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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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바둑 분야를 간접체험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처럼 수없이 많은 인생을 경험하신 조훈현 9단의 경험과 깨달음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경험, 독서, 사색을 통해 나름대로 정리하고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는 깨달음들이 이 책에 거의 빠짐없이 나와 있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몇 가지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확고한 생각, 우리 인생을 좀 더 가볍고 즐겁게 꾸려나갈 수 있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행복이 돈이나 명예, 성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고 믿는다. 자아는 자존감이다. 자아가 단단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대로 행동한다.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정상은 아무나 가지 못한다. 그냥 열심히 한다고 다 가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좋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운도 있어야 하지만 인성과 인품도 따라줘야 한다. 특히 마음이 강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인성이 없으면 잠깐 올라섰다가도 곧 떨어지게 된다.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인성이 평가를 받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평판이 만들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매일 매일의 행동, 말투, 표정 등에서 인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평판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온다.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지켜야 한다. 원칙과 도덕이 쌓이고 쌓여 습관처럼 몸에 배여야 언젠가 큰 선택을 할 때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삶을 살던 자신만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영토 확장이 꼭 성공과 출세, 승리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 꿈을 실현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의 영토 확장일 것이다.

예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상대방을 예우함으로써 스스로 겸손해지는 것.

오만에 빠진 사람은 결코 고수가 될 수 없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고수가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연연해하는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포기하는게 오히려 약이 되고 득이 된다는 지혜를 나는 바둑에서 터득할 수 있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면 서너 수 앞이 안 보인다. 그래서 수 읽기를 제대로 한다는 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수읽기는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이 많아야 한다.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로 지식을 많이 쌓아두어야 다양한 각도에서 판을 읽고 더 멀리 예측할 수 있다. 더 발전하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

나는 우리가 인생을 보다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꿈에 더 높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실력과 더불어 내면의 성숙함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많이 혼자 있고 더 많이 외로워야 한다. 더 많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조훈현 9단은 열 살에 일본 유학길에 올라 스승 세고에 겐사쿠(1889~1972)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조훈현의 아버지가 아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 오해했을 정도로 9년 동안 조훈현 9단이 세고에로부터 지도받은 대국은 10판이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고에는 조훈현과 같은 집에 살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바둑의 도와 예를 가르쳤던 것입니다. 조훈현 9단이 이창호를 제자로 키운 과정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는 창호에게 바둑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었다.

회사에서 후배들과 함께 일할 때 조금 더 열심히 해주었으면 하고 바랄때가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로는 그런 마음이 들때마다 충고나 부탁을 하는 대신에 말 없는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성실한 자세로 일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둑 프로그램을 끝까지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복기라는 과정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승패가 가려진 후 두었던 바둑을 다시 돌아보며 자신의 실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패자에게는 가혹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복기의 의미는 성찰과 자기반성이다. 이것은 깊이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겸손과 인내를 요구한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다시 돌아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그러나 발전하기 위해서는 놓치지 않아야 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바둑에서의 복기는 일상에서의 일기쓰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동안의 경험 중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말 한마디, 회사에서 일하다가 저질렀던 크고 작은 실수들을 잠들기 전 돌아보고 일기를 쓰면서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과정은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게 할 것입니다.

입문 – 이창호 정통바둑 1

입문
이창호 지음/삼호미디어

‘역시 기본을 다지려면 책이 제일이야’ 하는 생각에 고르게 된 책이다. 이미 인터넷의 VOD강좌를 통해 습득한 어지럽게 흩어져있던 지식들이 책을 읽으면서 차분히 정리되는 느낌이다. 바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바둑 관련 어휘에 익숙해야한다. 행마를 일컷는 어휘만도 여러가지가 있다. (날일자 행마, 마늘모 행마, 한칸뜀 등등)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어휘들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소득인 것 같다.

머리말에서밝히듯 “쉽고 재미있게” 이 두가지 명제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이창호님의 노력덕분에 정말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읽힌다. 바둑의 룰에서 부터 사활, 행마, 수상전, 포석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여전히 상대방의 공격을 받을때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당황하긴 하지만. 지금은 두번째 읽는 중이다. 추석연휴로 서점이 닫기 전에 활용편을 구입해두어야겠다.

백전백패

나의 생활 패턴은 점차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CD로 음악을 듣고, TV를 보기 보다는 책을 읽고, 컴퓨터 보다는 손으로 글을 쓰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 이에 흐름을 같이하여 놀이문화(?)에도 변화를 시도하기로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바둑! 선택의 이유는 바둑이 여러가지로 도움이 많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산만한 나에게는 집중력의 측면에서!

즐길 줄 알려면 배워야 한다. 바둑의 룰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땅바닥에 앉아서 장기, 오목 둘 때 어렴풋이 배워두었다. 하지만 룰만 알고 바둑을 두면 ‘바둑돌따먹기’ 게임이 되기 쉽다는 것은 바둑을 처음 두어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시간나는대로 틈틈히 온라인 강좌를 보며 감을 잡고 있다. 돌을 움직이는 방법인 ‘행마’와 초반의 세력을 구축하는 ‘포석’, 생사를 가늠하는 ‘사활’ 등등. 어설프게 스스로 배워나가며 온라인에서 대국을 즐기고 있는데 아직 이긴적이 없다. 공부한 것들을 실전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으나 조금씩 바둑판을 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바둑의 기본을 닦을 수 있는 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전략이 존재하는 바둑이라는 게임이야 말로 제대로 즐기는 법만 터득한다면 그 어떤 컴퓨터 게임보다 재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