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다움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이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놓고 기다리는 사이에 독일계 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김봉진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고, 그의 강연을 담은 영상도 유튜브에서 몇 개 찾아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땐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회사보다 김봉진 대표라는 사람에 집중했다.

한양대 경영대학 홍성태 교수가 김봉진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비지니스 세계에서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은 뒤처지기 십상이라, 홍성태 교수는 젊고 뛰어난 경영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좇아다니던 중 김봉진 대표를 만났고, 그의 깊은 생각과 경영 철학이 경영학 교육의 자료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집필했다.

디자이너였던 그가 대학원 시절 만든 브랜드 컨설팅 회사에서 토이 프로젝트로 시작한 ‘배달의 민족’으로 계획 없던 창업을 했을 때 그는 준비된 경영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학 교수를 매료시킬만큼, 경영에 대한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게 된 배경에는 ‘꾸준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쓴 <왜 일하는가>를 읽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일이란 나 자신을 완성해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련의 도구다. 그 일을 통해서 꾸준히 반복적으로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나를 수련해 나가야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중에서

‘꾸준함’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네이버 오픈캐스트에 매일 컨텐츠 8개씩 올리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755일 동안 지속하였고, 페이스북에 짧은 독서 후기를 남기는 일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꾸준함’은 임기응변으로 순간적인 기질을 발휘하여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을 만들어 인정받는 것을 즐겼던 디자이너 김봉진을 훌륭한 경영자로 만들어 주었다. DH가 인수한 것은 ‘배달의 민족’, ‘우아한 형제들’이 아닌 ‘김봉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믿어요.

저는 살면서 좀 더 쓸모 있는 사람, 남들에게 좀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고 있거든요. 열정은 그런 것 아닐까요? 그냥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하루하루가 점점 좋아지는 거요.

냉정하게 말해, 기업은 자기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로는 인간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봐요. 그래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일하는 과정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문화가 중요하다고 반복적으로 말씀드리는 거예요. 배민이 하는 서비스 자체 때문에 다음 세대들이 더 행복해지고 좋아질 거라고 보진 않거든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 도움이 되는 문화를 남길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만든 문화 덕분에 세상이 좋아질 수도 있는거죠. 그래서 그 문화를 잘 만들어나가는 게 이 회사에서 제가 가진 꿈이에요.

그가 지향하는 태도와 그의 목표가 나의 것과 다르지 않기에 책을 읽으며 많이 공감하였고, 그의 성공적인 여정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기존과 다른 문화가 인정 받고 주변에 영향을 주려면 1등을 해야한다는 그의 통찰에 무릎을 딱 쳤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겠지만 리더의 의지와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꾸준함’을 항상 곁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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