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오다

나에게는 결코 짧지 않았던 2년간의 대전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떠나기 이틀 전에는 볼링클럽인 SIGBOWL 식구들과 볼링 게임이 끝난 후 와인, 맥주 파티에 이어 새벽 2시까지 보드게임을 즐기며 마지막 시간을 함께 했고, 떠나기 하루 전인 어제 밤에는 동문들과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며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난생 처음 이사다운 이사를 해봤는데 하루만에 끝나긴 했지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120~130권 가량 되는 책을 운반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는데 오히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옷을 담은 거대한(?) 보따리를 옮기는 작업이였다. 아침에 순일이가 도와준 덕분에 무난히 기숙사를 비우고, 오후에는 윤경 누나, 재호형, 현석군이 도와준 덕분에 연구실의 책과 잡동사니를 담고 있는 다섯 박스의 짐을 쉽게 차에 옮길 수 있었다. (이사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대부분의 연구실 사람들은 다음주 스키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로 가볍게 인사를 드리려고 한분한분 찾아뵙고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분들의 정이 느껴져서 따뜻한(?) 울음을 목으로 삼켜야만했다.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신 연구실 식구들께 감사 드려요!)

사실 떠나기 직전까지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삿짐을 꾸리는 그 순간까지도 그저 무덤덤했는데. 고속도로로 나와 경부고속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 들어서자 짧은 순간 그 동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스쳐가며 나는 바보처럼 서럽게 울고 있었다. 대전에 처음 왔던 순간의 다짐만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지난 2년이 후회스러웠을까?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걸까?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던 연구실 식구들이 벌써 그리웠던걸까? ……

“떠나오다”에 대한 12개의 생각

  1. 울보. ㅋㅋㅋ 정은이가 쌈빡(?)한 후배가 들어왔다며 소개해줬던게 바로 엇그제 같은데… 허허. 세월 무상이로다~ 잠깐잠깐이었지만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으로 내가 2년동안 보아온 건우는 회사가서도 다른 어떤 환경에서도 바로 적응해서 제대로 잘 지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족했던 순간,후회했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화가났던 순간, 다사다난했을 대전에서의 2년 잊혀지지않고 앞으로의 삶에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홧팅! (청테이프 생각보다 빨리 구했나보구나~ 아쉽네~ ㅋㅋ)

    1. 청테이프 급한 마음에 서측 매점에 가서 샀어요. ^^; 좋게 봐주셔서 항상 감사 드리구요. 계속 좋은 모습 보여 드리기 위해서 긴장하며 살겠습니다. ^^

  2. 나 대학 졸업때 생각난다. 그것도 벌써 2년이네..ㅋ
    이리저리 고생도 했고, 고민도 많았던 시간인 만큼 나중에 돌아보면 아름다운 기억으로, 훗날에 나를 만들어준 고마운 시간들로 기억될 거라고 생각해^^
    다시한번 축하한다^^

    1. 왠지 모르게 내 기분을 네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특히나 대학원생활은 너의 생각처럼 나에게도 나를 만들어 준 고마운 시간들이 될 것 같아. 고마워.

  3. 아~ 또 이렇게 시간 참 빠르다는 걸 느끼네…
    대학원 들어간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을 하시다니..
    선배는 한해 한해 후회할 것 없이 잘 사는거 같아서 부러워요ㅜ 흑흑

    1. 시간 참 빠르지? 그런데 나는 대전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이 너무 소중해서 짧게 느껴지지가 않아. 나도 늘 후회하며 사는걸. 생각한대로 살아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 엠티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4. 벌써 건우가 사회인이 되는구나.
    정말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가봐…
    사택에서 생활하면 일과 개인 시간을 조율하는데 신경써야 할거야.
    건강 잘 챙기고~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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