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어린시절 누구나 음악학원 혹은 미술학원 중에 하나 정도는 다녔을 것이다. 아주 어렸을 때, 아마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나는 어머니의 권유(?) 혹은 강요(?)로 예명음악학원이라는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나의 첫 피아노 선생님은 엄한 할머니(?) 선생님이였는데 마귀할멈 같은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손이 참 이쁘네. 나랑 바꾸자”고 하셨던 것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어린이 바이엘 상”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미술에는 끔찍히도 취미가 없었던지라 비교적 피아노 연주를 배우는 것 그리고 음악 이론을 배우는 것은 재밌었다. 그 때 배웠던 음악 이론이 훗 날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무엇을 배우던 간에 언젠가 한번은 벽에 부딛히기 마련이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인내의 시간이랄까. 나는 그 인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피아노에 흥미를 잃었다.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서 그 당시 배웠던 곡들은 내 능력으로 연주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피아노 학원을 그만다니고 싶다는 의사를 부모님께 밝혔을 때 아버지께서는 지금 그만두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후회할꺼라고 말씀하셨고 요즈음 나는 그 때 피아노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고 있다.

사람의 취향이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기도 하는 것인지 약 일년전부터 클래식, 뉴에이지등의 연주곡들을 듣기 시작했다. 특히 이루마나 이사오사사키의 곡을 즐겨 듣는 편인데 듣고 있자면 직접 연주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보다 직접 부르는 것이 즐겁고, 운동 경기를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이 즐거운 것 처럼.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직장인이 피아노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다. 직장인이 다니기에 적합한 곳으로 유명한 곳은 그린아트 음악학원이였는데 선릉에 위치하고 있어 회사에서 약간 거리가 있다. 수업료는 한달에 10만원. 게다가 보컬수업도 있었는데 사실 보컬 수업이 더 구미가 당긴다. 보컬수업의 수강료는 한달에 20만원.

IT 개발자로 일하면서 40~50분 거리에 위치한 음악학원을 다니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에 대하여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가 우연히 회사 연구소와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음악학원에 회사 분이 다니시는 걸 목격했다! 세달치 수강료 27만원을 한번에 내야하는 것이 압박스럽다는 것이 문제. 끈기를 가지고 계속 배울 수 있을지 좀 더 고민해보고 확신이 있다면 용기내어 문을 두드려 보자.

하울링

이번주 서울에서 집에 내려오면서 탔던 새마을호 기차에서 우연히 이승환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대에 분위가가 윤도현의 러브레터 같았다. 랩으로 돌아와서 12월 23일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다운받아 보았는데 짐작대로 이승환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승환을 잘 모르는 이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발라드 가수로만 알고 있으나 골수팬에게는 가끔 엿볼 수 있는 락적인 요소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를테면 라이브버젼의 ‘천일동안’과 ‘변해가는 그대’ 에서 들려주는 하울링 창법이 그러하다.

하울링 혹은 그로울링이라고 하는 창법으로 목을 갈아 발성하면서도 매력적인 소리가 난다. 한 때 술김에 노래방가면 미친척하고 시도하곤 하였으나 듣기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다 OTL

이번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들려주었던 천일동안은 예술이다. 아마도 그를 잘 몰랐을 관객들의 탄성까지 느낄 수 있다. 그 시점이 천일동안 마지막의 하울링을 하는 장면이였다! 연속되는 멋진 하울링과 머리속 깊은 곳에서만 낼 수 있는 초고음의 가성두성을 멋지게 뽑아낸다.

천일동안 라이브 버젼 들어보시라! 감동의 전율을 맛보게 될 것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