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제3회 스포츠서울 마라톤 대회는 나에게 있어 카이스트 총장배에 이어 두번째 참가하는 대회였다. 옛날에 여자친구 집에 차를 몰고 가면서 이 대회때문에 교통이 통제되어 짜증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내가 마라톤을 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비록 아직은 10km 단축코스지만 …
정보과학회였던 금요일 부터 소화불량과 감기 몸살에 시달리다가 대회 전날이던 어제 최악의 몸상태를 보여 잘 뛸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러웠으나 낮잠을 충분히 자고 일찍 잠든 덕분에 그다지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아침은 굶은체로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상암동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곳보다 먼 곳이 대회장이라서 9시에 겨우 맞춰 도착해서 어제 구입한 짧은 바지로 갈아입고, 물품을 맞기고 출발선으로 갔는데 … 10km 코스는 언제 출발인지도 알 수 없어서 당황하고 있다가 옆사람한테 물어보니 지금 출발이라는 ㅡㅡa
결국 목이 마르고, 화장실이 가고 싶은 상태로 준비운동 전혀 없이 출발 T.T
5, 10km 코스 남녀를 합친 인원이 동시에 출발하니 그 인원이 수천명이 넘었다. 홈페이지에 그려진 것과 다른 코스에 당황하며 뛰고 있는데, 반대쪽으로 빠르게 달려오는 선두그룹을 보았다. 이미 반환점을 돌아 뛰고 있는 사람만 해도 수백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들 중에 머리에 해바라기를 달고 있는 미친소 복장의 사람을 보았다. (그는 이 글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한다)
나보다 한참 먼저 반환점을 돌아 힘차게 뛰는 그들을 보며 조바심을 억누르기 힘들었지만, 뛰다가 이미 화장실도 한번 들려서 2,3분 버렸겠다 컨디션도 난조에 뒤쪽에서 출발해 사람이 밀려 걷다 싶이 하고 있었으니 기록단축은 포기하고 완주나 하자고 마음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2.5km 지점에서 기록은 18분 30초… 카이스트 총장배에서 11분대였던 것을 생각하면 형편없는 기록이였다. 그쯤 부터 사람이 다소 분산되면서 질주를 시작했다. 결승지점에 들어오기까지 내가 앞지른 사람이 수백명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8km 지점에서 나는 미친소를 보았다. 그리고 그를 따돌렸다. 그 때 즈음하여 힘이 들었다. 역시나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2.195km를 뛰는 사람들이 정말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2km를 천천히 뛰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출발에 많이 밀렸지만 지난 대회보다 처지고 싶지 않았다. 끝까지 달렸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평소보다 저조한 52분 25초, 1782명중에 555등 이였다.
결승선을 통과 하였지만 나는 혼자였다. 환호하고 반겨주는 그들사이에서 나는 혼자였다.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았다. 옷을 갈아 입고 빵을 뜯어먹을 때 즈음하여 “미친소가 도착하였습니다” 라는 사회자의 멘트를 뒤로 한체 대회장을 쓸쓸히 빠져나왔다.
좋은 경험이였다. 올해의 마라톤 대회는 이것으로 정리하고 내년을 기다리련다.
이번대회를 평가하자면, 홈페이지에 안내된 것과 다른 코스에 페이스 조절이 힘들었고 참가 인원에 비해 코스가 좁아서 빠르게 뛸 수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반면에 귀여운(?) 여고생 봉사자들을 코스 곳곳에 배치하여 응원하게 한 점은 높이 살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