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인기가 많은 책이라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예약할 기회만 엿보다가 회사동료에게 빌려 읽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 곳에 머물러 살지 못했던, 어른이 되어서도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는 짧은 주기의 여행 또는 긴 주기의 이주를 반복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단순한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다룬 책이라고 보아야 맞을 것 같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여행에 대한 작가의 경험, 생각을 접하며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보았다. 여행에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적은 없었다. 일상을 벗어나서 그냥 쉬는 것,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갇는 것, 여기까지가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여행을 하는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되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할 수록 아이는 부쩍 성장함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할 여행이 때로는 힘겨운 일상을 살아갈 때 잠시 떠올리면 힘이 될 추억을 남기고, 아이에겐 더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하는 마중물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