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8점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서울역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가족들의 아픈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가는 것이 아니라, “너는…” 혹은 “당신은…”으로 주어를 서술함으로써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 아주 조금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행복이 무엇인지, 자식을 모두 떠나보냈을때 어머니가 느꼈을 공허함은 어땠을지…
이제는 어머니께서도 가족에 얽매이기보다 어머니의 인생을 사셨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몰랐습니다. 자식들이 배불리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행복과 보람을 위해서라도 좀 더 바르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가져봅니다.

단 하루만 더

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세종서적

대체로 나는 교훈이나 감동을 주기 위해서 꾸며낸 이야기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진짜 이야기가 아니기에 그다지 와닿지 않기 때문. 가짜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읽는 과정이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혼한 가정에서 자란 그저 그런 야구선수였던 칙 베네토는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여의고 삶의 의미를 잃어간다. 결국 자신이 자랐던, 어머니가 계셨던 집에서 삶을 마감하기 위한 숱한 시도를 하던 중 칙 베니토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때 베니토는 단 하루동안 어머니를 만나 무한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

결국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있을때 잘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그리워 하고 사랑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 가끔 나는 상상한다. 가족을 포함하여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상황을.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고 한 없이 후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일까?  

내일부터는 은정이가 생일 선물로 사준 백지연 아나운서의 <나이스 포스>를 읽어봐야겠다. 진짜 이야기를 읽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걸. 은정양 고마워!

제4회 스포츠서울 마라톤


작년의 3회 대회에 이어서 올해도 참가하게 되었다. 상암동이 집과 가깝다는 것이 상당한 장점!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하신 어머니와 함께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는 두려웠다. 준비를 전혀하지 않았기 때문. 마지막으로 제대로 훈련한게 언제인지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 스스로 부끄러워서 – 나는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꾸준히 준비한 대회에서도 늘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피할 수 없는 인내를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작년에는 9시 출발하는 대회를 9시 10분에 도착해서 급하게 준비운동없이 출발했는데, 올해는 8시에 도착해서 여유있게 몸을 풀 수 있었다. 전혀 관심을 못 받은 댄스팀의 공연이 끝나고 평상복 차림의 수수해보이는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박상철의 무조건, 박현빈의 곤드레 만드레, 장윤정의 짠짜라. 특히 장윤정이 등장하자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적절히 산개해있던 군중들이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예쁜 언니(?)의 안내에 따라 새천년 건강체조(?)를 따라 하며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섰다. 어머니는 5km 출발선으로 나는 10km 출발선으로 향했다. 출발순서는 풀코스, 하프, 5km, 10km 였기 때문에 나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때 컨디션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날씨가 엄청 추웠고 나는 마라톤용 핫팬츠(?)를 입고 코를 훌쩍거리고 있었다. 전날 신나게 먹은 차돌박이가 소화가 덜 되었는지 배도 살살 아픈 것 같았다. 순간 뛰기도 전에 ‘그냥 뛰지 말까?’하는 용서할 수 없는 생각이 스쳐갔으나 잘 이겨내고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는 왜 와 있는지 알 수 없는 서지영과 박정아가 있었는데 노래도 안불렀는데 기념사진 찍고 출발하는 시늉만 했다. 아마도 얼굴마담으로 온 듯. 마라톤 대회에서 벌써 3번째 만나는 배동성 아저씨(?)의 출발구호에 맞춰 힘차게 출발. 겸손한 마음으로 뛰려고 노력했다. 준비 안한 것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나의 페이스로 뛰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앞질러가거나 내가 남을 앞지르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동안 나는 배나오고 머리까진 아저씨를 한명정해서 – 한마디로 만만한 – 적어도 저 사람보다 잘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뛰었다. 늘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잘 뛰어 후반에 나를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이번에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힘이 들면 나뿐만 아니라 여기 함께 뛰고 있는 모두가 힘들다는 생각으로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힘을 모아 같이 뛰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든 것이 덜하였다. 나는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하프코스 1등과 함께 들어왔기 때문.

기록은 작년보다 저조하지만 연습안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56분 23초.

나태함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바랬던(?) 이번 대회를 다행히도(?) 무사히 완주했다. 뛸때는 항상 힘들지만 객관적으로 지난 몇 번의 대회와 비교하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아마 스스로의 페이스로 뛰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마지막 500m를 남기고 미친듯이 뛸 수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10km 코스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10km 코스는 이제 인생을 진하게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내년에는 반드시 꾸준한 몸관리와 연습으로 하프코스에 도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