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는 컨설팅 사업본부의 요청으로 난생 처음 을의 입장이 되어 고객사 미팅에 참석했다. 연구원으로 10년 정도 생활한 후, 전문 컨설턴트가 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소중한 기회였다.
처음에는 질답시간에 기술적인 질문에 대한 대응을 위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얼떨결에 프리젠테이션까지 준비하게 되었다. 연구소 내에서 진행하는 팀미팅이나 집중회의(세미나)와 달리 고객들 앞에서 하는 발표인데다가, 우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강점과 약점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해야 해서 발표자료를 만드는데 적잖이 신경을 썼다.
삼성역 글라스타워 본사에서 회사분들과 합류하여, 장교동에 있는 한화빌딩을 향하는 차안에서 오늘 발표를 주관하시는 컨설턴트 분과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객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를 의논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긴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측은 4명, 고객사측은 10명 정도 참석한 가운데 우리측 컨설턴트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차분히 논리적으로 진행하시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나의 차례를 기다렸다. 이미 고객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표출된 상태에서 발표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난 그저 연구원의 입장에서 고객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을 명쾌하게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문제는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죄로 질답시간에 앞에 서서 내내 나와 관련 없는 질문을 받아 내야 했다는 것. 나의 의견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있었지만, 회사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기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팅 시간 내내 나는 최대한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 언행에 앞서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려고 노력했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넓게는 사회생활이라는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앞으로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하게 될 것 같다.
역시 갑이 최고 (응?)
몰랐는데, 저도 을이었어요. 위에는 군이라는 무서운 갑이.. ㄷㄷ
이건 뭐 돈이 문제가 아니구만!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