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분 시간주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지난주에는 30분 시간주를 2번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원래 지난 주의 계획은 30분 시간주 2번, 60분 시간주 2번을 뛰는 것이였는데, 60분 시간주에 어느정도 체력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한번도 60분을 뛰지 못했고 이번주의 목표는 70분을 뛰어내는 것이라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오늘 밤에 있을 댄싱스카이 공연(성남 탄천 페스티벌)의 리허설로 이탈리아 미녀와 배가 공중을 날라다니는 분당 구청 앞 잔디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뚫고, 약간의 스트레칭 후에 겸허한 마음으로 스타트라인에 섰다. 야탑쪽으로 가면 성남 탄천 페스티벌로 인해 인파가 북적일 것 같아서 정자쪽으로 출발!

수도승이 된 기분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30분을 뛸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몰라도 동일한 지점을 통과할 때에 더 힘차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일까?

정자역 부근에서 나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한참을 같이 가다 아저씨가 앞으로 나섰는데 나중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20여분을 함께 달렸다. 서로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더 나아지기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힘을 받을 수 있었다.

35분을 뛰어 반환점에 도달 할 때까지는 경쾌하게 기분좋게 뛰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돌아오는 길에는 고행길을 달리며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하프마라톤을 뛸 수 있을까? 물론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 뛸 수야 있겠지만 가능하면 쉼 없이 경쾌하게 뛰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마지막 20분 동안 다리를 질질끌며 힘들게 달린 덕분에 70분내에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목표를 수정해 천천히 뛰더라도 끝까지 완주하기로 했다. 그렇게 끝까지 달려 1시간 13분만에 완주에 성공! 달린 거리는 약 10.6km.  

체중은 생각만큼 빠르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현재 77.5kg으로 상당히 날렵해졌다. 체중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장거리를 뛰어 내기 위해 잘 먹어 두어야 할 듯.

하프마라톤은 여전히 힘들어 보이지만, 마라톤의 의미는 포기하지 않는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50분 시간주

어제는 50분 시간주를 뛰었다. 40분 시간주를 뛸때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는데 50분 시간주는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별 생각없이 출발! 자연스러운 속도로 뛰었고 서현 분당구청에서 출발하여 정자역을 넘어 처음으로 금곡동까지 다녀왔다. 달린 거리는 8km.

장시간을 달릴 때는 남은 거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10km 대회를 뛸 때, 상당히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데 고작 3km밖에 안뛰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낭패감이란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셔플이 골라주는 음악에 집중하며 바람을 가르면 어느새 정자역 근처의 화려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달리다보면 예쁘고 날씬한 언니들이 눈에 들어와 지루함을 덜어준다.
 
50분 시간주이기에 25분이 될때까지 남쪽방향으로 탄천을 따라 뛰었다. 반환점을 돌때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으나 반환점을 돌아나오는 30분 무렵 옆구리 근육이 당기고, 35분부터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45분부터는 발바닥이 아팠고 체력도 바닥이 나있었지만 뛰기를 시작했던 처음 그 위치에 51분여만에 돌아온 순간 터질 듯한 성취감으로 잠깐의 고통은 모두 잊었다. 배고픔과 탈수현상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틀거리긴 했지만, 스스로에게 던지는 나지막한 한마디로 나를 칭찬한다.

“건우야,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