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솔로주의라는 유령이. 킹카와 퀸카, 커플과 연인들은 이 유령을 몰아내기 위해 신성한 동맹을 맺었다.
커플들로부터 솔로 변태 찌끄래기라는 비난을 받아보지 않은 솔로가 있는가?
자신보다 더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사람을 솔로 변태 찌끄래기라고 몰아세우지 않은 솔로가 있는가?
이 사실로부터 두 가지 점이 도출된다.
1. 솔로는 이미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되었다.
2. 지금은 솔로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선언을 통하여 전 국민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견해, 목적, 경향성을 발표하여 솔로주의의 유령이라는 옛 이야기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솔로 쓰레기들은 다음과 같은 선언을 초안하고 이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회의 역사는 연인 투쟁의 역사이다.
킹카와 폭탄, 퀸카와 따, 한 마디로 인기인과 비인기인은 연인을 얻기위해 서로 대립하면서 때로는 숨겨진, 때로는 공공연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각각의 싸움은 그때마다 대대적인 사랑의 혁명적 재편, 혹은 경쟁하는 개인들의 공동 파멸로 끝났다.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형태는 커플과 솔로간의 적대에 기초하고 있다. 이 둘간의 갈등에서 발생하는 모순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다. 이에 따라 사회는 원시 공동 연애제, 고대 일부 다처제, 중세 지정 연애제를 거쳐 현대 자유 연애제로 발전하여 왔다.
역사적으로 커플조아지는 매우 혁명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커플조아지는 자신이 지배를 확립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모든 변태적 싸이코적 고립적 관계를 종식시켜 왔다. 커플조아지는 모든 인간의 관계를 적나라한 ‘차고 차이는 관계’로만 만들어 놓았다.
커플조아들은 온갖 닭살스러운 행태를 보란 듯이 행함으로써 솔로레타리아트의 좌절감과 패배감을 유발한다. 솔로레타리아의 행복 추구권을 착취함으로써 커플조아의 행복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커플조아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드러냄을 통해 솔로레타리아에게 자기 자신의 사랑 교육과 연인 교육의 요소들을 공급하게 된다. 달리 말해 커플조아지는 솔로레타리아트에게 자신과 맞서 싸울 무기를 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커플조아지의 연애는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일 뿐이다. 커플조아지의 몰락과 솔로레타리아트의 승리는 양자 모두 필연적이다.
솔로주의자의 당면 목적은 커플조아 지배를 타도하며, 솔로레타리아트가 연애 권력을 장악하도록 하는 데 있다.
솔로주의의 명백한 특질은 연애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커플조아적 연애의 폐지이다. 현대 커플조아적 사적 연애는 계급 적대에 기초한, 솔로에 대한 커플의 착취에 기초한 사랑 생산 전유 체계의 최종적이고도 가장 완벽한 표현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솔로주의자의 이론은 사적 연애의 폐지라는 단 하나의 문구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현재 사랑 양식과 연애 형태로부터 나오는 사회적인 커플들이 자연과 이성의 영원한 법칙인 것처럼 여기고 있지만, 그러한 이기적이고 그릇된 생각은 당신에 선행했던 모든 커플들도 가지고 있었다. 당신은 고대적 연애에서 당신이 똑똑히 본 것, 봉건적 지정 연애에서 당신이 인정한 것을 당신 자신의 커플조아적 연애 형태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낡은 연애 양식을 전면적으로 혁명화하는 수단으로서 불가피한 조치가 없으면 안 된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1. 사적 연애를 폐지하고 모든 연애를 공공의 목적으로 활용한다.
2. 공립 학교에서 모든 시민을 위한 무상 연애를 실시한다.
3. 실연 보험을 확충하고, 최저 연애 보장제, 기초 연애 보장법 등을 시행한다.
4. 공정 연애법을 제정하여 독과점을 막는다.
5. 연애 기준법을 통해 사랑권, 연애 교섭권, 연애 행동권의 솔로 3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이를 통해 계급과 계급 적대의 낡은 커플조아 사회 대신, 우리는 각자의 자유로운 연애가 모두의 자유로운 연애를 위한 조건이 되는 단체를 가지게 될 것이다.
1. 반동적 솔로주의 ― 솔로 우월주의
‘왜 사귀려고 하는 거지? 솔로가 얼마나 편한데.’ 왜 사람들이 커플이 되려하는지 모르겠으며 자신은 별로 이성에 관심 없는 척 하는 유형이다. 커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척하며 간혹 불쌍해하는 척도 하지만 실상 정상인의 눈으로 봤을 때 매우 불쌍해 보인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나, 진짜로 일에 미쳐 그 외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인 인간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간들은 될 수 있는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혹시나 그런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가 둘 다 진 쪽 빠지고 작살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커플조아에 의한 솔로레타리아 착취라는 명백한 사회적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관념 안에서 세계를 창조하는 관념론자에 불과하다. 솔로 우월주의는 단지 성직자가 솔로의 불만에 대해 봉헌하는 성수에 지나지 않는다.
