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코리아오픈 마라톤

시간 : 2008년 4월 6일
장소 :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달린 시간 : 58분 36초
달린 거리 : 10km
2008년 누적 달린 시간 : 약 302분
2008년 누적 달린 거리 : 약 51km

제4회 코리아오픈 마라톤 (50분 25초)
제5회 코리아오픈 마라톤 (1시간 1분 20초)
제6회 코리아오픈 마라톤 (58분 36초)

제5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TmaxSoft 단체로 참가했다. 비록 늦게 도착해서 회사 조끼도 입지 않고 혼자 뛰게 되었지만…

대회 당일 새벽 6시 5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하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배탈, 설사로 시달리면서 몸상태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2주 연속 대회 참가 자체도 나에게는 무리인데다가 컨디션 마저 최악이다 보니 대회를 참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끝없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포기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나도 모르게 집을 나서고, 버스를 탔다. 과연 이게 현명한 행동일까 확신하지 못한체…

강남역에 내려, 전철역 화장실에서 다시 한번 자연과의 대화를 나누면서, 무리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음을 인정하고, 대회장소에 가서 칩을 반납하고 동호회 분들께 말씀 드리고 돌아오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도착한 종합운동장에서, 컨디션은 여전히 안좋았지만 배가 아프진 않아서 나는 그냥 뛰기로 마음 먹었다. 예상치 못한 자연과의 긴 대화시간으로 인해 늦게 회사 동호회 분들이 계신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은 한명도 없는데다 작년과 달리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출발시간이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급히 주최측이 제공하는 탈의실과 물품보관소를 찾았다. 작년과 달리 보조 경기장이 아닌 주 경기장 안에 탈의실을 설치해 놓아서 허둥대가 풀코스가 출발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옷을 갈아 입고, 가방을 맡기고 10km 코스 참가자들이 있는 곳을 향했다. 50분 이내 목표 그룹의 마지막에 끼어 출발! 출발부터 다리의 피곤함이 몰려왔고, 사람들이 많아서 빨리 뛸 수가 없었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포기하지 않고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중요했기에 기록에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달리기를 즐기려고 애썼다. 이번에는 아이팟 셔플을 가지고 있었기에, 딱 12곡만 듣자는 생각으로 고통스러운 몸상태 대신에 노래에 귀기울였다.

달리는 중에 어떤 소녀가 앞사람의 등에 손을 대고 달리는 것을 보았다. 그 손이 닿아 있던 등에는 시각 장애인 마라톤 도우미라고 써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였던지, 나는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한참 그들을 바라보며 달렸다. 다른 사람의 눈이 되어준 다는 것, 다른 사람이 힘들지 않게 함께 호흡하고 배려해 준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4km를 넘어서야 TmaxSoft 주황색 조끼를 입은 분들이 반환점을 돌아 뛰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일 앞쪽에서 출발 하신 듯. 5km에서 시계를 보니 30분 15초가 지났다. 이대로라면 1시간안에 들어오는 것이 힘들것 같아 조금 더 빨리 뛰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1km…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천천히 뛰면 고통없이 달리기를 마칠 수 있지만, 한계를 넘나들며 고통을 참아내면 좋은 기록과 커다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두번째를 선택하며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짰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서 트랙 한바퀴 뛸 체력을 감안하며 달렸는데,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보니 결승점이 눈 앞에 있어 허탈했다. 비축해둔 체력을 가지고 전속력으로 달려 골인했다. 기록은 지난주 보다 조금 저조한 58분 36초.

‘결국은 해냈구나…’ 라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마라톤은 극한의 고통이 있어야 제 맛(?)인데, 이제 10km 단축 마라톤은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마라톤으로서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에는 6월 정도에 하프마라톤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80kg 정도 나가는 체중도 75kg 정도로 줄이고 체력을 향상시켜 반드시 다음에는 하프마라톤을 완주해 낼 것이다.

70분 시간주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지난주에는 30분 시간주를 2번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원래 지난 주의 계획은 30분 시간주 2번, 60분 시간주 2번을 뛰는 것이였는데, 60분 시간주에 어느정도 체력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한번도 60분을 뛰지 못했고 이번주의 목표는 70분을 뛰어내는 것이라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오늘 밤에 있을 댄싱스카이 공연(성남 탄천 페스티벌)의 리허설로 이탈리아 미녀와 배가 공중을 날라다니는 분당 구청 앞 잔디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뚫고, 약간의 스트레칭 후에 겸허한 마음으로 스타트라인에 섰다. 야탑쪽으로 가면 성남 탄천 페스티벌로 인해 인파가 북적일 것 같아서 정자쪽으로 출발!

수도승이 된 기분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30분을 뛸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몰라도 동일한 지점을 통과할 때에 더 힘차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일까?

정자역 부근에서 나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한참을 같이 가다 아저씨가 앞으로 나섰는데 나중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20여분을 함께 달렸다. 서로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더 나아지기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힘을 받을 수 있었다.

35분을 뛰어 반환점에 도달 할 때까지는 경쾌하게 기분좋게 뛰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돌아오는 길에는 고행길을 달리며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하프마라톤을 뛸 수 있을까? 물론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 뛸 수야 있겠지만 가능하면 쉼 없이 경쾌하게 뛰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마지막 20분 동안 다리를 질질끌며 힘들게 달린 덕분에 70분내에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목표를 수정해 천천히 뛰더라도 끝까지 완주하기로 했다. 그렇게 끝까지 달려 1시간 13분만에 완주에 성공! 달린 거리는 약 10.6km.  

체중은 생각만큼 빠르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현재 77.5kg으로 상당히 날렵해졌다. 체중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장거리를 뛰어 내기 위해 잘 먹어 두어야 할 듯.

하프마라톤은 여전히 힘들어 보이지만, 마라톤의 의미는 포기하지 않는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