 사회문제에 눈을 뜨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책의 후반부는 대통령 재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이라크 파병, 대연정 제안, 탄핵 등)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이야기합니다. 그 당시 내린 선택에 후회하기도 하고, 그 선택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선택에 대해서는 긍지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노무현 대통령도 기꺼이 받아 들이겠지만, 언론에 의해 굳게 쌓아올려진 미움과 오해의 벽은 허물어졌으면 합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10점
오연호 지음/오마이뉴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3일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어떤 책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 역사의식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으며, 우리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민감한 주제, 이를테면 이라크파병이나 한미 FTA에 대한 답변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보면 눈시울이 뜨꺼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를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움은 강렬해져만 갑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연인을 떠나보내는 느낌이랄까요? 그만한 대통령을 다시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에 열광하고 슬퍼하면서도 솔직히 그가 가진 역사의식, 정치에 대한 생각, 그가 꿈꾸는 사회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 역시 그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역량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이라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쉽지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깊은 공부와 성찰을 바탕으로 나오는 잘 정돈된 논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의 한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의제를 정확히 집어 내고 그 것에 집중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너무 시대를 앞선 정치인이였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사회에서 그가 대통령이였다면 그가 가진 역량이 빛이 났을텐데… 결국은 시민권력이라는 그의 믿음을 실현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꼭 한번 그를 제대로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여보, 나좀 도와줘

여보, 나좀 도와줘10점
노무현 지음/새터

사람의 생각은 다들 비슷한가봅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좀 더 알고 싶어서 그의 책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생각들이 모여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더군요.

1994년에 쓰여진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수 많은 분들의 자서전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낸 자서전은 처음이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까지 썼을까 싶을정도로 개인적으로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기억까지 책에 남겨 두셨더군요.

그의 어린시절, 사법고시생 시절, 짧은 판사 시절, 잘나가는 변호사 시절,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국회의원 시절 등등 1990년대까지의 삶의 궤적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그가 함께 했던 정치 지도자 YS, DJ에 대한 평가도 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정치에 관심이 없던 어린시절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시국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의외의 대목은… 어린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 정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정치를 꿈꾼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큰 형님을 따라 입신 양명을 목표로 사법고시에 뛰어들게 되었지만, 법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맡게된 시국사건에서 만난 청년들로부터, 그들이 읽은 책을 읽고, 그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면서, 그는 사회정의라는 개념에 눈을 떴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이 없었다면 그는 그저 부산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겠지요.

노무현 대통령은 굉장히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당 합당때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켰으며, 안정적인 지역구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다시 도전하였습니다. 스스로의 영예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지켜야할 것을 지키고, 해야 할 것을 해내는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홍세화씨가 말한 ‘자신의 삶에 미학을 부여’한 그런 사람이였습니다.

사람은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써야 ‘의식’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의식’이 있어야 사회정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게 되고,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게 되며, 현실적인 대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하루 일상에 휘둘려 살아가다보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더군다나 TV의 노예가 된다면 더더욱 그런 시간을 찾기란 쉽지가 않겠지요. 때문에 저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사색을 통해 사회정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언론이 떠먹여 주는 개념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개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