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았던 어제는 여자친구와 수원 화서역 근처에 서호 공원에 다녀왔다. 수원역에서 만나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들고 1호선에 몸을 실었다. 수원역에서 한정거장 거리인 화서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몇 분 걷다 마주친 육교를 건너 서호공원에 도착!
서호공원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방대한 인공호수를 공원으로 꾸며놓은 곳이다. 멀리서 여러사람들이 찾아와 시끌벅적한 공원이라기 보다는 인근 주민들이 가족단위로 나들이 오는 평화롭고 한가한 공원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호수가 보이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얕은 언덕에 돗자리를 펴고 햄버거 친구들을 영접한 후, 아침에 교보문고 분당점에서 구입한 2인용 보드게임의 대명사 로스트 시티를 즐겼다.
취미로 미술학원에 다니며 소묘를 배우고 있는 여자친구는 나를 그리겠다고 벼르며 스케치북을 챙겨왔는데, 자는 내 모습을 그리려고 구도잡기를 몇 번 시도하다 결국 포기하였다. 아직은 배운지 얼마 안됬을 뿐더러 내가 누워있었으니 그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자친구가 좀 더 내공이 쌓이면 비주얼은 별로지만 앉아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모델이 되어 주어야겠다.
서호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으면 치킨 전단지를 쉼 없이 받을 수 있다. 우리는 BBQ에서 치킨과 맥주를 시켜 먹고, 낮잠도 자고, 보드게임도 하고, 책 읽고, 사진도 찍으면서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를 만끽했다. 공원에 무려 7시간이나 있었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굳이 서울숲까지 갈 필요 없이, 공원에서 신선놀음하고 싶다면 앞으로도 서호공원을 찾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