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불교의 세계관을 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이전보다 한결 편안해졌다. 불교적 세계관의 핵심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으며,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세계관을 받아 들이면 적어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통받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불교적 세계관은 원인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법륜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어린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원인론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진행된다. 철학자는 다양한 삶의 예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을 청년에게 설파한다. 청년의 입장에서서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청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반감을 갖게 될 것이다. 도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들러 심리학은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귀를 기울여볼 여지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좋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과제를 분리하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으로부터 이미 익숙해졌으나, 프로이트 원인론이 아닌 아들러의 목적론은 생소했고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도 스스로 설정한 목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우한 환경이라는 원인이 그 아이의 삶을 지배할 것이라는 원인론을 배척하고, 현재의 목적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나의 생각과 행동들의 기저에는 과거의 원인이 아닌 현재의 목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철학자에 의해 청년의 속 마음, 즉 청년의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나 역시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행동, 어떤 말의 전후에, 내면에 감춰진 목적을 알아채려고 노력해야겠다.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불행의 씨앗이 있다면 이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