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야먀하 음악교실로 옮기고 첫번째 레슨을 받았다. 레슨 30분전 미리 자리를 잡고 연습을 시작, 매일 똑같은 곡들만 반복해서 연습한 것이 일주일이 넘었으니 이제는 꽤나 지루할 때가 되어서 레슨 시간이 다가올 무렵에는 제멋대로 빠르게 혹은 느리게 치며 지루함을 달랬다.
레슨 시간이 다되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업라이트 피아노보다 좀 더 무거운 건반 터치감에 당황했는지, 레슨 직전에 장난스럽게 빠르게 친 것 때문인지, 하농 시작부터 손이 꼬이기 시작하여 선생님 앞에서 박치가 되어버렸다. 이어 체르니 30번의 1번과 소나티네 클레멘티 Op. 36 No. 1의 3악장에 대한 레슨을 받았다.
레벨테스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너무나 정직하고 점잖게 연주한 덕분에 음이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목을 부드럽게 좌우로 많이 움직이고 손가락 각각을 이용해서 연주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일주일 동안 지겹도록 연습하면서 ‘이쯤이면 다음곡으로 넘어가겠지’하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였다.
어떤 순간에 어떤 건반을 정확하게 누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부드럽게 음악적으로 표현하느냐를 중요시 하시는 것 같다. 덕분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굳이 내가 전공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배워야 하나 싶을 정도로. 처음 몇달간은 진도가 매우 더디겠지만 음악을 음악답게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그 날을 기약하며 내겐 너무 꼼꼼한 레슨을 견디어 내야겠다.
결국 진도는 못나가고 같은 곡을 일주일 더 연습할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지만,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렸기에 선생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겠다.
요즘 수채화 그리러 다니는데, 그림도 비슷하당.
정확하 묘사가 오히려 그림을 망치는 경우가 있지.
내가 지금 앉아서 하고 있는 건
4절지의 귀퉁이에 사진을 복사하는 게 아니라
4절지를 어떻게 꾸며나갈 것인가라는.
전체의 흐름과 느낌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더라고.
뭐 그렇다고 연습이 필요없는 건 아니고..
예술의 세계는 어렵달까 -_/
아… 정말 어렵겠네요. 예술에서의 미묘한 차이란… 형 말대로 너무 쉬운건 재미가 없다는 것에 동의.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건 가치가 없겠죠. ^^
제가 예전에 피아노 한창 배울 때, 모차르트 소나타 정도 치면 보통 한 곡을 배우는 데 2~4주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체르니 40번의 경우도 비슷했던 듯?
맘먹고 완벽하게 해야겠다하고 치면 쇼팽 같은 곡들은 한도 끝도 없더군요;;; 기분따라 다르고 심지어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게 쳐지니…
원래 그런 것이였군요. 이번주 레슨에서 진도를 못 나가게 되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말아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