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방통대 경제학과 가을학기에 경제사상과이론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리카도, 맬서스, 마르크스, 케인즈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경제학자가 시장과 사회를 어떻게 해석하고 해법을 내놓았는가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이었는데, 강의 자료와 내용이 산발적이라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스스로 교재를 읽으며 정리하다가 힘에 부쳐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강의를 듣던 시기에 유시민 작가가 쓴 이 책 읽기를 병행하였다면 흥미를 잃지 않고 공부를 잘 마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특정 시기의 사회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 경제학자들이 내린 진단과 대안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증명되었다. 더군다나 경제학자들이 각자 내세운 사상은 출생, 직업, 계층 등 그들이 살아온 환경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위대한 경제 사상가의 주장에 교조적인 믿음을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경제학자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 꾸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해법은 서로 다르지만 그 시기에는 모두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때로는 박해를 받으면서까지 노력했던 경제 사상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 중 로버트 오웬에 매료되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갈망한 추종자 중 한 명인 로버트 우웬은 181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근처 산골마을 뉴라나크에 방적공장을 세워 유토피아를 실험하였다. 자본주의의 반항아였던 오웬은 자신의 열정과 재산을 다 바쳐 위대한 희망을 실현하려고 했다. 자신의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온건적인 방법으로 평생 노력했던 오웬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를 다룰 때 어떤 경제학자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경제학자는 그렇지 않았다. 분배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사회는 존재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이 개인의 노력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현실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