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장을 정리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 중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찾았다. 올해는 과거에 좋았던 책을 몇 권 다시 읽고 그 시절과 다른 감상과 배움을 가져볼 생각이다.
이 책은 류비셰프가 남긴 일기, 서신, 시간통계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그의 사후 작성된 전기로 2008년에 처음 읽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긴 바 있다.
류비셰프는 5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활용했다. 비록 살아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지만 그는 70권의 학술 서적과 총 1만 2,500여장 에 달하는 연구논문, 방대한 분량의 학술 자료들을 남겼다. 그의 업적을 돌아보면 매우 건조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는 매일 8시간 이상을 자고 운동과 산책을 즐기고, 한 해 평균 6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고 문학 작품을 즐겨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고 동료, 후배들과 애정 어린 편지를 주고 받았다.
류비셰프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 저자(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검토하며 이 책을 썼을 것이고, 류비셰프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말미 옮긴이(이상원)의 말에서 옮긴이가 류비셰프에게 배운 점이 내가 배운 점과 다르지 않아 여기에 남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고 옮기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늘 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것이 흔히 생각하듯이 각박한 일이기는 커녕 가장 여유로운 삶의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일할 때, 친구와 이야기할 때, 휴식할 때, 여행할 때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그리하여 시간과 행복하게 공존하게끔 해주는 방법 말이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그런 흐지부지한, 그러면서도 마음 불편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딥워크』를 읽고 영향을 받아 2017년 말부터 윈키아 플래너를 이용해 시간 계획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시간계획 없이 지내던 과거보다는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류비셰프만큼 완벽히 시간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나만의 시간관리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