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게도 마흔이 되도록 집을 알아보고 매매, 전세 계약을 맺어본 경험이 없다. 믿고 보증금을 맡길 수 있는 LH와 10년 공공임대 계약을 맺은 것이 부동산과 관련된 내 경험의 전부다.
최근에는 어머니께서 거주하실 전세집을 알아보고 있다. 부동산을 방문하고, 집을 구경하고, 계약을 추진했다가 취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크로머를 만난 후 처음으로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보게 된 싱클레어가 된 기분이었다. 부모님이 구축한 밝은 세상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나약했던 싱클레어처럼, 나 역시 크로머를 만나게 된다면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좋은 사람들로 둘러쌓여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약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 안에 나만의 데미안이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도 데미안이 되어 줄 수 있기를 …