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소설의 탈을 쓴 장문의 사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의 위기 분석과 대안 제시’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본 조정래 작가님의 취재수첩

조정래 작가님의 소설은 완벽한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 소설에 묘사된 대한민국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언급하고, 소설 속 허구의 주인공들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입해 볼 수 있어서 현실감을 더한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자본주의’가 영속적으로 공공의 선을 실현하려면, 최소한 모두의 출발선이 엇비슷해야 하고, 모두가 공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개인의 탐욕과 그 탐욕을 정당화 해주는 ‘관행’을 좌시하기만 한다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불행한 사회가 될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선거법 연령 조정으로 선거권을 갖게 된 청소년들이 꼭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과거로의 회귀

지난 주말 집에 다녀오느라 토요일 밤 광화문, 시청일대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에 대하여 알지 못한체 분당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나는 잠이 오지 않아 MBC 뉴스를 보았다. TV에서는 믿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전국민이 보는 9시 뉴스에서 전경이 시민의 머리를 잡아 챈 상태로 방패로 후려치고, 시민을 향해 돌을 던지고, 소화기를 뿌리고, 도망가는 시민을 따라가며 구타하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를 누누이 강조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익을 위해 함께 힘써야 하는 민주국가란 말이다. 때문에 나는 국가의 모습은 국민이 원하는 형태가 되어야하고, 원하는 바를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주장하는 바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시민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정부의 강압적인 자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의 가까운 역사를 보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지배세력은 피지배세력에게 폭력을 행사해왔다. 헌법은 엄연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천명하고 있지만 모든 권력은 지배세력에게 있었으며, 그들의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은 몰상식한 방법으로 억압받아왔다. 지배세력이 원하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원하는 대한민국이 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은가? 언제까지 부모가 자식에게 “모난정이 돌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너는 뒤로 물러서라!”라고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

촛불집회의 명분이 없고 정부의 입장이 옳다면 촛불은 자연스럽게 잦아 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집회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08년 6월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사 2

대한민국사 2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대한민국사 그 두번째 이야기. 기숙사에서 잠들기전 30분 정도 꾸준히 읽은 것이 쌓이고 쌓여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무지가 분단 이래 정통성 없이 이 사회를 지배해온 수구세력에게 강력한 지배수단이 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책표지 뒷면에 실린 홍세화님의 메아리가 책읽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역시 전편처럼 현대사회의 모순이 과거의 역사적 사실로 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소신을 잘 옅볼 수 있었다.

흔히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고 이야기하는 우리민족이 국내에 정책해 있는 화교들을 학살한 일이나 베트남전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역사적 과오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우리민족의 실책(?)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국민학교 교사를 하다가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하였고, 해방직후 광복군에 들어갔으며, 남로당에 가입했다가 마지막으로 여순사건 이후 단행된 순국과정에서 다시 한번 극적인 변신을 해서 살아남은 기회주의 청년 박정희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밖에도 항일운동 당시 김일성에 대한 이야기,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이야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야기, 사학비리에 대한 이야기등이 실려있다.

우리의 근대사를 훑어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온갖 사회 문제와 부조리들이 비양심적인 일부 세력에 의해 자행되어왔고,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체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힘으로 세상은 투명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우리들 개개인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모두가 조화롭게 행복할 수 있는 세상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사

대한민국사
한홍구 지음/한겨레출판

한겨레 인문전 특가 행사 마지막날 1000원 쿠폰 할인에 넘어가 충동구매하게 된 책. 총 3권으로 이루어져있고 이제 1권을 완독하였다. 책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단순히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책이라면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였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알아야겠다는 약간의 의무감도 책을 구입하는데 한 몫 했다.

3권이나 되는 분량이라 우리나라의 역사를 시대순서로 나열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그 의미를 논한다. 1권에서의 예를 들면 민간인 학살, 편가르기, 반미감정, 병역문제등을 다루고 있는데, 딱딱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있어 재미가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온갖 병폐와 부조리들이 힘들고 어두웠던 우리의 과거사로 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후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동시대의 우리들은 산적해있는 현안에 대해 현명한 선택을 함으로써 다음세대의 후손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스위스전

새벽 3시 55분,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TV를 틀고 거실에 불을 켰다. 잠시후 집에 놀러온 원준이까지 온가족이 모였다. 토고전, 프랑스전보다 시작이 좋았다. 자신감있게 그들의 플레이를 펼쳐나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박주영 선수의 불필요한 반칙 이후 프리킥에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먹었지만 후반에 만회했기에 그다지 불안하지는 않았는데 …

후반에는 우리가 강하게 밀어부쳤다. 나는 특히 좋은 슛팅을 몇차레 날리고, 수비까지 부지런히 가담해 최선을 다하는 이천수 선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주심의 경기운영으로 우리는 패배를 받아들여야만했다. 나는 단지 한가지 “언론과 여론에서 태극전사들이 졌지만 최선을 다해서 잘싸웠다” 라고 말해주기를 바랄뿐이였다.

우리나라 특유의 결과지상주의와 냄비근성을 보여주기 보다, 최선을 다한 그들의 과정을 보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경기가 끝난 직 후 이천수 선수의 눈물을 보았다. 얼마나 이기고 싶었으면 저렇게 눈물을 흘릴까! 한편으로 나는 저렇게 간절히 바라고 원하며 최선을 다했던 적이 있던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 상당히 아쉽긴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며, 우리의 태극전사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한다.  2010년에는 16강에 진출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