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회사 건강 관리실에서 인바디 체성분 측정 결과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신청한 마라톤이 바로 11번가 11km 건강 달리기였습니다. 월, 수, 금 밤 늦게까지 학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일정 때문에 운동은 별로 못하였으나, 식이요법으로 6kg 정도 감량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에서 4월 23일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저는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습니다.
최장 거리를 뛰었고, (11km)
처음으로 마라톤 중에 걸었고, (약 30% 구간)
그래서 최장 시간을 뛰었고, (1시간 15분)
그래서 가장 안좋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7시 30분에 도착하여 배번호를 받고, 옷을 갈아입은 후 7시 45분부터 9시까지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9시에 출발 할 줄 알았다면 8시 30분 쯤 도착했을텐데… 혼자가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도 참 뻘쭘하더군요.
9시가 되어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출발! 시작부터 약간의 오르막 길이 이어 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월해갔고 도착할 때까지 그 흐름은 꾸준했습니다. 서울대공원 외곽을 도는 코스는 평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은 완벽한 오산이었습니다. 참가자가 아닌 분들은 등산복에 지팡이를 쥐고 계시더군요. 그야말로 등산 길이었습니다.
마라톤 중에는 절대 걷지 않는다는 원칙을 포기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km 지점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계속 뛸 수가 없었습니다. 오르막은 부분적으로 걷고 내리막은 뛰는 일을 반복하였습니다.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습니다. 숨이 너무 차서 견딜 수가 없더군요.
너무 힘들어서 짧게 목표를 가져가는 전략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저 나무까지만 뛰고 조금 쉬자”라는 식으로… 그렇게 정한 단기 목표조차도 계속해서 포기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뛰었습니다. 참담하더군요. 잘 뛰지 못하는 몸상태도 문제지만, 정신력이 형편 없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그 힘든 달리기를 하면서도 한달 정도 후에 마라톤에 참가해서 잘 뛰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5km 지점에서 기록은 36분, 11km 결승점에서 기록은 1시간 15분. 상당히 많이 걸은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긴 하지만, 애초에 목표로 했던 1시간 10분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저는 실패하였습니다.
힘들었지만, 준비도 부족했지만, 이 대회에 참가하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요. 정말 오랜만에 참가한 마라톤 대회였고, 그 동안 몸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다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되었고, 덕분에 저는 더 분발할 것입니다.
철저히 준비해서 5월 말에 다시 10km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이미 하프마라톤을 완주한 경험이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뛰려고 합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레이스가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서울대공원도 벚꽃이 참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