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출판사 창비는 “창작과 비평” 50주년을 기념하여 지식인 5명을 초청하여 “공부의 시대”라는 특별강연을 열었고,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5권의 단행본으로 펴냈다. 이 책은 그 중 하나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치유하고 계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국에서 수많은 상담 전문가들이 좋은 뜻으로 팽목항에 모였지만 사실상 유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들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유가족을 돕고자 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유가족에게 상처를 안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오랜시간 공부했지만,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다. 그걸 아는 게 사람 공부의 끝이고 그게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그게 사람 공부에 대한 제 결론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분야일수록 세상에 하나뿐인 우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오랜시간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한 교조적인 믿음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치유해야 한다는 업의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느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고 치유하는 일은 하는 사람은 자기점검과 자기성찰을 숙명이나 업보처럼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선입견이나 편견, 내 가치관과 세계관, 내 언행이 혹여 상처입은 사람에게 상처를 더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가 가진 자격증의 권위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도 유가족을 돕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혼란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없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 도움도 못 줄 뿐더러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해야만 스스로 지치지 않고 타인을 돕는 노력을 이어나갈 수 있고 실제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는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일 것이다.
요새 심리학 관련 책에 관심이 많았는데,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문 고마워요. 저도 조만간 “죽음의 수용소에서” 읽어보려고요. 앞으로도 책 읽은 경험 많이 나누었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