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엠티에 이어 2박 3일의 일정으로 휘닉스파크에 다녀왔다. 엠티에서 방은 작은데 사람이 많아서 도저히 잘 수 없는 지경이라 밤을 새우고, 다음날은 다시 하루를 뒤집어 새벽 6시에 이어나 8시에 삼성역에서 윤서누나를 만나 휘팍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물론 매우 피곤한 상태로 …
숙소에 도착해 라면을 끓여먹은 후 장비를 빌려 11시쯤 스패로우를 오르는 리프트를 탈 수 있었다. 보드는 작년에 3시간 타본 것이 전부. 과연 그때만큼 탈 수 있을까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사이드 슬리핑과 펜쥴럼으로 내려오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스패로우를 한번 내려오며 예전의 감을 회복한 후, 연구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관계로 홀로 동영상 강좌에서 본대로 베이직 턴을 시도해보았다. 의외로 몇 번만에 양방향의 베이직 턴을 어설프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첫 날은 스패로우에서만 베이직 턴을 연습하며 보냈다. 저녁시간은 보드게임과 맥주와 “주몽”과 함께 보내고 잠들었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온몸이 만신창이!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스키장으로 고고싱! 보드를 잘타는 요셉이가 가세하여 얼떨결에 시작부터 몽블랑에 올랐다. 안그래도 눈이 내리고 안개낀 날씨에 몽블랑을 오르는 리프트(콘돌) 위에서 “이게 잘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제의 어설픈 턴조차 구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파노라마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등성이의 완만한 경사에서 요셉이의 가르침을 받으며 감을 잡고 내 자세가 상당히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거의 서서 타고 있었고 무게 중심이 뒤에 실려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경사를 만나 턴을 시도하고 넘어져 눈위를 질질 끌려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갔다. 그렇게 오전에는 조금은(?) 버거운 파노라마에서 연습을 했다.
점심을 먹으려고 12시 30분에 모였는데, 지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작년에는 순일이한테 빌린 보드장갑을 잊어버리더니 이번에는 내 지갑이란 말인가? 심하게 몇 번 구르면서 주머니의 자크가 조금씩 열렸고 언젠가 어디에선가 빠져나간 것 같다. 분실물 센터에 신고하긴 했으나 찾으리라는 기대는 안드로메다로 …
스키장에 가기 직전에 마트에 들러 10만원을 뽑으려고 시도했으나 CMA 현금카드라서 그런건지 안뽑아진 것이 전화위복! 잃어버린 지갑에는 단 돈 천원이 들어 있었다. 돈은 그렇다 치고 애지중지 하던 지갑과 그 안에 들어 있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CMA 보안카드, CMA 현금카드, TTL 멤버쉽 카드, 학생증, LG카드, 신한맥스카드, 삼성카드 등을 다시 재발급 받을 생각을 하니 정신적 데미지가 느껴진다. (칠칠맞지 못한 영혼이여 빨리 꼼꼼하고 야무진 아가씨를 만나야 할텐데 …)
지갑분실건만 아니면 다 좋을 것 같은 오후, 스패로우까지 걸어가는 것이 귀찮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초급자 탑승금지라고 써있는 리프트(팔콘)를 타고 불새마루에 올랐다. 키위에서 보드를 착용하며 아래로 보이는 상당한 경사에 후회가 밀려왔다. 도저히 턴이라고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사이드 슬리핑으로 낙엽쓸면서 겨우 내려오다가 몇 번 가다 보니 힘들게 턴을 하며 내려올 수 있었다. 키위 아래로 이어지는 팽귄은 작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워낙 겁이 많아서 무게 중심을 뒤로 빼는 습관이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지만 대략 턴으로 끝까지 내려올 수 있게 되어 나름대로 흡족했다.
이번 경험으로 지금까지 총 3일동안 스노우보드를 배웠는데, 속도감도 좋고 엣지로 눈을 긁는(?) 느낌도 좋다. 다만 몇 번 심하게 넘어져서 현재의 몸상태가 엉망이라는 것과 지갑을 잊어버려 집에 오자마자 여기저기 재발급 받으러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에러! 어느정도의 기초를 닦았으니 다음주에 회사 워크샵에서 스키장을 찾게 되면 좀더 능숙하게 탈 수 있도록 연습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