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 |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공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망명자의 신분으로 프랑스에서 가난한 택시운전사로 일하다가 23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홍세화씨는 프랑스 사회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함으로써 악역자가 되기를 자처하였다.
“그렇게 프랑스 사회가 좋으면 거기서 살아라!” 라는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개구리를 잡던 추억이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의미를 그들은 모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일상 속에 무뎌진 우리들은 사회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사회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얼마나 공부하고 알기위해 노력하면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는 무책임한 독설을 뿌려대고 있는 것일까?
그의 이야기는 프랑스 사회에 흐르는 “똘레랑스”와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에서 만난 한가지 일화를 소개하겠다.
다니엘은 쉰한 살이 나이로 공장에서 30년 동안 일을 했는데 자주 결근했다는 이유로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는데 동료들은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부당하다고 외치며 중역실로 몰려가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 항의 농성으로 중역 두 사람이 아침 9시 부터 저녁 6시까지 감금되었다는 이유로 근로자 46명이 법정의 피고석에 섰다. 동료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들의 “연대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의 삶을 이해해야 된다. 그는 열 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월급 받아 누이들을 공부시켰다. 그는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 알코올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한 행동, 그것은 노동자끼리의 연대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울 뿐이다.”
이번에는 우리의 사회를 돌아보자.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일으키면 우리는 불평하기 시작한다. 언론은 일제히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어떠한 처지에 있는지 왜 파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체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만이 노동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이며 지하철 노조의 그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동지”인 것이다. 따라서 “연대의식”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사회에서는 버스나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해도 시민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고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 더 공익을 강조하는 사회,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의 공은 public으로 공공의 이익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추구하는 나라라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공공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국의 이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이념과 정책이 공공의 이익과 사회 정의 구현에 있어 올바른 것인가를 열린마음으로 끊임없이 토론해야한다. 작금의 우리나라는 단지 “국민의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 이외에는 공화국의 특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빨갱이로 몰아 사회로 부터 격리 시키는 것이 공화국의 이상이란 말인가? “색깔론”, “사상검증”과 같은 단어를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만나지 않길 바란다.
그 밖에도 책으로 부터 파생된 여러가지 생각해볼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설익은 생각으로 스스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아직은 부담스러워 이만줄인다. 책을 읽기전에는 일상 속에 무뎌저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보이기 시작한다. 열린마음으로 공부하고 생각하고 토론하여 당당한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상식의 통하는 사회”, “정의가 흐르는 사회”가 되는데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알아갈 수록 점점 좌파가 되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