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으로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이 도시에서 한 달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은퇴 이후에나 가능할꺼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았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가 생겨난 사회적 배경, 원격근무를 바라보는 회사의 입장, 개인의 입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현상을 조명하고 해석과 전망까지 곁들인 좋은 책이다. 주제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대부분의 업무를 원격으로 처리하고 있다. 다른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이메일, 전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같은 층에서 일하는 동료와 커뮤니케이션 할 때도 이어폰을 꽂은 채 슬랙을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오프라인 협업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기 위해 매일 1~2시간을 길에서 허비한다.
원격근무에 대한 조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완전한 원격근무 기업이 되거나, 완전히 원격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 그 중간의 어중간한 상태보다 훨씬 더 낫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 일들이 온라인에 공유되지 않았을 때 혹은 그 반대일 때 정보의 비대칭으로부터 발생하는 혼란을 겪어 보아서 이 조언이 크게 다가왔다.
아내가 다니는 회사는 자율 출퇴근제에 이어 원격근무제까지 곧 시행한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조금씩 문화가 바뀌고 디지털 노마드가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