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에서 클래식 과정(바이엘, 체르니)이 아닌 재즈 피아노(반주법)을 배우고 있는데, 내가 연습하는 곡들이 바이엘이나 체르니로 치면 어느정도 수준일까 늘 궁금했다. (나는 대략 어린이 바이엘 하권 수준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체르니 100번을 넘어 30번 문턱에서 좌절했었고, 체르니 100번과 30번 자체의 난이도도 전혀 감이 안잡혀,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주말에 교보문고 분당점을 찾았다.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렇게 피아노를 관두고 싶었을까?
서점을 뒤져 체르니 100번과 30번 그리고 40번을 들여다 보았는데, 생각보다 쉽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내가 연습하고 있는 곡들이 적어도 체르니 100번 수준은 되는 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꾸준히 하면 30, 40번 수준의 연주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항상 문제는 악보를 읽는 능력인 것 같다.
그리고 “단단단다 단단단다”, 늘 레슨 시작하기 전에 지겹게 노가다를 떴던 하농도 궁금해서 하농책을 펼쳤다. 예상대로 빽빽하게 들어선 음표들이 오선지를 농단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했던 것 보단 좀 어려워보였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처음에 야매로 배운적이 있었다. 처음부터 운전석에 앉히더니 술냄세를 풍기면서 선생님 왈.
“운전해. 출발.”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선생님 왈.
“운전 안해봤어?”
피아노는 예전에 배우긴 했지만 10여년 만에 찾은 피아노 학원에서의 첫 레슨도 야매 운전 면허 연습과 비슷했던 것 같다. 바로 악보보고 연주를 시키셨으니. 결론적으로는 감을 되찾아 어설프게 연주가 진행되긴 하지만 체르니 100번과 같은 책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은 선생님을 믿고 꾸준히 연습해야겠다. 기초가 부족해서 한계에 부딛히면 그때 클래식 과정으로의 전향을 고려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