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지만, 하루키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담은 수필은 좋아하는 편이다. 성실하고 꾸준한 삶을 위해 달리기를 한다는 점이 그를 좋아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인 듯 하다.
이 책은 광교 엘리웨이 책 발전소에 구경을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제목을 적어 두었다가 수원시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 무려 3번을 빌려 보았다. 제목이 잡문집인 만큼 워낙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두서없이 담겨 있어 한 호흡으로 많이 읽기 힘들었다.
중간에 건너 뛴 글도 있고 끝까지 다 읽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 더군다나 매력있는 사람, 나름대로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대체로 흥미롭다.
일본 사람 특유의 느낌이 있다. 어떤 사물, 사안에 대해서 그것이 사소할지라도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느낌이 그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나름의 생각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어떤 것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조차 자신의 입장이 명확하게 느껴진다.
나보다 한참 오래산 사람이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삶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글을 쓰는 것도 생각을 하는 것도 가볍게 그냥 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많이 쓰고 생각하고 그리고 계속해서 다듬어 나간다면, 나도 나름의 감상을 세상에 남길 수 있겠지. 이미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지만, 단지 활자의 형태로 남기는데 필요한 부지런함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