2. 쁘띠 커플조아 솔로주의 ― 공주병/왕자병
현대 연애가 충분히 발달한 나라들에서는 솔로레타리아트와 커플조아지 사이에서 동요하며 커플조아 사회의 보완물로서 자신을 규정짓는 쁘띠 커플조아의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 계급의 개별 구성원들은 자유 연애로 인해 끊임없이 솔로레타리아트로 전락한다. 최후까지 이러한 사실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공주병, 왕자병 환자가 된다. 이는 이성 및 커플들에게 오히려 매우 강력한 역효과를 내고 동성 친구들로부터도 ‘ㅁ ㅣ 친 놈’, ‘재수없어’등의 평가를 얻게 된다. 여기서 ‘아 내가 왜 그랬지?’ 하고 뉘우친다면 갱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으나, ‘원래 킹카는 외로운 법이야.. 호호호’ 이 따위의 반응을 보인다면 그는 뼛속까지 공주(왕자)가 된 것이므로 갱생 노력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된다.
이러한 이들은 병이 깊어지면서 일종의 망상과 과장에 빠져들게 된다. 자신과 우연히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어머, 어쩌지? 저 사람…나한테 반했나봐. 어떡하지..’, ‘어머 쟨 왜 날 좋아하는 거지? 난 쟤가 별로 맘에 안 드는데.. 미안해서 어떡해..’ 등등이 망상의 주요 내용이다. 과장의 단계에 이른 솔로들은 이러한 주관적인 판단을 부풀려 ‘누가 나한테 대쉬했다’ 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좋아하는 이를 다양한 경로로 표현하여 듣는 이들을 착란시킨다.
스스로 예비 커플조아로 처신하는 이상의 행태를 통해 이들은 솔로계급에 반대하는 모든 조치에 동참하며, 온갖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일상 생활에서는 연애의 나무에서 떨어진 찌끄래기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는 것이다.
결국 명백한 사실이 자기 기만의 도취상태를 흩어버렸을 때 이러한 형태의 솔로주의는 우울증의 비참한 발작으로 끝나버렸다.
3. ‘진정한’ 솔로주의
‘씨바.. 내가 이까지 그냥 왔는데.. 아무나 사귈 거 같냐?’ 험난한 솔로의 길을 걷다가 정신적 황폐화가 극에 달한 형태이다. 커플들은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인간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발전하면 ‘니들이 누구 덕분에 사귀는건데? 우리같은 솔로가 베이스를 깔아주기 때문 아냐!(정신적인 착란 상태)’, 혹은 ‘나만 솔로로 지낼 것 같아?’ 같은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인간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커플조아의 연애를 타도하기 위해 투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성과 사귀는 사람의 조그만 부정이라도 발견하면 바로 꼰질르기도 하며, 칭찬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은근히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며 ‘깨져라.. 깨져라..’를 주문처럼 외운다. 표면적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커플 둘 다에게 나이스 페이스를 유지하나, 속으로는 지가 더 잘나고 지가 더 그녀(그)를 사랑하며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은 현대 계급 적대의 커플조아 사회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결여된 즉자적인 대응에 머물고 있다. 결국 이들의 투쟁은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계급 투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4. 커플조아 솔로주의
커플조아지의 일부는 커플조아 사회의 지속적 생존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회적 불만요인을 개선하고자 한다. 솔로주의적 커플조아는 현대 연애의 조건의 모든 장점을 원하지만 그로부터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투쟁과 위험은 배제하고자 한다. 그들은 솔로레타리아트가 없는 커플조아지를 원한다. 이들은 솔로들에게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계급 투쟁을 무력화시키고, 그것을 마치 솔로를 위한 충고인 양 포장한다. 그러나 사랑이 아니라 외로움을 자극하는 이들의 시도는 솔로레타리아 계급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술마시면 0번부터 99번까지 핸드폰 한바퀴 빙 돌리며 전화를 때리게 하고, 간혹 전에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삽질을 하게 하고,(간혹 그래서 다시 만나는 경우도 봤다. –;) 소개팅을 하게 하고(소개팅이 얼마나 확률 없는 게임인지 알면서도 한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친하게 지냈던 이성 친구에게 대쉬를 하게 한다(얘라도.. 얘라면..).
하지만 그 모든 행동이 ‘사랑’에 이끌려 하는 것이 아닌.. ‘외로움’에 떠밀려 하는 것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으며(간혹 모른 척 하려 하는 가련한 자들도 있다), 스스로도 알고 있는 그것을 상대방이 모를 리 없으니 모든 시도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다.
커플조아 솔로주의는 단지 하나의 비유가 될 때, 오직 그 때에만 적절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솔로 계급의 이익을 위한 자유 연애, 솔로계급의 이익을 위한 보호 연애, 그것은 다시 다음의 한 문구로 요약된다. 솔로 계급의 이익을 위한 커플.
솔로주의자는 모든 곳에서 기존의 연애 질서를 반대하는 모든 혁명을 지지한다. 그 모든 혁명에서 솔로주의자는 사적 연애의 문제를 핵심적인 문제로서 전면에 내세운다. 마지막으로 솔로주의자는 어디서나 모든 나라 민주적 솔로들의 통일과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
솔로주의자는 자신의 목적을 감추는 것을 경멸한다. 솔로주의자는 자신의 목적이 오직 기존의 모든 연애의 조건을 힘으로 타도함으로써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선포한다. 모든 커플들을 솔로주의 혁명 앞에 떨게 하라! 솔로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외로움이요, 얻을 것은 연인이니!
만국의 솔로레타리아여, 단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