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실천문학사 |
이 책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체 게바라가 누군지도 몰랐다. 단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몇 번 그의 이름을 발견했을 뿐.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전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서점에서 잠시 들렀을때였다. 유난히 눈에 띄는 빨간 표지는 나를 책으로 이끌었다. 책을 열었을 때 보이는 체의 사진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 처럼 강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순간에 나는 결정했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700쪽에 달하는 두께부터 쉽지 않아보였지만 나를 더 힘들게 했던건 700쪽 내내 쉴틈없이 등장하는 수백명의 스쳐가는 인물과 스쳐가는 지명들을 지혜롭게 넘어서야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의 이름과 지명은 심지어 조사와 헤깔릴 정도로 복잡해서 읽는 내내 피곤했다. 그러나 체에 관한한 모든 것을 기록하려 했던 저자의 노력를 탓할 순 없었다.
개릴라 전사로서 체라는 이름을 가지기 전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의대생이였다. 그는 알베트로와 함께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라틴아메리카의 뿌리를 찾고 민중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모순된 세상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제국주의에 멍들어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깨달은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체 게바라가 되어 자신의 나라도 아닌 쿠바 혁명에 뛰어들게 된다. 피델 카스트로와 여든두명의 대원들은 그란마호를 타고 쿠바에 상륙하여 끝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그는 쿠바혁명에 그치지 않고 볼리비아 혁명에 뛰어들었고 결국 볼리비아에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의 민중들을 위해 싸웠던 이유는 그가 인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대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기를 자처하였고 민중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혁명에 자신의 삶을 불태웠다. 그가 공산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는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왔으며 민중이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대로 살다 간 그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죽었어도 죽지 않아서 아직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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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도 모르고 이 사람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는. (특히 여름에)
책의 마지막을 보면 체 게바라의 존재가 자본주의에 활용되기도 했다는 지적이 기억나네요. 그만이 주는 느낌은 유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