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진 않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좋아한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달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여름 휴가차 들른 에어비앤비 숙소 그랜마 스테이 2F에 이 책이 있었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라는 것을 알고 가지고 온 책보다 먼저 읽게 되었다. 앙앙이라는 이름의 주간지에 일 년 동안 연재한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책으로 부담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슈트 이야기, 불에 태우기, 긴피라 뮤직, 스키야키가 좋아, 고양이의 자살, … 제목만 보아도 서로 연관없는 단상을 자유롭게 나열했음을 알 수 있다.
소설가가 쓴 글을 읽을 때 그 것이 소설이든 에세이든 나는 삶의 빈곤을 깨닫곤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감탄한다. 상대적으로 나는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생각하고 느낀만큼 살아간다고 한다면 나는 정말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기록된 짧은 글과 같이 이 블로그에 종종 단상을 적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자꾸 글을 쓰다보면 세상을 인식하는 센서도 정교해지고 생각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