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청어람미디어

이 책의 저자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서재를 마련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자신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건물을 지을 정도로 지식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대학원에 있을때 정한형이 잠깐 책을 보여주셨는데 그때 본 다치나바씨의 고양이 빌딩을 보고 감탄한 후 꼭 이 책을 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책을 접할 수 있었다.

다치바나씨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여 그의 독서론,서재론을 거쳐 마지막으로 그가 읽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특히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독서론, 독학론인 것 같다. 사회적 문제,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분야 등 그의 지적활동의 범위는 거침없이 넓고 깊어졌는데 그는 새로운 주제를 접할 때는 그 것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감없이 책장 한권 분량이상의 책을 읽어냈다.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앞두게 되면 그 전문가가 저술한 모든 책을 모두 읽고 가는 그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재밌는 것은 그의 서재론인데 자신의 지적 작업을 도와줄 한명의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책의 후반에는 그의 서재이자 작업실인 ‘고양이 빌딩’의 전경사진을 포함하여 건물 내부의 구조의 일러스트를 포함하고 있다. ‘고양이 빌딩’의 존재 자체가 이미 다치바나씨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치여살다보니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요즘 오랜만에 독서에 자극을 주는 책을 만나서 좋았다. 연구실에 복귀하여 평온한 일상을 찾은 만큼 다시 책의 세계로 빠져볼까!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

입사하고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던 기간동안 틈틈히 조금씩 읽어나갔던 책이다. 워낙 홍세화씨의 글을 재밌게 읽고 있고, 그의 글을 좋아하지만 여건상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야 독후감을 남기려고 하니 기억을 더듬는 것이 힘에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는 그가 보여주고 싶은 프랑스 사회를 택시운전의 경험과 시야 안에서 비교적 제약을 가지고 소개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 그는 그러한 제약을 털어버리고 치밀하게 프랑스 사회를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제2부 “프랑스 사람들 이야기”에서는 한국사회와의 비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그들의 삶과 문화 그 자체를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물론 제3부에 “한국 사회와 프랑스 사회와의 만남”에서 프랑스 사회에서 배워야 할 점과 우리의 장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을 잊지 않고 있다.

홍세화씨가 소개하는 프랑스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며 이상적인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나는 김구선생이 말씀하셨던 것 처럼 부유한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개개인이 그 권리를 누리는 가운데 다른사람이 누리고자 하는 권리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그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과 문화에서 그 사회가 이상적이고 성숙한 사회인지 아닌지가 구별된다고 본다. 따라서 엥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엥똘레랑스를 주장했던 홍세화씨의 주장처럼 대한민국 사회에서 극우와 극좌는 배제되어야 된다. 공화국에 이념에 따라 당리당략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 좌, 우, 중도세력이 각자의 생각을 주장하고, 함께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백산맥 그리고 R&D Center로의 복귀

어제밤 소백산맥 등반을 끝으로 대우증권 파견근무를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분당의 R&D Center로 출근하게 되었다. 5주의 파견기간 중에 첫주는 교육을 받았고 4주는 실전 개발에 투입되어 일했다. 그 기간동안 함께 했던 분들과의 작별인사를 소백산맥으로 나누었는데, 소백산맥이라함은 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를 섞은 술을 의미한다. 폭탄주를 만들 듯 소주를 가득채운 소주잔을 맥주잔에 넣고 그 뒤로 이름순서대로 백세주, 산사춘, 맥주를 이어 붓는다.

이 술이 대단한 것은 목넘김이 끝내주며 잠깐의 잠복기간을 거쳐 불시에 올라오는 술의 기운이 상당하다는 것! 소백산맥은 주도(?)가 중요한데 5분 간격으로 세잔을 원샷해야 한다. 절도있게 소백산맥을 제대로 넘고 같이 일하신 분들의 칭찬(?)을 받았지만 멀쩡했던 것은 잠시, 이야기를 전개하던 중 갑자기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했다. 칵테일바로 자리를 옮겨 깔로아 밀크를 시켜놓고 조금씩 마시던 중 도저히 이대로는 힘들어서 밖으로 나가서 술마시고 전화하는 추태를 부리고 말았다. 전화 받아준 S양과 P양에게 심심한 감사를 …

고운정들었던 대우증권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미운정들었던 7007-1을 마지막(?)으로 타고 분당 사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누워버렸다. 아침에 R&D Center에 출근하기 위해 느지막히 8시에 일어났더니 아침대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은 많은데 화장실은 부족하여 바로 샤워를 할 수 없는 상황! 다행히 정신없이 움직여 9시가 되기전에 식당에 도착하여 회사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연구소에 들어와보니 할일이 이미 할당되어 있었고 승호형에게 상당히 두꺼운 책을 4권 받아서 그 중에 한권을 읽고 있다. 오랜만에 영어로 쓰여진 책을 읽는게 좀 갑갑하긴 해도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나라의 회사의 대부분이 Database로 오라클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Oracle을 대상으로 하는 코드를 우리회사의 Database 제품인 티베로(Tibero)에서 동작할 수 있게 하는 일의 일부(?)를 맡게 되었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인 만큼 열심히 해봐야지. 게다가 재밌을 것 같다!

책리뷰의 초토화

오랜만에 희진이랑 메신저로 대화하다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책리뷰가 초토화될꺼라고 사람들이 예견 했다는 사실. 불행하게도 그 예견은 제대로 맞아 떨어지고 있다. 정말 입사 이후 책 리뷰를 한권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어가고 있다. 거의 다 읽어가는 책도 있고 다 읽어서 리뷰를 쓸 책이 한권 있긴 한데 컴퓨터를 여유있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자꾸 미루게 된다.

사실 회사를 다니는 요즈음에도 하루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이상이다. 점심시간 1시간과 저녁시간 30분을 활용할 수 있고 자기전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책을 읽을 여유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책을 읽기 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 게다가 제때 볼 수 없는 드라마를 점심시간에 보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사택에 들어가면 잠들기 전에 동료들과 맥주 한잔 하거나 위닝10을 같이 하다보니 더더욱 책 읽을 여유를 잃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점심시간에 보던 드라마(주몽, 하얀거탑)가 오늘밤에 모두 끝난다. 사람들과도 꽤 친해져서 책을 읽는데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고 오늘 사택에서 사용할 책상과 의자를 구입함으로써 최적의 환경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다다음주에 연구소로 복귀 한다면 출퇴근으로 소비하는 대략 하루에 3시간 대신에 달리기와 독서를 위해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조만간 일주일에 2권 이상 책을 읽어내는 페이스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다독하며 느끼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자기개발 방법인 독서를 게을리 할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