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피곤했는지 일요일인 오늘은 11시 40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회사에서 사주는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늦어서 포기하고 출근(?)하는 길에 김밥과 컵라면을 사들고 연구실로 향했다. 일요일에 회사를 간다하면 다들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러 가는 것이다. 대학원 시절에도 연구실에서 주말을 보냈던 것 처럼.
김밥과 컵라면을 먹으면서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 선택하게 된 것은, 이명박 후보가 출현한 MBC 100분 토론이였다. 이미 블로그 스피어에서는 MB의 토론방법이라는 동영상이 나돌고 있어 그의 황당한 토론 스타일을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민논객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을 보니, 초지일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대답이 이어질 수록 황당해 하는 시민 논객의 표정, 난감해 하는 손석희 진행자의 입장 등이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그려내고 있었다. 제한된 토론 시간만이 그의 편이였다.
어떤 대학원생 시민논객이 교육문제에 대한 질문을 했고, 그는 나름 열심히 대답했으나, 이어지는 시민논객의 첫 마디는,
“실례지만 답변이 안된 것 같아서요 …”
저는 지난 주에 문국현 후보가 출연한 100분 토론만 봤죠.
문국현 후보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뭔가 굉장할 것 같아서_
대선 판도를 뒤집을 만한 사람이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부드러운 분이어서 사람들한테 강력한 인상으로 남지 않지 않았을까 아쉬워했어요.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문후보의 강의형 어투로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네요. 정치력도 검증 받지 못한 한계가 있구요. 안타깝습니다. 올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나라를 다스려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