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3 국립중앙박물관 (feat. 어메이징 타일랜드)

하계휴가 첫째 날,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신분당선에서 9호선까지는 출근길과 똑같은 경로였다. 4호선으로 갈아타면서부터 비로소 휴가가 실감났다. 4호선 역사 특유의 정취가 좋았고, 전철로 한강을 건너는 기분도 좋았다.

전철 안에서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를 급하게 예습해보려 했지만 집중이 잘 되진 않았다. 그래도 영상에서 전시를 기획한 분의 자긍심이 느껴져 기대를 갖게 됐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불상의 평온한 표정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평온해졌다. 어떻게 하면 저런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불안할 때 태국의 불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태국의 지리와 역사, 미술을 알아보다가 엉뚱하게도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 존재일까 생각했다. 어떤 바람과 신념이 이토록 화려하고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낸 걸까. 태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더 알아보고,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상설전시관에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까지 더해져 사람이 정말 많았다. 어둡고 인적 드문 넓은 전시관에서 차분히 작품을 감상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다.

늦은 점심은 대기 70번째로 이름을 걸어두고 한참 기다린 뒤에야 겨우 먹었다. AR Guide 앱으로 명품 30선을 따라가 볼 생각이었는데 뭔가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2층으로 올라가 외규장각 의궤실과 사유의 방, 기증관을 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조선·대한제국관을 관람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아이와 함께 온다면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해야겠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낯선 곳에서 혼자 낯선 경험을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국립중앙박물관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260621 소원을 말해봐

딸: “아빠 소원은 뭐야?”
나: “하루에 시간이 6시간만 더 많았으면 좋겠어.”
딸: “다른 소원은 없어?”
나: “회사가 집 근처로 옮겨졌으면 좋겠어.”
딸: “……”

뭔가를 해주고 싶은 것 같은 눈치인데, 다른 게 생각나지 않았다. 두 번째 소원도 따지고 보면 첫 번째와 다르지 않다. 시간이 충분했으면 좋겠다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면 반대의 상황이 올까? 시간은 넘쳐나는데 정작 하고 싶은 건 없는, 더 끔찍한 상황 말이다.

한편으로는 부족한 게 ‘시간’밖에 없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진짜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조각난 시간을 허투루 보낼 때가 많다.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나마 몇 년째 꾸준히 이어온 달리기와 영어 공부가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다. 여기에 한두 개를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한다.

260620 Kirari

스톤의 도쿄 러닝 플레이리스트의 첫 번째 곡 Fujii Kaze의 Kirari. 이 플레이리스트를 MP3로 만들어 러닝 워치에 넣고, 수 많은 달리기를 이 노래와 함께 시작했다.

마라톤 대회에서 이 노래와 함께 출발할 때마다 느꼈던 감성이 요즘엔 몹시 그립다. 글로 표현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그래도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굳이 찾아보자면 ‘환희’라고 해야할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리듬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이 노래가, 제법 잘 달리고 있다는 감각과 만나는 순간, 레이스 초반부터 ‘러너스 하이’를 선사한다.

느린 달리기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제법 잘 달린다는 감각은 4분대 후반, 5분대 초반의 페이스로 달려야만 느낄 수 있다. 3월 29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번의 대회를 DNS 하고 두 달 넘게 느린 달리기만 이어오다 보니, Kirari와 함께 빠르게 달렸던 순간이 그립고 또 그립다.

어제는 퇴근길에 Fujii Kaze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다.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라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나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J-Pop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당분간은 Fujii Kaze의 1, 2집을 열심히 들어볼 생각이다.

260617 불안을 다스리는 법

언제나 평온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 불안을 다스리는 나만의 방법론을 갈고 닦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한다.

1시간 이내로 타이머를 설정하고, 그 이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지금 눈앞에 있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이 오히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불안을 불러온다. 행복은 몰입에서 오는 것이지, 결과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오감에 집중한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코로 느껴지는 냄새, 피부에 닿는 감촉, 혀에 느껴지는 맛에 집중한다.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한다. 한 음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클래식 음악에 집중한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아름다운 지구에 살고 있는 것, 몸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은 설 자리가 없다.

260422 수영학원 로드매니저

아이가 다니는 수영 학원이 집에서 꽤 거리가 있다. 그렇게 로드매니저 역할을 맡은 지 어느새 1년이 됐다.

한두 달 전부터 아이 친구가 같은 시간대로 수업을 옮기면서 둘이 함께 다니게 됐다. 한동안은 친구 아버지와 나란히 로드매니저를 했는데, 지난주부터는 격주로 품앗이를 하기로 했다.

덕분에 여유가 좀 생겼다.

아직은 솔직히, 아이가 부모보다 친구를 더 찾게 되는 데서 오는 아쉬움보다 생겨난 개인 시간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크다.

언젠가는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하던 때가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